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노동탄압 꽃놀이패
노동계 분열 조장, 반대하면 노조 악마화

국민의힘 쪽에서 뜬금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창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이 노동탄압 기조를 유지해 온 터라 그 저의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보장’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동일한 사업장 내에 고용 형태나 소속 업체, 계약 상태 등과 관계없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는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간 차등 지급하던 임금 격차를 없애야 한다. 언뜻 보면 사용자에게 매우 불리해 보인다. 이 때문에 줄곧 사용자 측을 대변하던 국민의힘이 이런 개정안을 내놓은 진의가 의심받고 있다.

개정안의 허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갖는 원칙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몇 가지 허점이 발견된다.

우선, ‘고용 형태가 다른 근로자’를 명시함으로써 동일노동에 여전히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사용을 허용했다. 또한, 차별의 온상인 도급·위탁·용역·파견 등 간접고용을 인정해 하청노동자를 양산하게 된다.

다음으로 법안이 통과돼도 ‘동일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사용자가 동일임금이 적용되는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한 점도 주요한 결함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한 진짜 이유

국민의힘이 발의한 개정안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원칙이다. 이 때문에 몇 가지 허점을 이유로 노동계가 법안을 반대할 명분은 충분치 않다.

만약 양대 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이 법안을 반대하는 순간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의 차별을 선동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되기에 십상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개정안에 노동계가 무작정 찬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용자 측이 임금협상 때마다 ‘동일임금’을 빌미로 비정규직·하청노동자 임금을 협상 기준으로 제시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계가 노리는 임금의 ‘하향 평준화’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된다.

사실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동일임금’은 임금협상에서 노조 측의 임금인상 요구를 무력화하는 사용자 측 무기로 사용하기에 유용한 수단이다.

한편, 노동개혁을 화두로 노동탄압에 열을 올리는 정부·여당에 있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둘러싸고 노동계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의 분열을 조장할 수도 있고, 대기업 노조가 ‘동일임금’을 반대한다는 여론을 퍼트려 노조를 악마화하기도 쉽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는 일정한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일테면 노조의 ‘회계부정’ 여론을 띄워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하고, ‘채용 비리’가 있는 것처럼 호도해 건설노조를 폭력배로 몰아 유혈진압 하는 식이다. 고용노동부가 6월 한 달 동안 타임오프제(조합원 숫자에 따른 노조 상근자 배치)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도 같은 이유로 읽힌다.

검찰과 언론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은 점점 지능적으로 변해간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정권이 쳐 놓은 덫을 걷어내고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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