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대지 위에 매국의 독버섯이 솟아오르고, 새봄의 푸른 하늘에 친일의 미세먼지가 자욱하다.

국권을 짓밟힌 나라의 백성은 길가에 버려진 개만도 못한 신세인가. 대법의 판결로도 얻을 수 없는 배상이고, 95살의 나이에도 받을 수 없는 사과이며, 31년 외로운 저항의 세월로도 외면당하는 서훈이라면 도대체 이 나라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일제강점의 나날에 뼈와 살을 도륙당하고 이제 돌아와 인생의 석양길에 선 촌로들의 그 조그마한 인권 하나를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가 무엇에 필요한가.

일제에 유린당해 한 생이 망가진 피해자들도 “우리가 거지냐? 누가 그런 돈 달라고 했나”며 절개를 지키는데, 일본 기업의 범죄를 대신 책임지려는 윤석열 정부를 어찌 일본 정부라 부르지 않을 수 있는가.

5분 밖에 되지 않은 짧은 3.1 기념사, 희대의 친일선언이었지만 국민 눈치 보느라 강제동원 문제는 뒤로 미루었다고 생각했다. 피해자의 염원과 국민의 힘이 연기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일제가 과거의 군국주의 국가에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로 변했다고 망언할 때 제꺽 알아봤어야 했다.

5분의 짧은 연설이 일제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밀어붙이겠다는 신호탄인 줄 누가 알았겠나. 따져놓고 보니 굴욕이든, 매국이든, 친일이든, 졸속이든 그것은 윤석열의 신념이었다. 누울 자리가 있어야 발도 뻗을텐데, 이 땅에 인권이 머물 자리, 자주가 설 자리는 없었다.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따로 있었고, 나라를 지키는 백성 따로 있었다. 임진왜란 때 임금은 도망가고 백성은 피를 흘렸다. 박정희가 팔아먹은 식민지 배상을 바로잡은 것은 힘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고, 일그러진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워온 것은 국민이었다.

그러나 민초들이 선잠을 자고, 오돌오돌 떨며 힘겹게 쌓아놓은 자존의 돌탑이 또다시 짓뭉개져버렸다.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매국노들은 떵떵거리고 산다.

미래청년기금이라고? 청년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붙이지 말라. 양금덕 할머니가 강제동원 되었을 때 12살 꽃다운 나이였다. 조선의 꽃다운 청춘들이 일제의 대포밥, 총알받이로 징용당하고, 성노예로 끌려다닌 피눈물의 세월이었다.

일본과 함께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한다고? 지금 일본이 벌이는 일이 반격능력 확보, 군비확충, 군국주의 부활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제일 밑바닥에 한국을 갖다 붙이자는 수작이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다시 한반도와 아시아에 대한 재침략의 야욕을 불태우는 지옥문이 열리고 있다. 그 전쟁굿판을 짜는데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것이 강제동원 ‘제3자변제’ 해법 아닌가? 이 전쟁판에 현재와 미래의 청년들이 또다시 80여 년 전 전쟁 때처럼 다시 끌려나갈 판이다. 그런데 일본 경단련 ‘미래청년기금’이라고? 친일을 하지 못해 환장한 자가 아니고서야 어디 감히 이런 안을 내는가? 국민들을 멍청한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감히 입에나 올릴 안인가.

한때 잠시 그가 고초도 감내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칼잡이 검사인줄 알았다. 그가 검찰제일주의자인 줄 알았을 때도 뭐라도 할 줄 알았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쳐대니 인권만은 소중이 여길 줄 알았다. 물가대책이 없다고 할 때도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 줄 알았다.

부자감세할 때부터 불안했다. 선제타격 일전불사할 때부터 위험스러웠다. 화물연대, 건설노조 때려잡을 때 선을 넘기 시작했다.

3월의 그날. 그가 매국노인 줄 너무도 늦게 알았다. 이제 권좌를 틀고 앉았으니 힘 좀 쓰는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다 안다. 길가는 어린애도 다 안다. 그 뒤에 신냉전을 추구하는 미 제국의 마수가 어른거린다는 것을.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뒷바라지로 집권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을.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가.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고, 이승만은 없는 나라도 팔아먹은 것이 매국의 역사인데, 이 계보를 완벽하게 계승한 것이 윤석열 검찰파시스트 일당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3월이다.

국민과 싸우려는 자의 종말을 우리는 안다. 군주시대에도 민심은 천심이었다. 민심의 노도가 배를 뒤집어 엎는 것이 역사이다. 이승만은 하와이로 쫓겨갔고, 박정희는 총맞아 죽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감옥에 갔고 이명박, 박근혜 역시 철창신세를 졌다. 이제 누구 차례인가.

우리 국민은 어젯날의 국민이 아니다. 빼앗긴 들에는 반드시 항쟁의 봄이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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