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차 맞은 전국노점상대회… ‘윤석열 퇴진’ 단결투쟁 결의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중단,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제정 촉구

5천 노점상들이 35년 전 투쟁 승리를 되새기며 새로운 승리를 결의했다.

노동자가 5월1일 세계노동절을 기념하듯 노점상은 6월 13일을 기념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노태우 군부독재 정권의 전면적인 노점상 탄압이 자행됐다. 그 해 6월13일 전국 노점상들은 성균관대 금잔디광장에 모여 ‘노점상 생존권 수호 결의대회’를 열어 투쟁했고 승리했다.

이날 6월13일은 노점상들에게 ‘단결하면 승리한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이후 노점상들은 민주화 투쟁에도 발 벗고 나섰다.

▲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제정! 공안탄압 검찰정권 퇴진!’ 36차 6.13 정신계승 전국노점상 대회
▲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제정! 공안탄압 검찰정권 퇴진!’ 36차 6.13 정신계승 전국노점상 대회

노점상인들은 1988년의 투쟁 정신을 계승해 매년 6월13일 대규모 노점상대회를 연다. 올해 36차 대회다.

이날 대회는 4개 노점단체가 공동 개최해 그 의미를 더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노점상연합개혁연대, 대전국노점상연합이 힘을 모았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5.18민중항쟁을 겪은 광주 양동시장 상인 등 5천여 노점상인이 서울 세종대로를 메웠다.

▲ 세종대로를 메운 전국노점상 대회 참가자들 ⓒ뉴시스
▲ 세종대로를 메운 전국노점상 대회 참가자들 ⓒ뉴시스

88년, 거대한 6월 항쟁 정신… “검찰정권 퇴진, 기필코 승리”

이날 노점상인들이 다짐한 승리는 윤석열 정부에 맞선 승리다. ‘검찰정권 퇴진’ 구호가 대회 전면에 걸렸고,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중단”,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4개 단체 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투쟁의 결심을 밝혔다.

먼저 “노점상인은 단속의 대상이 돼 최후 생존 수단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가난한 이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세상,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면서 서울시의회가 추진하는 노점말살 조례(민원 3번이면 강제철거), 국회에 계류 중인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현실을 지적했다.

▲ 대회사 하는 노점상단체 대표. 왼쪽부터 이경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비대위원장, 신동환 전국노점상총연합 의장, 정경자 전국노점상연합 개혁연대 의장, 변찬규 대전국노점상연합 의장 ⓒ뉴시스
▲ 대회사 하는 노점상단체 대표. 왼쪽부터 이경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비대위원장, 신동환 전국노점상총연합 의장, 정경자 전국노점상연합 개혁연대 의장, 변찬규 대전국노점상연합 의장 ⓒ뉴시스

현재 거리에서 탄압받는 노점상의 목소리에 그들의 현실이 드러났다.

정선태 서울 동대문 노점상(전노련 중랑동대문지역장)은 “경찰이 동대문지역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발동해 단속을 강화 중”이라고 전했고, 윤헌주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민주노련 노량진 공동지역장)은 “수협중앙회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인수한 후 임대료가 다시 폭등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로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갈수록 거세지는 노점상 탄압에 맞서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4개 단체 대표는 또 “88년 6월 투쟁은 노점상인의 거대한 6월 항쟁”이었음을 상기시키곤, “3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면서 “도시빈민 생존권을 파탄내고 공안탄압 자행하는 검찰정권 퇴진을 위해 행동할 것이며,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뉴시스
ⓒ뉴시스

옥중투쟁 최영찬 위원장 “노점상이 야만의 시대 바꾸자”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최영찬 위원장은 옥중서신으로 투쟁 인사를 전했다. 최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노련 전현직 간부 6인은 윤석열 정권 공안탄압 희생자다. 박근혜 정권 시절(2013~2014년) 강남구청의 불법 강제철거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검찰 출신 윤석열 정권하에 구속됐다.

최 위원장은 “윤석열 1년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이태원 참사는 책임지는 이 없고, 불법 도감청, 강제동원, 후쿠시마 오염수 등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대미·대일 외교를 하면서, 반대로 민중들에겐 무자비한 공권력을 행사하며 공포정치를 펼쳤다”고 규탄했다.

그는 “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야만의 시대를 바꿀 주역은 여기 모인 우리”라며 “한심한 정치꾼들 몰아내고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하나로 뭉쳐 당당하게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공안탄압 속에 대표를 잃은 노점상 회원들의 윤 정부를 향한 분노가 더해졌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노점상 대표를 잡아 가두는 것도 모자라, 노동자를 폭력배로 만들어 노조를 없애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수작, 농민들이 평생 농사지어봤자 적자만 만드는 정권”이라고 쏘아붙이며 “노농빈의 이름으로 윤석열을 퇴진시키자”고 독려했다.

ⓒ뉴시스
ⓒ뉴시스

“윤석열 퇴진” 노동자·농민도 한목소리

이날 진보민중단체 대표들도 참석해 “윤석열 퇴진”을 결의한 노점상들에 힘을 보탰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이 있던 시절, 국가는 가난을 방치했다. 지금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라고 규탄하곤 서울시의회를 향해 “노점말살 조례가 아닌 노점상 권리 보장, 복지 증진을 위한 ‘노점상 생계보호 조례’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노동자, 농민단체 대표도 무대에 올랐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윤석열 정부 퇴진 끝장 투쟁”을 외치며 민주노총의 결심을 밝혔고,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도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행사한 윤 정부 퇴진 투쟁 결심을 내놓곤, “노동자, 농민, 빈민 투쟁이 만나는 날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단결 투쟁을 호소했다.

앞서, 민주노총과 전농, 전여농, 그리고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노농빈 대표자는 제단체에 ‘윤석열정권퇴진운동 공동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오는 27일 공동기구 결성 선포식을 준비 중이다.

▲ 노동자, 농민단체 대표 연대인사. 왼쪽부터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양옥희 전여농 회장, 하원오 전농 의장.
▲ 노동자, 농민단체 대표 연대인사. 왼쪽부터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양옥희 전여농 회장, 하원오 전농 의장.

진보정당 대표들도 대회를 찾아 노점상 투쟁에 힘을 실었다.

노동당 이종회 공동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은 노점상을 사회경제 주체로, 직업으로 인정하는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입만 열면 ‘법치’를 떠들며 국민 생존권을 짓밟는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리자”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 광주 양동시장 노점상들이 ‘늙은 노점상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광주 양동시장 노점상들이 ‘늙은 노점상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대회 마지막은 5.18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준 장본인, 광주 양동시장 노점상들이 장식했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에 함께 한 노점상인의 역사를 계승해, 공안탄압을 자행하며 민중의 삶을 옥죄는 검찰정권 퇴진투쟁에 함께 나서자”는 호소를 담아 ‘늙은 노점상의 노래’를 합창했다.

대회를 마친 노점상인은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를 외치며 시의회 의원회관으로 행진했다. 200여 명의 노점상이 자신들이 판매하는 채소와 뻥튀기 등을 들고 앞장에 섰다.

▲ 노점상들이 직접 판매하는 채소와 과일, 뻥튀기 등을 들고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 노점상들이 직접 판매하는 채소와 과일, 뻥튀기 등을 들고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의원회관 앞에 도착한 이들은 서울시 조례를 주도한 문성호 시의원(국민의힘)과 시의회를 향한 분노를 담아 노점 물품을 길바닥에 내던졌다.

▲ 서울시 의원회관 앞에 모인 노점상들이 노점 물품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뉴시스
▲ 서울시 의원회관 앞에 모인 노점상들이 노점 물품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