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장모님 댁에 고속도로 놓아드려야겠어요."

양평 하면 해장국이 먼저 떠오른다. 양평해장국은 경기도 양평군 신내마을에서 유래되었다.

1960년대 말 뗏목을 타고 다니며 다리 공사를 하던 노동자에게 국밥을 팔던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양평 우시장에서 소의 내장과 뼈를 사서 국밥을 만들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할머니는 지금의 양근대교 근처에 ‘양평신내서울해장국’ 가게를 열었다. 이곳이 바로 양평해장국의 원조다. 양평신내서울해장국은 수도권 일대에 여러 개의 분점을 두고 있지만, 양평읍에 위치한 원조집은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룬다.

원조 ‘양평해장국’집 강 건너가 바로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다. 이곳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으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탄 동네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고속도로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되었다.

변경된 고속도로 종점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만나 분기점(JC)을 형성한다. 분기점에서 1km 지점에 남양평 나들목(IC)이 있어 고속도로만 놓이면 이 일대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강상면이 유명해진 이유는 고속도로 종점 500m 거리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땅이 있기 때문이다. 땅의 존재는 윤 대통령의 공직자 재산 공개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그리고 처남 명의로 된 양평 땅은 29필지 축구장 5개 크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부부와 김건희 여사 일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개설되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오르게 된다.

오죽하면 어느 보일러 광고를 본 따 “여보 장모님 댁에 고속도로 놔드려야겠어”라는 유행어까지 나돌까.

사실 지난 1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추진되던 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업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대통령 부부 양평 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를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영등포경찰서를 찾아 이 전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윤 대통령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한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한 고발 건을 서울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고발 5일 만에 이루어진 전격적인 조치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원 장관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야당은 예비타당성 검사까지 마친 고속도로 종점이 돌연 변경된 이유를 집중 추궁한다는 계산이다. 정부·여당은 사업 백지화 카드를 빼 들고 전 정권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물타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윤석열 부부 양평 땅 특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조7천억 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을 장관 한 마디에 무효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대통령 부부의 재산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판이니 선 듯 나서기도 어려운 노릇 아닌가.

윤석열 부부 땅 특혜 논란이 커지면서 양평 하면 해장국이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 양평해장국을 먹으면 양평 땅 김건희 고속도로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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