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최근 한국의 대중국 ‘훈풍’ 어떻게 봐야 하나(2023.6.28)

싱하이밍 중국 대사 발언을 둘러싸고 한동안 한국 정부와 언론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되더니, 며칠 전 박진 장관이 ‘중국과 척지려 한 적 없다’라고 말하면서 사태가 일단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블링컨의 방중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번역자주>

▲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2022.11.15)
▲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2022.11.15)

중국과의 외교 파문을 연달아 일으키며 ‘대중국 강경’론을 펼치던 한국 측이 이틀째 태도가 돌변한 듯 ‘한·중 우의’를 외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월 25일 뉴스 프로그램에서 윤석열 정부의 기본 입장은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에 기초한 성숙하고 건강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과 ‘척지고 원한 맺을’ 이유가 없고 그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해서 중국 측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발언은 중한 양국에서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중국으로선 당연히 환영하고 바라는 바지만, 솔직히 말해 많은 중국인은 서울의 진정성에 의심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측이 대세를 제대로 인식한 것을 의미하나, 아니면 미봉책인가? 이런 의심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 측의 이런 발언이 때마침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직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에 대한 ‘당국 발표’ 이후 한국 언론에서 대중국 관계 복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중 관계가 완화 분위기에 접어들었으니, 한국도 따라가야 한다”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겉으로는 ‘한·중 우호’를 증진하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지휘봉에 맞춰 춤을 추는 셈이며, 이러한 ‘우호적 자세’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외교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주적이지 못한 정부가 중한 관계를 어려운 국면에서 빠져나오도록 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워싱턴이 고삐를 늦추려고 하니 서울이 즉각 ‘훈풍’을 불어대고 있다. 앞으로 워싱턴이 고삐를 죄고자 하면 서울 역시 곧바로 ‘눈이 내리기 시작’할 것 아닌가? 관건은 태도의 문제만이 아니며 한국 측은 사드, 반도체 문제 등에서 미국과 공조해 중국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실제 행동이 가져올 결과는 ‘훈풍’을 불어대는 것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한 관계는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더구나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점은 말할 나위 없다. 중한 관계가 제삼자 또는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전혀 불필요한 어려움에 빠진 데 대해, 한국 사회의 많은 지식인이 통탄하면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은 ‘한국과 척지고 원한 맺기’와 같은 결론이나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측이 ‘척지고 원한 맺기’에 대해 자기변명을 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불균형하고 미숙한 외교에 대한 자국 내 원망과 불만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든 관계 개선 의사가 있다는 것은 악담하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한국 측의 실제 행동을 봐야 할 것 같다. 예컨대 대만 문제에서 한국이 본연의 ‘제삼자(아웃 사이더)’로 물러설 것인지, 워싱턴의 ‘디커플링’이나 대중국 압박 전략에서 한국이 소통자가 될 것인지 혹은 공범이 될 것인지, 지역 안보 문제에서 한국이 공동 평화의 수호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나토의 아시아·태평양화’를 위한 길을 닦을 것인지 등이다. 모두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싶거나 양국 관계의 안정을 원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은 각국과 우호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 한국이 대미·대일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려는지, 평등과 호혜인지 아니면 한국이 ‘희생을 감수’하고 이익을 양보하는데 기초하는지, 이 과정에 ‘굴욕 외교’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중국은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대미 관계를 대중 관계 발전의 ‘가이드 북’으로 삼아 사사건건 미국 표준을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워싱턴의 어조까지 모방하면서 ‘과거 같지 않은 국력’으로 중국을 상대하려 하거나 ‘말과 행동이 같지 않은’ 미국의 악습을 배우려 한다면, 중국인이 서울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 어렵다. 신뢰를 잃게 된다면 ‘한중 우의’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느 정도 역사 지식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좀 더 깊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한국 언론은 “미국은 대국 논리를 향유한다. 미국은 전 세계를 동원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신은 물밑에서 중국과 대화를 모색한다.”라고 보도했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의해 ‘팔아 먹힐지 모른다’라는 우려한다. 알다시피 일본은 월정외교(越顶外交)의 악몽이 있는데, 사실 한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우선주의와 그 대국 논리 아래 한일 등 동맹국들이 버림받게 되는 딜레마와 악몽이 늘 존재해 왔다. 미국과 꽁꽁 묶일수록 독립성을 잃어가는 가위눌림은 더욱 무거워진다.

*월정외교(越顶外交): 한 국가가 동맹 조약 관계를 따르지 않은 채, 동맹 국가와 사전 상의 없이 대립국과 암암리에 혹은 공개적으로 거래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동맹국의 이익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

중한 양국은 거대한 공통 이익을 지니고 있다. 이는 한국 내 어떤 보수적인 정치집단 일지라도 부정하거나 무시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외교적으로 크게 기울고는 있지만, 국내적으로 반발력이 크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돌아서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부가 결국 마주해야 할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다. 우리는 그것이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발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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