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사무총장,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체포… “간첩만들기” 규탄
윤 ‘양곡관리법 거부권’ 앞두고 농민 저항 기름 부어

윤석열 정권의 공안탄압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700여 명의 경력을 동원한 요란스러운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이어, 빈민단체 대표자를 공안 정국 속에 구속한 윤석열 정부. 이번엔 농민단체 사무총장과 진보정당의 지역 대표자를 잡아 가뒀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총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강제 연행했다.

윤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의 목소리를 탄압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간첩 만들기”를 한다는 규탄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오전 제주시 모처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사진 : 진보당 제주도당]
▲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오전 제주시 모처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사진 : 진보당 제주도당]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연행자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조차 가로막고 마구잡이 조사를 하는 기막힌 상황”이라고 개탄하며 “정부와 국정원이 가짜 간첩 만들기에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들이 ‘가짜 간첩 만들기’에 나선 이유는 “3월경으로 예상되는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 심판을 앞두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 그리고 1년 뒤 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둔 국정원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은 기습적인 강제 연행도 모자라, ‘주말’이라는 이유로 변호사 접견조차 가로막았다. 그리고, 모두 잠든 일요일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다음 날(월요일) 오후에 구속적부심을 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보수언론은 연행 관련 상황이 알려지기도 전 피의사실을 대대적으로 유포했다. “수사기관과 보수언론에 의한 ‘간첩 만들기’ 연극 연출”이라는 비판은 이 때문이다.

윤, ‘양곡관리법 거부’ 앞두고 농민단체 저항 잠재우기

국정원은 전농이 올해 전면적인 ‘반윤 투쟁’을 결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농 간부에게 국보법 굴레를 씌웠다. 전농은 지난 7일 대의원대회에서 “농민생존권 투쟁이 곧 반윤 투쟁”임을 선포하고 윤석열 정부에 맞서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농민기본법 제정 등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쌀값부터 양곡관리법까지 정부의 농업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전농을 두드려 패고,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 2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농 사무총장,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즉각석방 촉구' 기자회견. 하원오 전농 의장은 "윤석열 정부를 무너트릴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 2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농 사무총장,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즉각석방 촉구' 기자회견. 하원오 전농 의장은 "윤석열 정부를 무너트릴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또다시 거부권 행사를 입에 올렸다. 이번 농민단체 간부 체포가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시 230만 농민들의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탄압’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전농 역시 “탄압으로 투쟁을 위축시키려는 얄팍한 속셈”이라고 일갈했다.

하 의장은 “비료, 사료, 기름값 안 오른 게 없고, 식료품값, 농산물값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성난 농민과 국민의 폭동에 직면할 것 같으니, 정부가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을 순차적으로 잡아가고 있다”면서 “역대 어느 정권도 농민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살아남은 정권은 없다”고 경고했다.

전면적인 ‘반윤 투쟁’ 결의를 이미 마친 전농은 투쟁의 고삐를 당겼다. 예정된 투쟁계획을 준비하는 한편, 각 도연맹은 지방검찰청과 국정원 각 지부 앞에서 규탄 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와 국정원이 식량주권과 농민, 농업을 지키며 활동한 농민단체 사무총장을 체포하면서, 농민들의 투쟁 결의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 안재범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은 "검찰독재, 공안조작쇼"라고 규탄했다.
▲ 안재범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은 "검찰독재, 공안조작쇼"라고 규탄했다.

국정원은 공당인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도 연행했다. 안재범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은 “내년 총선과 정권 연장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검찰 독재, 공안 조작 쇼”라고 규정했다.

“10년 전 박근혜 정권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터트려 온 사회를 공안정국으로 몰아넣었지만 ‘내란음모’는 없었고 ‘RO’도 없었다. 박근혜 때처럼 무능한 윤 정권이 기댈 것 역시 공안탄압밖에 없기에 진보진영에 간첩 굴레를 들씌우려 한다”고 규탄했다.

진보시민단체들은 ‘간첩 만들기’ 조작 사건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전농 탄압, 진보당 탄압은 곧바로 민주노총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모든 일하는 국민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민주노총은 정부의 실정을 공안탄압, 간첩조작으로 무마하려는 윤 정권과 이미 싸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황인근 한국기독교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은 “전형적인 공안몰이로 국민을 겁박하는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 앞에 종교인들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목요기도회를 십수 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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