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ILO협약 준수하는 길
1954년 이래 70년간 변동 없던 노사관계법...이제는 바꿔야

2014년, 법원은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반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판결을 내렸다. 이에 시민들은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부당한 손배가압류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이기 시작했다.

2022년 발의되었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18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 '노조법 2·3조 개정의 정당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 '노조법 2·3조 개정의 정당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무차별하게 남발되어 노동조합을 옥죄어 왔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현재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또 다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황. 보수언론은 연일 ‘노란봉투법 통과로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에 노조법 2·3조 개정이야말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지키는 조치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의 정당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의원 49명이 공동주최했다. 발제는 강성태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와 김종철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맡았고, 토론은 정영훈 교수(부경대 법학과), 이황희 교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여연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정흥준 교수(서울과기대 경영학과), 이김춘택 사무장(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차동욱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사처)이 맡았다.

2020년 대법 판결과 국제노동기구 협약 준수해야

발제에 나선 강성태 교수는 2020년 전교조에 대한 대법원판결을 인용하며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3권은 관련 법률 제정이 없더라도 헌법 규정만으로 직접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현재 하청노동자는 원청의 책임회피로 인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사실상 박탈당한 상황. 따라서 대법원판결대로 노동3권이 효력을 갖도록 하는 데에서도 노란봉투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준수에서 노란봉투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2021년 초 한국정부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ILO 협약을 비준함에 따라, 현재 관련 협약은 국내법적으로도 효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해 체결된 조약과 국제법규에 관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ILO는 이미 원청 회사에 대한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인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에, 노란봉투법은 국제협약의 준수와도 직결되는 일이라는 것.

국가인권위원회도 노란봉투법에 힘 실어

강 교수는 2022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 역시 노란봉투법 제정에 무게를 싣는다고 밝혔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용자 개념 정의’를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하청근로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 분쟁이 노사분쟁 실태의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그와 같은 분쟁이 노동위원회를 거쳐 법원 소송으로 이어지는 긴 과정을 거치면서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국가별 사례도 인용되었다. 산별교섭이나 업종별 교섭이 잘 이뤄지는 국가에서는 원하청의 단체교섭이 제기되지 않지만, 하청노조와 원청 간 단체교섭 요구가 제기되는 국가에서는 원청에 일정한 단체교섭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모든 대세가 노란봉투법 제정 정당성을 가리킨다며, “이제 정부와 대통령의 차례”라 강조했다.

낡은 사용자 정의로 꼼수 쓰는 대기업...노조법 개정으로 저지

토론을 맡은 정흥준 교수는 “대기업들이 낡은 사용자 정의를 악용하여 고용관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여 배타적인 이익을 누린다”며 노조법 2조 개정의 정당성을 타진했다. 비용이 낮은 간접고용 노동력으로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하청 노조의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 자체에 부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노조법 3조 개정이 가진 의의에는 동일하면서도 다소 상반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쟁의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게 아니라,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 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개정안은 사측이 손배소송을 제기할 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게 하여 손배소송 남발을 일정 수준 저지할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적어도 파업에 단순 참여한 조합원이 소송을 우려하여 위축될 걱정은 없어진다는 말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야당은 합심하여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를 결의하고 있는 상황. 과연 수많은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염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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