수해 참사, 4대강 사업 중단 때문?
책임 떠넘기는 지자체, 경찰, 소방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대책 지지부진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기준 잠정 집계된 인명 피해는 사망 41명, 실종 9명, 부상 35명이다. 시설 피해는 1486건이다. 공공시설 912건, 사유시설 574건이다. ⓒ 뉴시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기준 잠정 집계된 인명 피해는 사망 41명, 실종 9명, 부상 35명이다. 시설 피해는 1486건이다. 공공시설 912건, 사유시설 574건이다. ⓒ 뉴시스

전국 곳곳에서 수해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미흡했던 예방대책과 사후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수해대책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록적인 폭우로 오송의 지하차도에서만 14명이 희생됐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41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세상을 떠났고 9명이 실종된 상태다. 인명 피해 외에 재산 피해 또한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안타까움은 더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의 미흡했던 수해 예방대책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계속해서 호우경보 내려졌지만, 지자체는 지하차도의 출입을 사전에 막지 않았다. 또한, 전문가들은 미호천교 공사 현장에서 임시로 쌓은 제방이 붕괴하면서 참사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오송읍의 주민은 다리 공사로 인해 기존에 있던 제방이 유실됐고, 기상청에서 장마를 대비하라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제방 보수는 없었다고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증언했다. 

경찰의 대처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당일인 15일, 7시 2분, 7시 58분경 두 번에 걸쳐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9시에서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측은 “신고 접수 당시 ‘궁평2지하차도’라고 정확히 특정되지 않아 장소를 오인해 궁평지하차도로 출동하게 된 것”이라 해명했다. 궁평2지하차도와 궁평지하차도는 1.2km 가량 떨어져 있다. 참사를 두고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은 자신의 관할이 아니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사건 발생 다섯 시간이 지난 후에야 현장에 도착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 도지사는 정식 브리핑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로 안타깝고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에 도민 14명이 사망했음에도 정식 브리핑이 없이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먼저 사과한 것이 그른 처사였는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17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수해피해가 가장 큰 충청지역 방문했다. 이날 김 대표는 4대 유역 피해를 막기 위해 지류·지천을 정비하는 포스트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또한, SNS를 통해, “아직도 4대강 사업을 비난하는 좌파들이 있지만 자긴의 집이 떠내려가도 반대만 하고 있을 건지 묻고 싶다”고 수해피해를 정치적으로 쟁점화시켰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4대강의 본류보다 지류·지천 정비가 우선”이라며 국민의힘의 주장을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인 조사와 진단을 시작하기도 전에 해결책으로 토목사업부터 주장하는 것은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 지적하며 “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 조사와 함께 철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솔 진보당 대변인이 브리핑하고 있다. ⓒ 김준 기자
손솔 진보당 대변인이 브리핑하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해 같은 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떠나보냈음에도 국민이 또다시 ‘무정부상태’에 처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진보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해 현장을 찾아 “이런 산사태를 처음 봤다. 어이가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태원참사 때도 윤 대통령은 현장을 찾아놓고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야?'라고 말해 빈축을 사지 않았냐”고 비판하며 “생사의 시간을 오간 참사의 현장을 방문해놓고 실없는 소리만 내뱉는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은 그 어떤 신뢰도 안정감도 느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해 신림동 수해 참사 이후 내놓은 대책도 진행이 미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80년 만의 폭우로 인해 신림동 수해 참사가 발생하자 10월, 다음과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강우처리목표 재설정 ▲지역맞춤형 방재시설 확충 ▲데이터-예측 기반 시스템 구축 ▲침수취약가구 안전 강화 ▲공공-민간 안전시설 확충 등 5개 분야 17개 대책에 10년간 총 3조 5000억원을 투입

이와 더불어 국토교통부와 함께 지하·반지하를 공동 매입해 공용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나가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세입자가 나가면 지하나 반지하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매입해 주민 공동 창고나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올해 풍수해대책 추진사항을 보면 지난달 5일 기준, SH가 매입한 가구는 98가구(0.3%)에 불과했다. 또한,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주택(2만 7000호) 중 지상층으로 이전한 가구는 2250가구에 그쳤으며,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는 주택(965가구) 중 서울시가 매입한 물량은 0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떠나보냈음에도 국민이 또다시 ‘무정부상태’에 처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 향후 정부의 미비한 대책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지 국민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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