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체제대결로 치닫는 신냉전 정세
역사 왜곡과 공안 정국의 상호 관계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과거 5.18 관련 발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의 질의에 “(내가) ‘북한군’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고,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가 배제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발언이 아니라 의도된 역사 왜곡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당선된 김재원 의원이 전광훈 목사와의 대화에서 “(5.18정신 헌법 반영은) 불가능하고 반대한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사실 5.18 정신  헌법  반영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만이 아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직 선거차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4.3이 북한의 지령에 의해 촉발됐다”며, “대한민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5.10 단독선거를 반대하기 위해 당시 남로당에 전 국민 봉기를 지시했다”라고 주장했다. 악랄한 역사 왜곡이다.

당시 신탁통치가 끝나면 미군과 소련군이 각각 철수하기로 한 것은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이고, 5.10 단선을 반대해 남북 동시선거 실시를 촉구하는 시위는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그 시위를 주동한 사람이 바로 김구 선생이었다.

미군 철수와 5.10단선 반대를 위해 북한이 4.3봉기를 지시했다는 태 의원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보여준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신하는 것도 그렇다. 돈도 돈이지만 일본 전범 기업이 배상을 거부한 것은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한국 정부가 동조한 셈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역사 왜곡에 집요하게 매달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은 왜 역사 왜곡에 집착할까?

윤석열 정권의 역사 왜곡은 신냉전 정세가 갖는 첨예한 체제대결과 관련 있다.

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도 체제대결을 동반한다. 체제대결은 적을 악마화하는 것과 동시에 국가 간 동맹의 명분이 필요하다. 체제대결이 격화해 임계점을 넘으면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탈냉전 이후 체제대결이 사라진 지난 30년 동안 국제사회가 국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대결 구도에 복잡성이 생긴 데 있다. 한반도만 하더라도 4차례나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됐으며, 사회주의 중국과의 교역량이 동맹국 미국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런 조건에서 체제대결을 내리 먹이려다 보니 ‘역사 왜곡’이요, ‘공안 정국’ 조성이요 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특히 ‘자유 가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려다 보니 일본의 과거사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은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위해 과거사를 부정하는 매국노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무한체제대결로 치닫는 신냉전 질서는 윤석열 정권으로 하여금 역사 왜곡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역사 왜곡이 동맹의 명분이라면 공안 정국은 적을 악마화함로써 체제대결의 첨예성을 보장한다.

최근 때아닌 간첩단 사건이 속출하고 윤석열 정권이 대북 적대정책을 노골화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과 언론을 동원해 “민주노총 압수수색에서 윤석열 탄핵을 선동하는 북한 지령문이 대량 발견됐다”느니,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 제주의 ‘ㅎㄱㅎ’,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느니, “북한 언론인이 미국 동포사회에 침투해 북을 찬양하는 활동을 했다”느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흘려 위화감을 조성한다. 아울러 5.18광주와 제주4.3에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반북 여론을 조장하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 개선에 싹을 자른다.

요컨대 미국의 신냉전 전략이 계속되는 한 미국을 추종하는 윤석열 정권은 역사 왜곡과 공안 몰이를 절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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