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 존재 자체가 위헌
일본, 선제공격 공식화
‘적 기지 반격 능력’, 침략전쟁 합법화
미국, 일본 ‘반격 능력’ 승인한 이유
일본 ‘반격 능력’, 윤석열 정부가 내준 꼴
일본의 ‘반격 능력’과 동북아 전쟁 위기

일본 정부가 지난 16일 중국, 북한, 러시아 순으로 적국을 규정했다. 이어 이들 국가의 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공격 능력을 의미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담아 방위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했다. 일본의 방위 3대 문서가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서승 동아시아평화연구소 소장의 탁견을 옮긴다. [편집자]

▲동아시아평화연구소 소장 서승 우석대학교 석좌교수는 서울대학교에 유학 중이던 1971년 동생 서준식 인권운동가와 함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체포돼 19년 옥살이를 했다. 서 교수는 당시 육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석유난로를 뒤집어써서 얼굴에 전면 화상을 입었다.
▲동아시아평화연구소 소장 서승 우석대학교 석좌교수는 서울대학교에 유학 중이던 1971년 동생 서준식 인권운동가와 함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체포돼 19년 옥살이를 했다. 서 교수는 당시 육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석유난로를 뒤집어써서 얼굴에 전면 화상을 입었다.

일본 자위대, 존재 자체가 위헌

2차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은 1946년 제정된 헌법에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제9조 1항)하고,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 보유와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제9조 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대로라면 이번 개정안은 물론이고 일본 자위대의 창설 자체가 위헌인 셈이다.

헌법 9조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주일미군의 6.25전쟁 참전을 빌미로 경찰예비대를 자위대로 전환, 정규군을 창설하고 중동전쟁(걸프전), 캄보디아 전쟁, 가자 지구 분쟁 등에 미군을 따라 참전한다. 이는 명백한 헌법 9조 위반이다. 그러나 일본은 일명 ‘해석 개헌’(헌법 9조를 자의적으로 해석)을 통해 범법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한때 일본 법원도 ‘자위대 창설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일본, 선제공격 공식화

일본이 적으로 규정한 중국, 북한(조선), 러시아가 일본을 공격할 때 상대국 기지에 대한 ‘반격 능력’을 갖는 것이 이번 방위 3대 문서 개정의 핵심 내용이다. 문제는 바로 이 ‘반격 능력’이 선제공격을 통한 침략전쟁 합법화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적이 공격해 왔을 때 격퇴할 수 있는 ‘전수방위’라는 방어 개념을 써 왔다. 그런데 미사일 방어의 경우 쏘고 나서 반격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적이 미사일을 쏜다고 판단될 때 먼저 때려야 한다. 결국 ‘전수방위’는 미사일이 날아오기 전에 먼저 쏘기 때문에 방어라는 허울을 썼지만 실제로는 선제공격이다.

일본은 이번 방위 3대 문서 개정안에 ‘적 기지 선제공격 가능’을 명시함으로써 허울을 벗어 던지고 선제공격을 공식화했다. 일본은 이제 적이 미사일을 쏠 기미가 보이면 선제공격할 수 있다.

적이 미사일을 쏜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시다 일본 총리는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적의 공격 위협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적 기지 반격 능력’, 침략전쟁 합법화

일본 헌법은 말할 나위 없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력에 의한 선제공격은 모두 국제법이 금지하고 있다. 하물며 이번에 일본이 개정한 ‘적 기지 반격 능력’은 국경 경계를 넘어 적의 영토 안에서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이 추가되었으니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국제법상 방위의 개념은 침략세력을 국경선까지 격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선을 넘어서는 순간 불법적인 침략이다. 6.25전쟁 당시 38선을 넘어 북진하려는 미국에 영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쳤으니 국경선을 넘어 반격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바로 ‘적 기지 반격 능력’이다. 이 논리대로면 공격 위협이 느껴지거나, 어쩌다 한 방만 맞아도 상대국 영토까지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

결국, 일본이 이번에 ‘반격 능력’을 명기한 것은 침략전쟁 합법화를 시도한 셈이다. 이로써 일본의 군사 정책에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맞나?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이 ‘적 기지 반격 능력’을 갖춘 것과 관련해 “북한의 위협이 일본에도 직접적 위협이 되는 상황이고, 그런 점에서 일본도 여러 가지로 지금 자국 방위를 위한 고민이 깊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해서까지 한반도 재침야욕을 드러낸 데 대한 경고는 고사하고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오히려 두둔하고 나선 것.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 윤석열이 일본의 고충을 해결해 줄 처지는 아니잖나? 한국 대통령이 나서서 일본이 안보 위기에 처했으니, (국제법을 위반해 한반도 재침을 노리는) 일본 편을 들어주자고 떠들면 그를 한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나?

미국, 일본 ‘반격 능력’ 승인한 이유

일본 헌법 제9조(전쟁포기, 군사전력 및 교전권 부인)는 2차대전 연합군(미,소,영,중)의 총의를 모아 미국 주도로 제정되었다. 그런데 전범국 일본이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해 연합군인 러시아와 중국, 전쟁 피해국인 북을 침략하는 선제공격이 가능해지는 동안 미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왜 일본의 ‘방위 3대 문서’ 개정을 두고 “평화와 번영에 대한 일본의 공헌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을까?

일본이 미국의 통제 아래 미국 말 잘 듣는 충견으로 있는 한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늘 오케이다.

미국은 2차대전이 끝나기 무섭게 반파시즘(전체·권위·국수·반공주의 반대) 전선을 무너트리고 일본군국주의와 나치독일을 끼고 파쇼화의 길을 걸었다.

매카시즘(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을 일으켜 반공주의를 선동하고, 한국과 남베트남 등에 친일파를 고용해 빨갱이 사냥에 나섰다. A급 전범으로 종신형에 처한 기시 노부스케를 사면해 일본 총리 자리에 앉혔다. 미국은 한 번도 전범국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배상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냉전 체제에서 일본은 이런 미국의 비호 아래 아시아 최고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30년 세월이 흘러 중국의 군사력이 확대하고, 북의 핵 무력은 급속하게 발전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킨 나토 배후의 미국을 향해 러시아는 전쟁을 불사한다.

미국은 이들을 상대할 용병이 필요해졌다. 고삐를 풀어 주인 손을 물지만 않는다면 용병의 힘은 셀수록 좋다. 이것이 미국이 일본의 ‘반격 능력’을 승인해준 이유다.

일본 ‘반격 능력’, 윤석열 정부가 내준 꼴

설사 미국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승인했다고 해도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때문에 일본은 섣불리 제국주의적 본색을 드러낼 수 없었다. 더구나 자민당이 개헌의석 2/3를 확보했지만,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헌법 9조 개정에 과반 찬성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일본이 ‘적 기지 반격 능력’을 갖는 ‘해석 개헌’을 미뤄온 이유다. 그런 일본이 왜 갑자기 방위 3대 문서 개정을 강행하게 됐을까?

일본이 ‘방위 문서’를 개정해 상대국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게 된 데는 가장 큰 걸림돌이던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일본이 ‘반격 능력’을 가지면 적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의 반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륙 진출의 교두보인 한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계속 껄끄러워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동맹을 등지고 군사행동을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 이 때문에 미국도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해 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토착왜구라는 멍에를 뒤집어쓸까 두려워 박근혜 정부조차 감히 추진하지 못했던 한일 군사훈련을 비롯한 군사동맹을 한국 정부가 더 안달한 것이다. 과거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에 기시다 정부는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길을 다름 아닌 윤석열 정부가 직접 열어준 셈이다.

일본의 ‘반격 능력’과 동북아 전쟁 위기

일본은 이번에 개정된 방위력정비계획에 따라 방위비 수준을 기존의 1.6배인 43조엔(약 410조원, 세계 3위)으로 늘려 방위산업을 통해 위기에 처한 일본경제에 돌파구를 열 계획이다. 민간기업으로 위장한 미쓰비시, 후지쓰, 하타치 등 전범기업이 방위산업으로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국영 NHK는 기시다 총리가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방위 협력 지침’ 개정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중-러를 포위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이 대만 위기, 한반도 전쟁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장기적으로는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군사 지정학으로 볼 때 일본이 섣불리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은 북핵 위협을 과장해 ‘해석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헌법 9조 개정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세가 급변해 동아시아에 전쟁위기가 닥친다면 대만보다는 한반도가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전쟁은 교전 당사국의 태도가 중요한데, 대만 민진당 정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서 중국본토와의 평화로운 현상 유지 여론이 우세를 점한 반면 한국 윤석열 정부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선제공격 운운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관철의 돌격대를 자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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