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학살, 개인범죄로 몰고가는 일본
국가에 의한 집단학살로 밝혀지면 공소시효 없다

유기홍·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
▲유기홍·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간토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100명 의원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오는 9월이면 간토학살 100년을 맞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도 책임 회피에만 여념 없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나서 진상을 규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국회의원 100명이 8일 ‘간토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간토학살은 일본 정부의 교활한 거짓 정보 유포가 원인이 된 사건이다.

1923년 도쿄 일원의 간토 지방에 발생한 지진으로 민심이 동요하자,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정부 여론을 돌리기 위해 재일 조선인에 대한 거짓 소문을 유포한다.

당시 일본 내무성이 각 경찰서에 하달한 내용 중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가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내용을 일부 신문이 사실확인도 없이 보도했고, 처음 보도보다 더 과격한 유언비어들이 아사히 신문, 요미우리 신문 등 여러 신문에 다시 실림으로써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거짓 소문이 각지에 나돌았다.

이에 일본 경찰과 연결된 자경단이 곳곳에서 불심검문을 하면서 조선인으로 확인되면 가차 없이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들 자경단은 죽창이나 몽둥이, 일본도 등으로 무장했고, 일부는 총기도 소지했다. 이렇게 죽어간 조선인이 6천여 명에 이른다.

간토학살은 2017년 개봉한 영화 ‘박열’에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1923년 간토학살사건을 당시 유언비어를 그대로 믿고 살인을 저지른 개인들의 범죄로 치부하면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더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강변한다.

일본이 간토학살을 애써 개인범죄로 몰고 가는 이유는 이 사건이 국가에 의한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되면 공소시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죄는커녕 책임 회피를 위해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 일본 정부의 파렴치한 행태를 여실이 보여준 사건이다. 이번에 발의된 ‘간토학살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강제동원 피해자에 일본 전범기업 대신 배상금을 내겠다고 나선 윤석열 정부가 간토학살 특별법에는 어떤 태도로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간토학살 100주기, 이제는 한국 국회가 나서야 한다.

올해는 일본에서 일어난 간토대지진 당시에 수천여 우리 동포들이 학살당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1923년 9월 첫 주에 자연재해를 빌미로 허위사실을 정부의 공식발표로 삼아 계엄령을 발포해 조선인 6천여 명과 중국인 750여 명이 학살당한 참극이 발생했다.

일본 의회는 국가책임을 물어왔고, 일본 정부는 국가책임을 회피해 왔다.

일본 의회 위원들은 1923년부터 현재까지 간토학살에 관한 국가책임을 물어왔다. 1923년에는 다부치 토요키치 의원(田淵豊吉)과 나가이 류타로(永井柳太郎)의원은 간토학살의 정부관여를 묻자, 야마모토 곤베에 총리대신은 ‘지금 조사 중에 있어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간토학살에 대한 일본 국가의 책임을 묻는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자 2015년부터 가미모토 미에코(神本 美恵子)의원은 1923년 ‘조사 중에 있다’고 한 사실을 들어 ‘정부의 「조사」와 「결론」 그리고 「구제조치와 배상」 등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였다. 2016년에는 ‘사실관계를 파악할 자료가 없다’고 한 아베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은 다시로 가오로(田城 郁)의원은 조선인과 중국인 등의 학살에 정부가 관여했다고 기록된 정부기관의 자료와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고이즈미총리에 보낸 권고문을 수령한 부처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가 무엇인가 따져 물었다. 아베총리가 정부가 인정할 수 있는 자료 속에 조선인과 중국인 등을 학살한 자료가 없어 답변할 수 없다고 하자, 2017년 아리타 요시후 의원은 “총리가 회장으로 되어 있는 중앙방재회의의 전문조사회가 조사하여 작성한 「1923년 간토대지진 보고서」에 조선인 학살에 일본 정부가 관여한 기술이 있음”을 상기시키자 아베총리는 “중앙방재회의 「보고서」는 전문가들이 집필한 것이기에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로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대답했으며, 유감표명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도 지금까지 정부의 유감표명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 전국 유포에 관한 책임, 계엄령으로 인해 조선인이 검속의 대상이요, 문제시 즉결처분의 대상이 된 상황을 만든 책임, 계엄군과 경찰에 의한 학살의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책임을 면하고자 온갖 요설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간토학살 100년, 이제는 한국 국회가 나서야 한다.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재일 동포들은 내란범의 후손으로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아오며, 진실규명을 통해 스스로의 명예회복을 위해 긴 세월동안 자료를 모으고, 증언을 기록하고 추도비를 세우며 10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정치인들에게 있다. 간토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에 동참한 100명의 국회의원들은 이 중차대한 시대적 책무를 받아들인 것이기에 감사드린다. 이 법안은 여야의 정쟁의 대상이 될 것도 아니고,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을 일도 아니다.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연구자들의 연구성과가, 증언과 이를 뒷받침할 사료를 근거로 일본변호사연합회가 일본의 국가책임을 인정할 것을 권고하고, 정부의 배보상 조치를,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를 권고한 바가 있어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 특별법 발의에 참여하신 1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특별법 제정이 확정될 때까지 더욱 분발해 주시기를 호소한다.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는 간토제노사이드를 밝힐 특별법이 발의되었음을 세계 시민들에게 알리고, 법제정이 될 때까지 그리고 일본에서의 민족차별이 사라질 때까지 강한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 <간토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한일 시민들과 전 세계시민들이 함께 서명운동을 전개해 갈 것이다.

- 간토학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국가책임을 묻는 일에 남과 북의 다양한 조직들을 통해 공동성명서 채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일본 정부의 간토학살 역사 지우기와 재일 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근절을 위해 세계시민들과의 국제적 연대를 단단하게 구축해갈 것이다.

2023년 3월 8일

간토학살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공동발의 의원 명단 (100인)

강득구·강민정·강은미·강준현·권인숙·김경만·김경협·김교흥·김두관·김민기·

김상희·김성주·김성환·김승남·김영주·김영진·김영호·김용민·김정호·김주영·

김철민·김태년·김홍걸·김한규·김회재·노웅래·도종환·류호정·맹성규·문정복·

문진석·민형배·민홍철·박광온·박 정·박주민·박찬대·박홍근·배진교·서동용·

서영교·설 훈·소병훈·송옥주·송재호·신동근·신정훈·심상정·안민석·양경숙·

양정숙·양향자·어기구·오영환·용혜인·우원식·유기홍·유정주·윤건영·윤관석·

윤미향·윤영덕·윤영찬·윤재갑·윤호중·이동주·이명수·이병훈·이성만·이수진·

이수진(비)·이원욱·이종배·이재명·이재정·이정문·이탄희·이학영·인재근·임오경·임종성·임호선·전용기·전재수·전해철·전혜숙·정춘숙·조승래·조정훈·주철현·

천준호·최기상·최인호·최종윤·최혜영·한병도·한정애·허 영·홍성국·홍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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