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가제일주의 시대를 열다 (2016-2020)
전면적 발전의 시대로 접어들다 (2020~2023)

신간 ‘김정은 시대 연구 2’에 담긴 저자 박경순 우리역사 연구가의 ‘들어가는 말’로 책소개를 대신한다. [편집자]

‘김정은 시대 연구’를 출간한 지 일 년이 지났다. 원래 김정은 시대 연구를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분량이 너무 많아져 불가피하게 2015년까지밖에 다루지 못했다.

출간 이후 독자들로부터 김정은 시대 연구 Ⅱ 출간에 대해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김정은 시대 연구Ⅰ이 1990년대 중반에서 2015년까지 다루었으므로, 2016년부터 2022년 말까지 다루는 김정은 시대 연구 Ⅱ는 그다지 분량이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책을 써 가면 써 갈수록 원고가 늘어나고, 집필 기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지난 7년 동안 북의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한 북의 변화를 최대한 담아내려다 보니 책의 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연히 원고 집필 완료 시점도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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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제목처럼 김정은 시대에 대한 명실상부한 연구서로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능력을 초월한 욕심이었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북의 변화를 도대체 어떤 분석틀로 분석할 수 있겠는가?

사실 부끄럽게도 이 책은 제목처럼 저자의 연구 성과를 정리한 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연구서라면 마땅히 저자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놀랄 속도로 변화하는 북의 현실을 단지 그들의 눈으로 정리한 기초 자료에 불과하다. 나의 관점과 목소리를 최소화하고, 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놓자! 이렇게 함으로써 김정은 시대를 연구하려는 많은 연구자에게 1차 자료는 아니지만, 그래도 2차 자료로써 활용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의 있는 작업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으로 책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변화하는 북의 현실을 담아낸다 해도 저자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북의 변화를 추적했다.

첫째, 조선로동당의 지위와 역할이 높아져 가는 과정을 정리했다.

2016년 5월 36년 만에 7차 당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것이 갖는 의미를 추적했다. 7차 당 대회 이후 매해 최소 2차례 이상의 조선로동당 중앙위가 개최되고 있으며, 2021년 5년 만에 8차 당 대회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향후 5년마다 당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당 대회가 5년마다 열리는 것으로 정례화되었으며, 주기적으로 당 중앙위원회가 개최되고, 당내 각종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리면서 당의 모든 노선과 정책이 당내 제반 회의를 통해 투명하게 결정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북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찾아보았다.

둘째, 핵무력 완성 선언과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으로 부상해 나가고 있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군사 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 직결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분단체제는 미국의 압도적 군사적 우위에 기초한 한미군사동맹 체제 위에서 유지되어왔다. 그런데 미국의 압도적 군사적 우위가 무너지게 되면 분단체제를 유지해 오던 기본 축의 하나가 무너져 나갈 수밖에 없다. 북의 핵무력 완성 선언과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으로의 부상은 한반도 분단체제에 구조적 균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의 변화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 이전에 북의 핵무력 완성과 군사 강국으로 부상의 구체적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추적해 보았다.

셋째, 경제건설 총집중노선과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집중적으로 추적해 보았다.

핵무력 완성 이후 북은 핵무력-경제건설 병진 노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리고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을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 채택했다.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이란 당과 국가사업 전반을 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경제건설에 총집중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정책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점이 있다. 사상 최악의 경제제재가 지속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경제 강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이러한 수수께끼를 북의 경제 강국 건설 노력을 구체적으로 추적함으로써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넷째 우리국가제일주의 시대 담론의 제기 배경과 그 실천적 의미를 추적해 보았다.

북은 핵무력 완성으로 전략국가로 부상했다. 전략국가로 부상한 북은 우리국가제일주의 시대 담론을 제기했다. 왜 북은 이 시점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 시대 담론을 제기했을까? 그리고 그 실천적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 보았다. 그리고 이 담론이 제기된 이후 북 사회 전반의 사회적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다섯째 8차 당 대회 이후 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용어이다.

북에서는 현재 경제발전의 단계를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란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분야와 나라의 모든 지역,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이 동시적이며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에서는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을 제기했다. 북에서는 왜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제기하면서 새 시대 농촌혁명을 제기했을까? 이러한 의문에 해답을 찾으려 했다.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북의 최근 변화를 추적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책의 분량이 또 너무 많아져 버렸다. 저자의 무능 탓인가, 아니면 북의 변화 속도의 빠름 탓인가? 어쨌든 독자들께 송구할 따름이다. 하지만 현재의 북을 균형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저자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저자 박경순 우리역사 연구가는 1956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지만 2학년 때 중퇴하고 인천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1985년에 구속되었다. 석방된 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진보정당 운동에 매진했다. 1998년 영남위원회 사건으로 다시 구속되어 7년 형을 선고받고 4년 9개월간 복역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부소장, 2012년 통합진보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40년 만에 ‘역사학도’로 돌아와 고조선의 역사와 선사시대를 아우르는 ‘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 ‘새로 쓰는 고구려 역사’, ‘1930년대 이후 항일무장투쟁 연구1·2’, ‘현대 조선의 역사’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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