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출범할 때부터 청년 갈등 조장하더니…”
-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윤석열 정부”
- “노사 합의로 가능?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부터 조사하라”
- 포괄임금제… “또 잘못 짚은 정부”

“우리는 만난 적 없다.”

청년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청년팔이' 행태에 분개했다.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간 개편안에 청년들이 왜 반대하는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청년 노동자의 의견을 듣는답시고 간담회를 하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청년만 선별·편향적으로 만난다는 지적이다.

6일, “이정식 장관과 만나겠다”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공개토론회 자리를 만들고 장관을 정식 초대했지만 이 장관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이 서울 고용노동청에서 기습항의행동을 벌였다. [사진 : 뉴시스]
▲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이 서울 고용노동청에서 기습항의행동을 벌였다. [사진 : 뉴시스]

‘이정식 장관 없는 토론회’에 쏟아져 나온 청년들의 분노 포인트를 4가지로 정리했다.

포인트 1> 갈등 조장… “정부 출범할 때부터 갈등 조장하더니…”

김 식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갈등 조장 정부”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노총과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MZ노조) 구분해 청년 노동자를 갈라치며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 이 장관은 주69시간제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MZ노조 청년 조합원들과 여러 차례 만났다. 그러나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은 예외였다.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은 이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를 찾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 피케팅을 벌였다. 당시 이 장관은 현장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민주노총 청년과 면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엔 불참을 통보했다.

김 대표는 “선거 때는 여성 청년과 남성 청년을 나누며 재미를 보고, 젠더갈등·세대갈등·지역갈등·노노갈등, 심지어 색깔론까지 온갖 차별과 배제, 혐오를 끌어들여 정권을 잡더니, 이젠 청년을 위한 정부인 양 행세하면서 민주노총 소속 청년 노동자는 무시하고 청년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자신의 편에 서지 않으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고, 청년세대를 철저히 이용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포인트 2> 장시간 노동…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윤석열 정부”

경기도 일자리재단에서 일하는 공공서비스 노동자가 ‘현실 노동시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공공부문이 이럴진 데 사기업은 어떻겠는가?”라는 한숨이 뒤섞여 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은 ‘경기도와 도내 시·군, 교육청, 중앙정부 등 공공·민간·유관 기관과 협력해 양질의 일자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업무를 담당한다. 그는 “업무를 집으로 가져가거나, 근태 확인 지문을 찍지도 않고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는 총인건비 제한으로 인해, 법에서 정한 주52시간 이내로 야근을 하더라도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고발했다.

금천 수요양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는 청년 노동자는 “뇌혈관질환 또는 척수손상 환자분들의 재활을 위해 하루 8시간 일한다. 30분 간격, 하루 12명~18명까지 꼬박 8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루하루 지쳐 쓰러지기 일쑤다. 환자를 재활하면서 허리디스크에 목 디스크, 어깨·손목 통증까지 내 몸이 망가져 간다”고 토로했다.

그리곤, “정부가 69시간제를 내놨을 때, 그나마 그럴듯하게 포장된 논리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장기휴가도 가능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논리도 없고, 설득력도 없어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공개토론회 이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부’를 향한 비난 댓글이 난무했다.

“노동부 장관부터 먼저 69시간 일하는 모범을 보여라.”, “탁상행정만 하지 마시고. 직접 몸으로 부대껴보고 말을 합시다.”

포인트 3> 노사 협의로 가능?…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부터 조사하라”

정부는 주69시간제가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마치 합리적인 합의와 시행이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중소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대표가 노동자를 대변할 수 없는 처지다.

“제가 있는 병원에서도 노동조합 생기기 전까지 근로자 대표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대표가 누군지 질의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의를 제기하려 하면 소위 ‘찍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런데도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운영이 가능할까?”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은 분기별로 노사협의회를 시행하고 그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사업장의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고용노동부는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게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 합의에 대한 법적 이행 권한이 뒤따르지만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있다. “노동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교묘히 피해 가면서 장시간·공짜·편법 노동을 착취하는 사업주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포인트 4> 포괄임금제… “또 잘못 짚은 정부”

“악의적인 포괄임금이 낳은 공짜노동”, “포괄임금제 폐지 위해 투쟁할 것”

정부는 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해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실제 근무한 시간과 관계없이 매달 연장·야간·휴일노동시간(시간외근무) 등을 정해두고 이에 상응하는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이를 적용할 경우,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이나 대체 휴무가 없다는 뜻이다.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을 해도 그림의 떡이다.

이정식 장관은 “포괄임금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노동시간 개편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포괄임금 폐지로 무마할 수는 없어 보인다.

유념할 것이 있다. 포괄임금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없는 계약 형태라는 것. 그러나 법원의 판례로 인정된 경우다.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기준법에 견줘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경우 등에만 포괄임금 약정에 따른 임금 지급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현실에선 부당한 방법의 포괄임금 약정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발표한 ‘2020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 2,522곳 가운데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한 사업체가 37.7%에 이르며, 사무·관리직의 경우 이 비중이 79.6%에 달한다.

포괄임금 폐지는 근기법에 없는 법의 원칙을 지키는 문제이지, 노동시간 유연화와 연결 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포괄임금 형태로 임금이 지급된 사업체는 주 최대 52시간제 시행(2018년) 전인 2015년 42.8%, 2017년 48.3%로 이미 만연한 계약 형태였다.

청년들은 “추가근무수당을 주지 않고 공짜·편법 노동을 만연하게 포괄임금제가 폐지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및 청년단체, 정당소속 청년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 공개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및 청년단체, 정당소속 청년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 공개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청년 노동자들도 이미 장시간 노동의 위험성을 수없이 경험했다.

2017년 넷마블에서 주당 78시간에서 89시간 일한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2020년 10월 쿠팡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사망한 청년 노동자는 만 27세로 태권도 공인 4단의 건강한 청년이었다.

최근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더라도, 이미 청년 3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번아웃 증후군(탈진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통신사 콜센터 노동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다음 소희’. 청년 노동자들은 또 다른 소희가 되길 거부한다.

노동부는 노동시간 개편에 대한 현장 의견 수렴에 속도를 낸다며 “곧 대국민 설문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편에 서지 않으면 차별하고 배제하고, 해결책도 잘 못 짚는 정부가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서 이를 제대로 해석하고 신뢰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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