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이 준비한 재일 조선학교 정치적 탄압
‘4.24교육투쟁’ 75주년, 윤석열 정부 ‘대일굴욕외교’ 규탄

“여기,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조선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가면서 지하철역에 게시된 ‘조선인 죽이기 모임’ 현수막 낙서를 본다. 지하철에서 한 일본인 남성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발을 짓밟는다. 학교에 협박 전화가 오는가 하면, 교문 앞에선 극우세력들이 조선인 혐오 집회를 벌이기 일쑤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해방이 되자, 고국으로 돌아올 날을 꿈꾸며 조선학교를 세우고 민족교육을 실시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의 말과 글, 역사를 가르쳤다.

▲ 도꾜조선제2초급학교 학생들(2018)
▲ 도꾜조선제2초급학교 학생들(2018)

4월 24일은 재일동포와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의미가 깊은 날이다. 일본 전역에서 4.24교육투쟁이 벌어진 날. 해방 이후 1948년, 미 연합사령부와 일본당국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반발해 재일동포들은 민족교육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이는 ‘전후 일본 최대의 대중운동’이라 명명되고 있다.

1948년 조선학교 폐쇄를 시도했던 일본 정부는 75년이 지난 지금도 조선학교를 차별하고 탄압한다.

4.24교육투쟁 75주년이 되는 올해, 일본이 식민 지배와 강제동원 역사를 부정하고 시기, 조선학교를 탄압하는 일본정부를 향한 규탄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더해 ‘조선학교 교육권 보장’, ‘재일동포 차별 중단’을 외쳐온 단체들의 입에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굴욕외교를 펼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분노까지 폭발했다.

▲ 21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조선학교 차별 중단과 고교·유보 무상화 적용’ 417,차 금요행동. 문병모 전교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21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조선학교 차별 중단과 고교·유보 무상화 적용’ 417,차 금요행동. 문병모 전교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조선학교 탄압, 미·일이 준비한 정치적 탄압

‘조선학교 차별 중단과 고교·유보 무상화 적용’을 요구해온 일본대사관 앞 금요행동이 417회 차를 맞았다.

문병모 전교조 부위원장이 대한민국의 교육법을 짚으며 일본의 차별교육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의 종류를 초등학교, 중학교·고등공민학교·고등학교·고등기술학교, 특수학교, 각종학교로 구분하고 있다. 특수학교는 장애인을 위해 설치한 학교이며, 각종학교는 외국인학교, 대안학교를 포함한다. 이들 학교에 차별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모든 교육적 혜택과 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도가 대부분 일본의 제도를 본 따온 것이기에, 일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달랐다.

2013년 2월 20일,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고교무상화 제도 적용과 관련해 일본의 각종학교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 중 조선학교만을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배제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쳐 조선학교에 대한 ‘교육보조금’의 지급을 정지하거나 중지시키는 등의 노골적인 차별로 이어졌다. 2019년엔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제도에서조차 조선학교 유치반을 제외시켰다.

문 부위원장은 또, “교육투쟁의 배경이 된, 미 연합사령부와 일본 정부의 민족학교 탄압은 준비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조선인의 투쟁이 승리하자마자 그날 밤 일본 효고현 군정부는 전후(戰後) 유일한 ‘비상사태 선언’을 발표하고, 지사가 서약한 사항을 모두 무효화하고 탄압했다”면서 “남한의 단독선거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탄압이 시행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 동포방문단을 위한 조선학교 학생들의 환영공연(2018)
▲ 동포방문단을 위한 조선학교 학생들의 환영공연(2018)

조선학교 차별, “민족 탄압·국가폭력”
윤석열 대일외교, “우리 민족 투쟁에 대한 폄훼”

이날 금요행동엔 “4.24교육투쟁이 벌어진 1948년과 지금 우리 모습이 너무 비슷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일본정부나 한국정부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으로 정한 것도 무시하면서 한미일 동맹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

문 부위원장은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라는 차별 대상을 만들어, 법적으로 보호해 줘야 할 학생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차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대법원판결을 지키기는커녕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제3자 변제라는 얼토당토않은 방식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처리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금요행동 참가자들은 “식민지배로 일본에 살게 된 재일동포들에게 사죄나 존중은 못 할망정 일본정부가 행하는 차별정책은 단순한 차별이 아니다. 우리 민족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며, 민족교육을 말살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노골적인 차별은 치졸하고 파렴치한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식민지배,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군사대국화에 나서는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대일굴욕외교는 일본의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 온 우리 민족의 수많은 투쟁을 폄훼·훼손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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