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찬성 VS 반대
반대 측 주장 설득력 있나? 의료현실 살펴보니…

5월 12일은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간호사들은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을 “환영” 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단체는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이 정부로 이송되기 전날(3일) 부분파업 했고, 16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앞두고는 11일 2차 파업, 17일엔 파업의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을 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간호사들과 직접 만나 약속한 사안이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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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찬성 VS 반대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에 존재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한 법안이다.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명확히 규정했고, 적정 노동시간 확보 등 간호사의 처우개선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의사단체는 간호법 제1조(목적)의 ‘지역사회’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간호사가 병원 밖 ‘지역사회’로 영역을 넓혀 의사의 업무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단독개원 가능성)”고 주장한다.

* 간호법 1조(목적) :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의 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 간호사 업무 범위와 처우개선을 다룬 조항을 두고는 “(의사)역의 업무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한국노총 의료노련은 간호법을 지지하며 대통령의 빠른 공포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노련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직종이 조합원으로 가입된, 보건의료 노동자를 대표하는 가장 규모가 큰 노동조합(연맹)이다.

의료법은 있는데 간호법은 없다

파업을 예고한 의사들의 주장, 이들은 왜 반대할까?

사실은 이렇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의료기관 중심이다. 특히 의료기관 개설권이 있는 의사·한의사 등, 그리고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의사직역 중심의 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의료법 제정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간호인력은 엄청난 성장·발전을 이룩했다.

의료법(국민의료법)이 처음 시행된 1951년, 의료인 수는 1만 1천 명으로, 그중 간호사는 3500여 명이었다(의사 5,000명, 한의사 1,600명, 치과의사 800명).

70년이 지난 2021년, 의료인 65만 명 가운데 간호사는 46만 명으로 70%에 달한다(의사 13만명, 치과의사 3만 3천명, 한의사 2만 7천명). 지난 2022년 기준, 간호사는 48만 명으로 더 늘었다.

최초 법 제정 당시에 비해 간호인력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간호사 및 간호보조인력에 대한 별도의 법률은 없다.

간호 관련 법령은 현재 11개 부처 90여 개로 분산돼 있다.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는 간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그 기준이 되는 법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질병치료’에 머문 의료법… 간호법은?

의료법은 또, 의료기관에서의 ‘질병치료’에 관한 사항만을 중점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여기엔 지역사회 등으로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간호사 업무영역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간호사는 이미 의료기관 외에 ‘각 지역’의 보건소, 장기요양기관, 학교, 어린이집, 아동·장애인·노인복지시설, 산업체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에서 일한다. 초고령 사회, 간호인력의 사회적 돌봄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지역사회에서 국민 건강과 돌봄 업무가 더욱 중요해진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변화된 의료환경을 반영해 국민 간호와 돌봄을 책임지는 간호사의 지위와 역할을 법으로 규정하고 체계화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의 증가 등 우리 보건의료 환경이 급변한 만큼 간호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해 왔다. 대한간호협회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지만, 간호사는 개설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반대 측의 우려를 일축했다.

“간호사가 병원 밖 ‘지역사회’로 영역을 넓혀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의사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사직역 업무 침해? 현실은…

“직역 업무를 침해한다.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우려된다”는 것이 간호사법을 반대하는 의사 측의 주장이다. 반면 “간호사가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간호사들 주장이다. 확실히 둘 사이에 온도 차가 존재한다.

현실은 어떨까. 대표적인 예가 ‘PA’ 간호사다. ‘PA’는 ‘Physician Assistant’의 줄임말로 ‘의사 보조’ 혹은 ‘진료지원인력’을 말한다. 미국, 영국 등은 별도의 PA 면허가 있지만, 국내는 의사가 부족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의사를 대신해 절개, 봉합, 수술기록지 작성, 대리처방 등의 의료행위를 대신 한다. 이들을 ‘PA’라고 부르지만 의료법상엔 명칭도 없고 불법이다. 그래서 PA 간호사를 채용한 병원은 이를 숨긴다.

현실이 이런데, 현행법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이를 명확히 하자는 요구가 반영돼 이번에 간호사법이 제정되었다.

간호법 제정안은 10조 2항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간호법은 4차례 국회 심의과정을 거치며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거나 위헌적 요소가 없다는 검증 과정을 밟기도 했다.

간호사들에겐 불법 논란에 대한 법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간호 업무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는 데 의의가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주요 선진국에서 간호사 1명이 환자 5~7명을 돌보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은 16.3명, 중소병원은 무려 43.6명을 돌보고 있다.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15%로 전체 산업군의 3배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간호법 제정은 간호인력 문제 해결의 소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초고령 사회에, 건강과 노후를 지키는 간호와 돌봄에 간호법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의료노련은 “당연히 제정되어야 할 간호법이 왜 직역 간 갈등으로 심화되고 또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지” 의아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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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21년 3월 국회에 제출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지만,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에서야 겨우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또 1년이 지난달 27일, 본회의 문턱을 넘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야가 모두 약속한 법안임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국민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간호법 제정을 부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간호법이 강행될 시 재의요구권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반발했다.

“정부와 여당이 의사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꾸고,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간호법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겁박”하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또한번 거부권을 행사할지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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