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혐오' 팩트도 아냐, 선넘는 정치인들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여전히 열악, 생존권 위협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의 자유를 보장 해야”
'이주민 포용', 이제 윤리 아니라 생존 위한 필수

날이 갈수록 이주노동자 인력은 중요해지는데, 정치인은 표를 위해 외국인을 향한 혐오를 이용하고 있다. 16세기 ‘톨레랑스’라는 단어를 등장시킨 프랑스에서는 누적된 차별과 혐오가 이주민들을 폭발시켰다. 프랑스 시위는 과격함을 넘어 상점 약탈 등 폭력 행위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주민 차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더 심각하다. 국내의 지방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주노동자가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 회동 이후 논란이 붉어지자, 지방선거에서 중국인의 투표권을 주면 안 된다며 혐오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또한, 외국인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고 호도했다. 이는 혐오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 외국인 전체 건강보험료 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인의 경우 적자가 나고 있긴 하지만 적자 폭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2018년 1천 509억 원에 달했던 중국인 건보재정 적자액은 2019년 987억 원, 2020년 239억원, 2021년 109억으로 감소했다.

출산율 장려 정책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연일 인력 부족 대책을 고민하면서 외국인을 향한 배척에는 날을 세우고 있다.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여전히 열악, 생존권 위협

2020년 겨울, 이주민 노동자 고 속헹 씨가 난방도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 생을 마감했다. 이후 죽음 500여 일만에 고 속헹 씨의 죽음에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정부는 뒤늦게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및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처우개선 방침을 내렸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필증(임시숙소)을 받은 경우는 허가한다고 예외 지침도 마련했다. 사업주들은 이를 악용해 허가를 받기 위해 자기 집이나, 원룸 사진을 고용센터에 보내고 이주노동자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로 보냈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가 추위 속에서 생을 마감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소의 70% 이상이 농지에 설치된 조립식 패널이나 비닐하우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노동자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주노동자들은 1인당 매달 약 40만원을 숙소비로 공제하는데, 총 4명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방 1개, 화장실 1개, 부엌 1개짜리 컨테이너에 거주하면서 월세 160만 원을 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에 대한 근본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5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이주노동자 숙식비 및 사업장변경 관련 사항’을 의결 발표했다. 내용에는 노동계가 수년간 요구했던 열악한 숙소 문제 해결 핵심인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사업장 내 부속건물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가설건축물 금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인권위가 지적했던 ‘숙소비 공제’도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 이주·인권·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이주노동자 기본권 제한·사업장변경 개악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 이주·인권·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이주노동자 기본권 제한·사업장변경 개악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주노동자 기본권 제한, 사업장변경 개악하는 정부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우디야 라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이 국내외적 압력에 밀려 ILO 강제노동 금지협약을 비준한 뒤,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제한 문제와 과도한 숙식비를 징수하는 지침을 개선 위해 TF회의 만들어 노사정대표가 논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몇 차례 회의 끝나고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은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자유화가 아니라, 사업장변경을 지역 내에 제한하고, 임시가건물 이주노동자 숙소로 활용, 숙식비 사전공제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이게 어떻게 개선이냐”고 성토했다.

“쇠사슬과 족쇄를 채울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의 자유를 보장 해야”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주거환경만큼이나 열악하다. 현재는 이런 노동현장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사업주가 사업장 이동을 동의해 주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다.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직장 변경과 선택할 권리를 비롯해 여러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 주거환경 개선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이주노동자 숙식비 및 사업장변경 관련 사항’을 발표하며,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제한을 더 강화했다. 현재는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에 동의하면 사업장을 옮기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것마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우디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없이 한국 산업현장이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는 강제노동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한국 정부는 그 권리를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포용', 이제는 윤리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

출산율이 0명대로 들어선 현재, 이대로 인구절벽에 치닫는다면 내수시장은 무너지고 연금은 수령층만 늘어나 고갈 날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폐쇄정책을 펼쳤던 나라가 장성한 적은 없다. 

하지만 국정 운영을 맡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눈앞에 이익을 위해, 국민이 나아가야 하는 정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틀고 있다. 이제 이주민 포용은 윤리적 선택을 넘어 상생을 위해 필수가 됐다. 인구절벽의 대안이 어느 때보다 선명한 만큼 정치인들은 혐오를 멈추고 다 함께 상생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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