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민 불안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는 대신 안전한 방류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의 릴레이 ‘횟집 회식’에 이어 수산시장 수조물을 손으로 떠 마시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김건희 여사까지 나서 '회 먹방'을 선보이며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기정사실화 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 TF'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7개월 뒤 국내 해역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된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안정성을 담보했다. 일본의 방사능 안전 조치에 대한 정부·여당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왜 한국 정부와 여당이 책임지려 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책임이란 자신의 행위와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해 지는 의무나 부담을 말한다. 오염수 방류에 따른 안전성 책임은 당연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있다. 한국 정부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핵 폐수의 안전성 문제를 한국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면서, 오히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버렸다. 자연히 우리 국민의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신종 ‘내선일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러니까 일본 정부 대변인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용산이 일본 정부 출장소라도 되는 것인가. ‘내선일체’라도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일본 국내인)와 (조)선이 하나라는 뜻의 ‘내선일체’는 일제강점기 조선 청년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한 선동 문구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보고서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국무총리가 먼저 ‘IAEA의 오염수 검증 보고서’를 언급하면 어쩌자는 건가. 일본은 IAEA를 앞세워 미진한 안전성 검증을 통과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IAEA는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양 안전성을 검증하는 전문성을 갖춘 국제기구가 아니다. 이 기구는 원자력 발전을 장려하고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기구일 뿐이다.

더구나 일본이 IAEA에 요청한 것은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이 아니고, “오염수 방류 계획과 활동을 이행할 수 있는 기술 지원”이다. 일본의 지원 요청을 받은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돕겠다는 소리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약 30만명의 조합원을 둔 일본 전국어업조합연합회가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특별 결의를 채택했다. 일본 공명당 대표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IAEA가 마치 국제적으로 대단한 검증을 하는 것처럼 호도함으로써 핵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에 오히려 혼란을 조성했다.

모든 것이 일본 정부의 작전대로 흘러가고 있다.

핵 폐수를 처리하는 3가지 방법 중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해양 방류를 선택한 일본은 IAEA를 오염수 검증단으로 위장하고,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국이 해양 방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핵 폐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일본의 작전에 말려들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일본 정부를 대변해 우리 국민을 설득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일제강점기 최남선을 비롯한 친일파들은 일선 동조론(일본과 조선 민족이 본래 같다)을 떠들며 황국신민(일본제국의 백성) 된 도리를 다하라고 조선 청년의 강제 동원을 독려했다. 일본은 한국과 ‘자유 가치’를 공유한 동맹국이니 일본의 핵 오염수 처리 의지를 믿고 지켜보자는 소리와 묘하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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