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무역은 사상최대, 한국 무역적자는 사상최고
블링컨은 중국 방문, 윤석열 정부는 중국 대사 추방?
실리 챙기는 일본, 위기 자초하는 한국

미국 도청문제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던 윤석열 정부가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배팅’발언에 대해서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경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미중무역은 사상최대, 한국 무역적자는 사상최고

미국이 신냉전을 유발하면서 미·중간 경제전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미·중 교역량이 6,906억 달러(약 973조 5,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작년에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4억 달러(약 3조 원)가 증가하여 1,538억 달러(약 194조 5,108억 원)에 달했다. 중국의 대미수출액은 318억 달러(약 40조 원)가 증가한 5,368억 달러(약 679조 원)를 기록했다. 미국교역전국위원회는 미국의 50개주 전체가 중국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했고, 미국 일자리가 100만 개 새로 생겼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사상최고치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적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중무역적자이다. 수출이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5월 수출액은 522억 4,000만 달러(약 65조 원)로 1년전에 비해 15.2%나 줄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36.2%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는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5개월만에 273억 4,000억 달러(약 34조 원)가 적자이다. 이중 43%인 118억 달러가 대중무역적자이다. 벌써 사상최고치였던 작년 무역적자 472억 달러(59조 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미국이 한국에 중국 반도체 공장에 추가투자를 하지말라고 요구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체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미경제전쟁 와중에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한국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업이 반도체이다. 지난 5월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회사를 제재했을 때, 이 공백에 한국 반도체 업체가 수출하지 말라고 강박했다. 마이크론은 중국에 25%를 수출하고 있었다. 중국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내 마이크론 제품 감소분을 한국 기업이 채워 주지 말라고 미국이 요구할 가능성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해야할 소리를 중국이 대신 해 주었다. 그런데 한국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미국 눈치만 보고 있다. 결국 마이크론의 공백을 뚫고 중국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물건너 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대만 TSMC는 60%로 성장했고, 삼성전자는 15%에서 12%로 축소되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블링컨은 중국 방문, 윤석열 정부는 중국 대사 추방?

싱하이밍 중국 대사를 ‘위안스카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격하고 있을 때, 정부여당에서는 싱하이밍 중국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며 한술 더 떴다. 대사 추방은 외교단절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 국무장관 블링컨이 16일 중국방문길에 올랐다. 이미 3월말에는 애플 CEO 팀 쿡에 이어 5말 6초에는 미국의 거물급 CEO들이 줄줄이 중국을 방문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스타벅스의 신임 CEO 랙스먼 내러시먼,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제너럴모터스 메리 배라 등에 이어 빌 게이츠까지 한다하는 미국 최고경영자들이 중국을 집중 방문하여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이번에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배경에는 올해 초부터 유럽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제거)’ 전략과 관련되어 있다.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처음 사용한 디리스킹이라는 용어는 미국이 추구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분리)’ 전략에 반대한다는 의미이다. 즉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분리하는 정책이 아니라 중국과 협력하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디리스킹으로 완화하자면서 미국의 대중 강경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유럽연합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여 중국과 독자적인 협력관계를 추진하자, 미국 역시 어쩔 수 없이 ‘디리스킹’이라는 용어를 수용하고, 대중관계를 조율하고자 블링컨 국무장관을 파견한 것이다.

이렇게 국제외교는 대중 강경책을 추진했던 바이든 행정부조차 대중압박을 완화해 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행보는 상식을 벗어나다 못해 괴이하기까지 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회초리를 들라고 하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사냥개 외교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인이 중국과 대화를 하러 가는데 중국을 물어뜯던 사냥개는 어떻게 될까. 국민이 나라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배터리 산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 인플레감축법(IRA)에 의하면, 배터리 핵심광물에 미국이 우려하는 국가의 원자재를 사용하면 안된다. 여기서 우려국가란 중국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중국산 원료로 만든 배터리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데도 보조금을 받는다. 미국 포드사는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포드사가 35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을 투자하고, CATL은 기술만 제공하는 형태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로 중국을 겨낭하고 있는데 미국회사는 중국과 합작하여 우회로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을 받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배터리를 디커플링 해가지고는 전기차 산업을 유지할 수도 발전시킬 수도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급배터리 영역에서 특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산 배터리 역시 중국산 광물을 핵심원료로 사용한다. 한국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 배터리 기업이 계속 중국산 핵심광물을 사용하면 조만간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반면에 미국기업은 중국 배터리 기업과 손잡고 보조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뭐하고 있나. 그저 친미혐중정책에 나홀로 올인하고 있다.

4월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대통령실이 6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빈 만찬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선물한 반려견 산책줄. 2023.5.6 대통령실 제공
4월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대통령실이 6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빈 만찬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선물한 반려견 산책줄. 2023.5.6 대통령실 제공

실리 챙기는 일본, 위기 자초하는 한국

윤석열 정부가 후꾸시마 핵오염수 무단방류를 비호하며 친일굴종외교로 일관하고 있을 때, 일본의 또 하나의 외교정책이 한국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 일본과 한국도 동참했다. 일본도 대 러시아 제재를 선언했고, 한국 정부 역시 지난해 500개 상품에 대해 대러시아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연이어 러시아 석유 가격상한제를 정해 놓고 이보다 높은 가격에 러시아 석유를 사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런데 일본은 올해 1~2월 러시아 석유 약 74만8000배럴을 총 69억엔(약 52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배럴당 약 69.5달러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이 시행하는 러시아 석유 가격상한인 배럴당 60달러를 크게 넘어선 가격이다.

일본은 사할린 프로젝트라는 러시아 극동지역 천연가스와 석유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러시아 제재조치에 따라 미국 엑손 모빌과 영국 셸은 사할린 프로젝트에서 철수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사할린 프로젝트 지분유지에 총력을 다했다. 일본이 수입하는 LNG 중 러시아산 비중은 약 1/10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시다 내각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사할린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비우호국가의 지분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본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일본은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지난 해 11월까지 러시아와 무역규모가 2021년 비교해 13%나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같은 대러시아 무역이 17% 감소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10위에 해당하는 무역상대국이다.

그 동안 한국 무역적자의 64.5%는 에너지 수입단가가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G7에게 배신자 소리까지 들으면서 러시아산 저렴한 LNG를 수입하였다. 한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일본은 값싼 러시아산 LNG 수입 대가로 G7 국가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 방법으로 러시아에 화답했다. 반면에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공수하기로 했다는 도청문건이 폭로되었다.

이미 인도, 사우디 등은 친미정책에서 탈동맹 정책으로 돌아서 독자행보에 나서고 있다. 상당수의 중견국가들이 브릭스로 집결하고 있다. G7이라는 미국중심 동맹체 들어가 있는 유럽과 일본 조차도 경제적 실리를 위해서 독자행보를 걷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대중국 강경책인 디커플링 정책을 디리스킹으로 완화하라고 요구하여 미국의 입장을 수정하도록 하였다. 심지어 미국 자신도 겉으로는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면서도 무역규모는 더욱 확장하고 있으며, 물밑 대화까지 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IRA법안에 대한 반발까지 나오는 판이다. 윤석열 정부 혼자서만 시대를 역주행하며 이상한 사냥개 외교를 하고 있다.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는 그 결말이 잘 알려져 있다. 사냥개야 그렇다 치고 국민은 무슨 죄고, 멍든 한국경제는 누가 책임지나? 국민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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