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독가스 열차 탈선’과 함께 이탈한 워싱턴의 안보관(2023-02-15)

최근 미국에서 독성이 강한 가스 ‘염화비닐’을 실은 열차가 탈선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는 고도 1만m 상공에 떠 있는 몇 개의 ‘미확인 비행물체’에만 집중한 채, 자국민이 겪고 있는 독가스 위협에 대해선 본체만체했다. 이는 오늘날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번역자주>

▲ 2월 3일(현지 시각) 밤 미국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주 경계에서 독가스를 실은 화물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 화물차의 연쇄 탈선과 화재로 수십 대의 화물열차가 불에 탔다. 사고 후 유조 화물차량에서 독가스가 방출되어 검은 연기와 화염이 사고 현장 상공으로 치솟았고, 주민들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 2월 3일(현지 시각) 밤 미국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주 경계에서 독가스를 실은 화물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 화물차의 연쇄 탈선과 화재로 수십 대의 화물열차가 불에 탔다. 사고 후 유조 화물차량에서 독가스가 방출되어 검은 연기와 화염이 사고 현장 상공으로 치솟았고, 주민들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차 탈선으로 인한 유독성 화학물질의 대량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열흘 가까이 지난 지금, 이를 보도한 기자가 체포되어 미국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트위터의 ‘뜨거운 검색어’가 되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것은 '끔찍한 환경 재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심지어 언론인들은 '오하이오 판 체르노빌'이라고 불렀다. 그런 동안에도 미연방당국과 지방 관리들은 지역 공기와 물이 안전하고 “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대피했던 지역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였다. 그들은 마치 이 일이 곧 ‘지나칠’ 것 같이 가볍게 언급하는 말투였지만, 수많은 동물이 갑자기 죽어 나가고 공기 중에는 여전히 자극성 가스가 남아 있었다. 일부 주민들에게 메스꺼움과 두통 증상이 나타나는 등 지역 주민들은 계속해서 이상 현상을 보고하고 있다.

만약 비슷한 일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미국 주류 언론들은 실시간 뉴스로 보도를 쏟아냈을 법하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벌어졌기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평소 ‘인권’, ‘안전’, ‘친환경’을 입에 달고 사는 워싱턴이었지만, 분노와 불만이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열흘이 넘게 미국 주류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뉴스들은 이른바 ‘중국의 위협’과 관련된 것이어서, 정작 미국인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위협은 한편으로 밀려났다.

이 같은 대비는 선명하기 그지없다. 거의 모든 워싱턴 엘리트가 고도 1만m 상공에 떠 있는 몇 개 ‘미확인 비행물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안보 위협’을 떠들어댔지만, 자국민이 겪고 있는 독가스 위협에 대해선 등한시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관심을 끌고 싶으면 탈선 열차에 ‘메이드 인 차이나’ 딱지를 붙이는 게 최선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이다.

이는 워싱턴의 안보관과 현실 간의 심각한 괴리를 보여준다. 오하이오주에서 일어난 탈선 사고는 우연이면서도 일정한 필연성이 존재한다. 미국 연방 철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3.4 건의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열차 탈선으로 인해서 원유와 화학물질이 유출되고 폭발하는 일들이 빈발했다. 이는 미국의 인프라 구축과 위험물 운송 관리에 있어 심각한 허점이 존재하며, 미국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또한 미국 정부의 관리 소홀 징후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미국 민주주의의 대표 격인 의회는 이런 사안에 대한 조사와 문책은 거의 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 관련한 의안만을 움켜쥐었다. 바이든 정부가 최근 내놓은 1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법안조차도 ‘대 중국 경쟁’을 겨냥한 것이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탈선 열차에는 원래 보고된 것보다도 더 많은 독성 화학 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각 객차에 도대체 무엇이 실렸는지는 아직도 분명치가 않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에 유출된 염화비닐은 독성이 강한 가스로, 일단 토양이나 물에 들어가면 더 크고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조건에서 분해되는 데는 최소 10~2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인위적인 개입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역 주민들은 수년 안에 암에 걸릴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한 (중국) 화학 전문가는 업계에는 염화비닐 누출 또는 폭발에 대한 비교적 성숙한 비상 계획이 있을 텐데, 왜 미국이 이번에 규범대로 처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환구시보에 말했다. 미국이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미 연방정부는 전문직이 많아 응당 각자 본연의 임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국가안보’라는 테두리에 봉인된 채 ‘위협에 대비’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빨리 와서 보라, 하늘에 풍선이 떠 있는데 “이것도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격추했다. 이렇듯 떠들어대면 속이 좀 풀릴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염된 공기가 좋아지고 토양과 물이 소독될까? 아무리 이데올로기적 편집증에 쌓인 미국인일지라도, ‘중국 위협론’을 부각하는 정도로 미국 국민이 실제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이 2월 13일(현지 시각) 어떤 행사에 참석했을 때, 열차 탈선사고에 대한 언급 없이 ‘스파이 풍선’과 같은 치졸한 농담을 던져 비난을 샀다. 갈등을 외부로 돌리려는 워싱턴 정치인들의 상투적 수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오하이오주 열차 탈선 독가스 유출 사고에 대한 미국의 부실 대응은 어느 정도는 필연적이다. 이 역시 미국이 직면한 위협은 꼭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내부에 있음을 다시금 입증시켜 준다. ‘국가 안보’가 전체 국가권력의 운영 메커니즘을 뒤덮을 때, 국민을 위한 안전 보장선은 계속해서 낮아진다. 이번 사고는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에게 자국 내부의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할 일이며, 진정으로 ‘강한 미국’을 만드는 길이라는 경종을 울려줬다. 만약 안보관이 정상 궤도에 놓여 있지 않으면, 국내의 안전 문제가 누적되어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그럴 경우 미국의 다음번 위험이 세계에 재앙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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