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재팬→차이나로 이어진 '싸구려' 역사
‘메이드 인’ 열풍 이후 경제 대국으로 성장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한때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는 ‘싸구려’ 제품의 대명사로 불렸다. 겉으론 좋아 보여도 ‘중국산’이라고 하면 왠지 ‘짝퉁’처럼 느껴졌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이렇게 ‘질 낮고 값싼’ 이미지로 굳어지자, 좋은 제품도 중국산이라고 하면 비싼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메이드 인 차이나’는 박리다매를 노린 장사꾼의 전유물이 되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만 그런 수모를 겪은 것은 아니다.

처음 ‘메이드 인’이 싸구려 제품의 상징이 된 것은 놀랍게도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USA)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유통되던 대부분의 공산품은 ‘메이드 인 USA’였다.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은 물론이고, 전범국 독일과 이탈리아 시장에도 미국산으로 도배됐다.

하지만 제품의 질은 형편없었다. 산업혁명으로 100년이나 앞서 공업국가를 실현한 유럽과 비교하면 전시에 유통된 ‘메이드 인 USA’는 그야말로 저질상품 그 자체였던 것. 그렇다고 전쟁통에 어쩔 방법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산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한때 싼 맛에 중국산을 사쓰던 것처럼.

‘메이드 인 USA’가 맹위를 떨친 시기는 사실 전쟁이 끝난 직후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은 미국의 마셜 플랜(유럽 부흥 계획)에 따라 지급된 달러로 싼 가격에 ‘메이드 인 USA’ 제품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 미국은 막대한 이윤을 남겼지만, 유럽 사람들의 머릿속에 ‘메이드 인 USA’는 질 낮은 ‘싸구려’ 제품으로 각인돼버렸다.

USA 다음으로 ‘메이드 인’ 명성을 이은 나라는 재팬(일본)이다.

1970년대 초 국제통화위기와 오일 쇼크가 겹치자, ‘메이드 인 재팬’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위용을 떨쳤다. 최대 장점은 값이 싸다는 데 있다.

컬러TV와 전축, 소형자동차 등 ‘메이드 인 재팬’은 낮은 실업률과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서구 시장을 점령해 들어갔다. 물론 이 과정에 극심한 빈부격차로 일본 사회가 몸살을 앓지만, 한때 일본이 ‘미국을 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메이드 인 USA’로 시작한 ‘싸구려’ 열풍은 ‘메이드 인 재팬’으로 이어졌고, 2000년대 들어 ‘메이드 인 차이나’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교롭게도 ‘메이드 인’ 열풍이 끝나기 무섭게 이들 국가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최근 ‘메이드 인 차이나’는 ‘싸구려’ 상품이라는 딱지를 뗐다. 곧바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과학기술 산업에까지 세계시장을 압도한다.

미국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메이드 인 차이나’ 이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0년 현재 세계 92% 국가의 교역량 1위 국은 다름아닌 중국이다. 1980년대는 그 지위를 미국이 차지했었다.

중국의 경제 대국화는 이제 시작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한물갔다’는 평가가 더 적절하다.

한국이 동맹을 맺는다면 과연 어느쪽의 손을 잡아야 할까. 아니, 적대 관계만은 만들지 말아야 할 국가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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