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기고]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

지난 2월 10일. 빈민 대표단체의 수장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위원장이 1심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가 진보민중을 적대시하며 공안탄압에 열을 올리던 시기에 구속된 최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옥중에서 서신을 보내왔다. 그 전문을 싣는다.[편집자]

▲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 그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 그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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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내내 화가 나고 분노만 끓어오릅니다. 윤 정부 1년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검사로부터 나오고 그 힘은 검사독재 정권에서 나온다”였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 우리 국민은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또 어떤 사고로 국가와 국민을 부끄럽게 할지 모르는 좌불안석의 1년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어서 차마 글로는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너무나 가슴 아프고 숨이 막혔던 이태원 참사, 국민과 국가를 팔아먹는 굴욕적인 대미·대일외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 나가야 할 정부가 한미일 편가르기로 러시아, 중국 등을 자극합니다. 한반도에서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북측과 주변국을 자극하며 국민을 전쟁 불안감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전쟁 연습은 긴장감을 돌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를 놓고 서로 으르렁대지만 서로의 경제적 이익이나 국익을 챙깁니다. 그러나 우리는 펴주기 경제외교로 국가 경제마저 큰 위기에 빠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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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 노동절, 노동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오면서 옥중에서도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악랄한 공권력으로 짓누르고 마치 사회정의를 실현한 마냥 떠들어대며 으스대더니, 이번엔 건설 노동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며 궁지로 내몰았습니다. 결국 억울한 노동자는 결백과 소명을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잔인한 윤석열 정권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윤석열의 하수인 원희룡은 정의의 칼을 쥔 개선장군처럼 노동자들에게 악마의 칼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몽니로 가득 찬 윤석열은 농민을 위한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민의 안전과 먹거리를 위협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한숨 쉬며,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는 안타까운 푸념이 하늘을 찌르는데, 윤석열은 대기업, 친재벌 정책만 펼치면서, 부자들의 곳간만을 채우며 배를 불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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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문제는 노동자와, 농민의 문제는 농민과, 도시빈민·노점상 문제는 이들 당사자와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차지한 지방정부는 불통의 중앙 정부를 따라 하듯 노점상 말살 정책만 내놓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노점’은 고용노동부에서 편찬하는 한국직업사전에 나와 있는 엄연한 직업 중 하나입니다.

노점은 가난한 이들이 먹고살기 위한 유일한 생계 수단입니다. 노점상에게 강제 철거는 생존권을 박탈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노점상들은 지난해 5만 입법 청원을 통해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의원 문성호(국민의힘)는 서울시 노점 조례를 발의해 노점말살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오세훈이 시행했던 노점관리대책, 즉 노점말살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점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불법 노점을 규정하고, 모든 노점상을 범죄시해 퇴출하려는 잔인한 꼼수가 있는 조례입니다. 노점상 단체 및 노점상이 배제된 채, 전형적인 일방통행식 정책을 발의해 노점상을 없애려는 것입니다.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지하철 탑승 투쟁을 하는 장애인, 여전히 시행사와 건설사가 짜고 자본의 배를 채우느라 강제철거 당하고 쫓겨나는 철거민... 윤석열 정부 1년, 도시빈민 정책은 한마디로 ‘0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정책, 그리고 사회 그늘진 곳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헌했지만, 공공주택 예산 삭감을 비롯해 오히려 취약계층 복지예산은 삭감됐습니다. 윤 정부의 거짓 정책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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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강남구청은 신연희 구청장이 부임하면서 가난한 노점상을 쓰레기로 표현했습니다.

구청과 노점상이 사전 합의한 내용이 있음에도 구청은 민원을 핑계 삼아, 약속을 파기하고 용역 깡패를 동원해 노점을 강제 철거했습니다. 무려 1년 동안 33억이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였고, 행정대집행 사전절차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백 명의 용역이 투입되는 불법적인 강제철거가 이루어졌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 집행임에도, 사법부는 무자비하게 공권력을 사용한 폭력과 불법행위는 전혀 살피지 않고, 생존을 위해 저항했던 도시빈민에게만 책임을 물었습니다. 저와 함께 민주노련 간부 6명을 구속했습니다.

이 판결은 ‘이 사회가 누구를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 판결입니다. 50억 퇴직금은 무죄, 살기 위한 처절한 저항은 유죄가 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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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되지 않은 옥중투쟁 기간, 짧은 시간이지만 같은 방 수용자들과 뉴스에 나오는 노동자 탄압, 굴욕외교, 미국과 일본의 만행을 이야기 나누고, 우리 민중들이 가져야 할 자세, 태도와 마음 등을 나누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갇혀 있는 몸이지만 전주 재선거 승리를 위해 전주에 있는 지인, 친구에게 편지로나마 노동자 지지 후보인 강성희 후보의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미약한 힘이지만 당선의 쾌거를 이뤄내 너무 기뻤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다 구속되어 오랫동안 옥중에서 고생하는 선배님들이 계십니다. 저의 이야기는 부끄럽기만 합니다.

저의 구속으로 민주노련 투쟁현장들이 다소 위축되고 힘이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위원장 구속의 부당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각 지역에서 더 단결하고 연대투쟁 하는 민주노련 동지들의 결의에 찬 투쟁을 이곳에서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윤석열 ‘규탄’이 아니라 ‘퇴진’을 공감하고, “더 이상 이대로 못 살겠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투쟁의 전선, 연대의 전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노점상들이 자주 쓰는 구호가 있습니다. 그 구호를 외쳐보고 싶습니다.
“민주노련 단결투쟁, 생존권을 쟁취하자!”
“투쟁하는 노점상이 단속에서 해방된다!”
끝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호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우리가 누구입니까. 노농빈, 진보정당,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부정과 부패, 아집과 독선, 불통에 빠져있던 박근혜를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끌어내린 장본인들입니다. 이미 수도 없이 도를 넘고, 국민 팔아먹고, 나라 팔아먹고, 민생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고, 공안탄압까지 일삼는 윤석열. 이 불통의 검찰독재 정권을 끌어내리는 것이 우리들의 책무입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습니다. 꿈이 없고 희망이 없는 나라를 커가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 하나 되어 힘차게 투쟁합시다.

사랑합니다. 동지들.

2023년 5월14일
서울구치소에서 최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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