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다극화와 브릭스의 부각
-신냉전과 경제블록
-G7과 브릭스
-브릭스 경제의 부상
-한국 수출주도성장의 종말

1. 신냉전과 경제블록

트럼프 때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경제 봉쇄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경제전쟁으로 확대되었다.

기축통화와 금융화에 기반해 거품경제를 형성해 온 미국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 부채로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성장동력을 상실하였다. 이에 미국은 30년간 추진해 온 자유무역과 세계화 정책을 폐기하고 보호무역과 경제블록 정책으로 전환하여 무너져가는 경제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신이 만든 WTO를 마비시키고 시장경제에도 어긋나는 불공정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지원법 등으로 우방국의 산업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2. G7과 브릭스

현재 미국·서방 경제동맹의 중심축인 G7(Group of Seven)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 선진국의 모임이다. G7은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정상회담이 있다. G7은 오일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했으나 냉전시기 소련에 대항하는 경제블록의 역할을 하였다. G7을 축으로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미국EU무역기술위원회 등의 가치기반 경제동맹을 구축하였다.

한편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대변하는 경제공동체로 △반둥 회의 △상하이협력기구 △오펙 △아세안 △브릭스 등의 기구들이 존재하였다.

이중 브릭스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4개국이 모여 2009년에 출범한 경제협의체인데, 참가국인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영문 첫 글자 합성하여 BRICs라고 불렀고,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이 추가되면서 BRCIS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들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거대한 영토와 노동력, 풍부한 지하자원 등이 있어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5개국은 세계인구의 42% 이상, 세계 GDP의 26%, 전세계 외자유치액의 25%를 차지하는 세계경제의 중요한 신흥역량이다.

브릭스는 미국이 IMF와 세계은행을 통해 세계금융 질서를 좌지우지하는데 맞서 2015년 브릭스판 세계은행인 공동출자은행(NDB)을 중국 상하이에 설립하였다. 5개국이 100억 달러(약 13조원)씩 총 500억 달러(약 65조원)를 출자하여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나아가 브릭스 확대를 위해 중국이 제안한 ‘브릭스 플러스’는 미국 패권에 반대하여 남남협력, 연합자강을 실현하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현재 이란, 아르헨티나, 알제리, 이집트,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피지, 말레이시아, 태국 등 13개국이 브릭스 5개국과 연대하고 있다.

3. 브릭스 경제의 부상

세계GDP에서 차지하는 G7과 브릭스의 비중을 비교하면, G7 국가들의 GDP 합계가 1990년 66%를 차지하였는데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21년 46%가 되었다. 반면 브릭스는 동기간 8%에서 26%로 3배 이상으로 상승하였다.

▲세계GDP 중 G7과 브릭스 비중 (%) 자료 : 통계청 국제통계에서 재가공
▲세계GDP 중 G7과 브릭스 비중 (%) 자료 : 통계청 국제통계에서 재가공

위의 통계에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GDP에서 G7(미국 제외)의 비중은 1990년 40%에서 2021년 21%로 절반이나 감소하였다. 반면 브릭스(중국 제외)는 1990년 6%, 2003년 4% 수준에서 2021년 7%로 상승하였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 6개국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추락한 것이다.

▲세계GDP 중 G7과 브릭스 비중(미, 중 제외) (%) 자료 : 통계청 국제통계에서 재가공
▲세계GDP 중 G7과 브릭스 비중(미, 중 제외) (%) 자료 : 통계청 국제통계에서 재가공

세계GDP에서 미국과 중국의 비중도 크게 변화하였다. 1990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26% 대 2%로 13배 차이가 났는데, 2022년에는 24% 대 19%로 미국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이 78% 수준으로 추격하고 있다.

▲세계GDP 중 미국과 중국의 비중 (%)자료 : 통계청 국제통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재가공
▲세계GDP 중 미국과 중국의 비중 (%)자료 : 통계청 국제통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재가공

이는 한편에서는 미국의 정체와 G6 국가들의 몰락을,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과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실제 거시경제 연구회사 오크맥시컨설팅에 의하면 구매력 기준 GDP로는 이미 2020년에 브릭스(31.5%)가 G7(30.7%)을 넘어섰다.

남아공 외교부 Anil Suklal은 나이지리아, 니카라과, 멕시코, 바레인,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사우디아라비아, 세네갈, 수단, 시리아, UAE, 아르헨티나,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우루과이, 이란, 이집트, 인도네시아, 짐바브웨, 카자흐스탄, 태국,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 24개국 이상이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6월 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브릭스 외무장관 회담 이후 ‘다자체제를 촉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미국 일극 패권에 반대하여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개도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억압 조처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나아가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에 기반한 국제법을 수호하고 내정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분쟁을 정의와 국제법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무력으로 위협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영토 또는 정치독립 침범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외 국제관계에서 이중 잣대를 반대하며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명시되지 않은 그 어떠한 강제적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공동성명은 인민 중심의 국제협력을 핵심으로 세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사회, 경제적 발전을 촉진하며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으로 상의하고 공동으로 건설하며 공유하는 방법으로 세계경제 관리를 강화할 것도 강조했다. 이번 브릭스 외무장관들은 정치안보, 경제무역·재정금융, 인문교류 등 ‘3륜 구동’ 협력구도하에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북경동계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브릭스는 외무장관 회의에 이어 오는 8월 22~24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회원국 확대’, ‘달러 대신 지역통화 사용 확대와 브릭스 기축통화 모색’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4. 한국 수출주도성장의 종말

1990~2007년간의 연평균 실질 세계교역 증가율이 7%였는데 최근 10년간의 세계교역 증가율은 3.1%에 그쳤다. 이는 미국주도 자유무역에 기초한 세계화의 종말을 예고한다. 국제 무역에서 미국의 지위 하락은 금융세계화, 부채경제의 실패와 실물경제에서의 퇴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공급망 차단과 경제블록 등에서 핵심 산업의 자립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식 금융서비스보다는 에너지, 식량 등의 실물경제 자립이 중요하며 이는 브릭스 국가들의 강점이다. 나아가 소재·부품·장비 등의 자립도 중요한데, 제조설비와 범용기술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고, 첨단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등에서는 미국이 경제블록을 형성하여 중국의 접근을 봉쇄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 전쟁에서는 각 국가들의 실물경제 자립력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경제주권 여부가 핵심적인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경제침체, 미국의 경제블록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출증가율이 급락하고 있다. 1990~2007년까지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12.9%(경제성장률 6.3%)였으나, 세계금융위기 이후 2013년 1분기 ~ 2023년 1분기까지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2.4%이고 제조업 수출증가율은 2.0%에 불과하다. 수출증가율은 동기간 경제성장률(2.5%)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주도성장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30년 이상을 추진했던 수출주도성장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한국은 한미일 동맹에만 굴종하는 외교통상정책을 버리고, 브릭스에 가입하여 자주적인 통상정책에 나서야 한다. 이는 무역적자 해소, 새로운 시장 확장, 자립경제 강화 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분배정책으로 불평등을 해소하여 내수를 확장하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