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보다 근세에 마녀사냥이 더 많았던 이유
마녀사냥의 주 타깃은 왜 과부였을까?
집단 히스테리, 마녀사냥은 끝났나

12세기 무렵부터 기독교가 죄 없는 여성을 마녀로 몰아 수 십만명을 학살했다. 마녀사냥의 절정기는 근세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이 더 많았을 법하지만 그렇지 않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주춤하게 만든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나는 ‘피해자가 있어야만 고소가 가능하다’라는 게르만족 풍습이 영향을 미쳤다. 어차피 마녀에게 피해 본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자연히 마녀재판이 거짓 신고로 이루어졌거나 착각이란 인식이 자라났다. 이렇게 되어, 손가락질 한 번으로 쉽게 고소가 이루어지는 일은 점차 줄어들었다.

또 다른 계기는 785년 카롤루스 대제가 ‘사람을 마녀라고 믿고, 마녀라고 의심받은 사람을 불태워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파더보른 공의회 6항)라는 법령을 발표하면서다.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모는 마녀 사냥꾼이야말로 마녀를 인정하는 악인’이란 인식이 생긴 것이다.

이 덕분에 중세에는 마녀 혐의로 처형당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근세에 들어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이데올로기 전쟁이 격렬해지면서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당시 마녀사냥이 중세와 달리 주로 종교재판의 형식을 띤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가톨릭 개혁의 강경파에 의해 마녀를 300명 넘게 화형에 처한 사건(1616~1617년)도 이때 일어났다.

당시 마녀사냥의 주 타깃은 부잣집 과부였다. 가족은 없고 대신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진 여성들이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의사와 라이벌 관계였던 산파나 혹은 약초 관련 지식이 있던 여성도 걸핏하면 ‘마녀’로 둔갑했다.

마녀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무죄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마녀라는 자백만 받아내면 그 사람의 재산을 몰수할 수 있기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고문해서라도 자백을 받아냈다. 이렇게 처형된 마녀의 재산은 몰수되어 정치·종교 지도자인 영주·주교 등이 배분했다.

대기근과 흑사병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도 마녀 탓으로 돌렸다.

당시 소빙하기(小氷河期)를 맞아 식량 부족과 경제 악화로 인한 대기근과 전염병이 창궐했다. 또한, 개신교의 등장으로 종파 갈등이 격화해 30년 전쟁이 발발했다. 이후 교황의 세속 권력은 약화하고, 개신교 국가들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등 사회는 대혼란에 빠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다. 혼란스러운 사회를 쇄신하기 위해 불순분자를 걸러내자는 선동이 먹혀든 것.

위정자는 군중이 '사회 쇄신'의 거름으로 삼아 박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친숙하고, 물리적으로 폭행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찾아낸 것이 바로 마녀와 마법사였다. 이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함으로써 사회 안정과 통제를 시도했다. 이에 반기를 들면 여지없이 마녀사냥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렇게 마녀사냥은 종교의 이름을 팔아 부정한 재산을 축적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피지배층에 대한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공포를 조장해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개인적인 원한이나 경쟁자 제거 등을 합법화하는 데 이용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보고 있다.

마녀사냥이 자칫 광기 어린 무식한 폭력으로 비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당시 최고의 지성인이던 종교인과 정치인, 판사들이 뭉쳐서 체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래서일까, 이를 ‘마녀사냥’이 아니라 ‘마녀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17세기 유럽처럼 마녀사냥이 등장했다.

체제와 이념 대결이 격화하고, 경제는 악화하고, 민생은 위기에 빠졌다. 위정자의 사대 매국 행위가 세상에 드러났고, 법치로 위장한 독재 권력이 판을 친다.

정권은 이런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현시기 마녀는 민주노총, 시민단체 활동가, 86운동권 출신 등이다. 이들 악마화가 마녀사냥의 실체다. 사회 불안의 모든 책임은 이들에게 덧씌워진다. 이들은 마침내 '종북 좌파'로 낙인된다.

‘피해자’가 없어도 종북 좌파로 몰리면 마녀다. 21세기 한국은 중세만도 못한 사회로 변해버렸다.

마녀와 절대 가까이 말라. 당신도 마녀가 되기 싫다면 이들을 저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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