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행정부처를 장악하는 특별한 방법

차관 임명이 몰고 올 인사 태풍

윤석열 대통령이 차관급 15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에 대한 인사 태풍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 3일 통상 국무총리가 수여하는 차관급 임명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 조직이든 기업 조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산하 단체와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평가를 늘 정확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위직 공무원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다.

벌써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부처도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읽힌다.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 검증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맡는다. 자연히 1급 공무원의 인사 관리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된다.

아울러 인사정보관리단의 핵심 요직은 ‘윤 라인’ 검사로 채워져 있다. 인사정보1담당관은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이며, 인사정보2담당관은 이성도 부장검사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에 파견됐던 대표적인 윤핵검(윤석열 라인 핵심 검사)으로 통한다.

이 부장검사와 함께 인수위에 파견됐던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도 관리단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맡고 있다.

맨 먼저 칼을 댄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부에 감사과까지 신설했다. 감사원, 국세청, 검찰, 경찰에서 총출동해 감사과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후문이다.

수사권과 인사권이 만나면

이번 차관 임명 과정에 ‘대통령 특명’, ‘용산 5차관’, ‘기강 잡기’, ‘부처 장악’ 등이 강조됐다. 국정쇄신의 고삐를 죄려는 구상이 자칫 공직사회 줄 세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임명된 차관 대부분이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장관과 달리 차관은 내부 승진을 통한 임명이 관례다. 그래야 내부 결속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선 배경과 관련해 “부처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차관 인선이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거물급 차관’ 15명을 한꺼번에 임명함으로써 청와대 직할의 ‘차관 정치’가 국정운영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했다. 그들을 ‘실세 차관’, ‘왕 차관’이라고 불렀다.

이런 시스템은 국정이 일사불란해짐으로써 대통령이 추구하는 ‘속도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비판이나 반론은 기대하기 힘들다. 앞으로 부처 모든 공직자는 ‘거물 차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이번에 인선된 차관들을 통해 인사정보를 수집하고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을 거친다. 이 과정에 1급 공무원의 목줄을 쥠으로써 공직사회를 길들여보겠다는 계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직자 커뮤니티에는 “공무원도 A조 B조로 나누자”는 허거픈 이야기가 떠돈다. A조는 국민의힘이 집권했을 때, B조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공직을 맡자는 의미다.

물론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렇다고 인사권을 악용해 공무원 줄 세우기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인사권자가 줄 세우기를 하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보다 상급자나 사정기관의 눈에 든 공무원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고 만다.

최근 공직자 인사검증을 명분으로 수사권 남발 사례가 빈번하다. 행정부처 곳곳에 검사 출신이 포진했고, 공직사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다. 감사원의 감사도 마치 검찰의 수사처럼 행사되기 일쑤다.

수사권을 가진 사정기관의 힘은 막강하다. 여기에 인사권까지 쥐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검찰, 법무부, 대통령실로 이어진 윤석열 라인은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를 장악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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