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나홀로 호황’인 이유
금융당국, 대출 이자 통제 않는 이유

미국이 기준금리를 4회 연속 0.75%씩 올려 4%가 되었다. 한국은행 금리보다 무려 1%나 높아지면서 달러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진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한국은행이 가계·기업 부채 위기를 감안해 인상 폭을 0.5% 수준으로 유지한 결과다.

이처럼 외환 위기를 감수하면서까지 부채 위기를 막으려던 한국은행의 선택은 그러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보다 낮은 인상 폭을 유지하며 금리 조절에 안간힘을 썼지만, 가계는 물론 기업까지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반면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 수익을 올리며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중은행, ‘나홀로 호황’인 이유

시중은행의 호황은 수년간 이어진 초저금리에 대출 규모가 급증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의 금리 기조를 무시하고 이자 수익을 악랄하게 챙겨간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가 작년 한 해 동안 거둔 이자이익만 44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5년 전인 2017년(28조4천억원)에 비해 58% 급증한 수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2022년 1∼3분기 이자이익은 40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9천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두고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예대 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 의존해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기준금리를 0.75%씩 팍팍 올린 미국보다 한국의 가계·기업 부채가 더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의 부채 위기가 더 심각한 이유는 가계·기업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데도 원인이 있지만, 한국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 폭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상회한 것이 더 결정적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장금리 인상 폭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1.5%P가량 낮다. 그러나 한국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 폭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높다.

시중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은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인상 폭마저 높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시중은행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시중금리 인상 폭이 낮다.(위 표)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 폭이 2.75%인데 반해 코픽스(시중은행 평균금리) 3.06%, CP(기업어음) 4.25%, 회사채, 상환년도에 따라 3.50%, 2.99%, 3.05% 높게 나타났다.(아래 표)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시중금리 인상 폭이 낮다.(위 표)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 폭이 2.75%인데 반해 코픽스(시중은행 평균금리) 3.06%, CP(기업어음) 4.25%, 회사채, 상환년도에 따라 3.50%, 2.99%, 3.05% 높게 나타났다.(아래 표)

금융당국, 대출 이자 통제 않는 이유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지배구조와 금융당국의 행태로 볼 때 대출 이자 통제는 불가능해 보인다.

시중은행의 대출 이자율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경기 악화로 인해 전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른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하면 시중금리는 폭등한다.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대출한 가계와 기업은 이렇게 이자 폭탄을 맞게 된다.

이처럼 자금 대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원 같은 기구를 둔다.

그런데 시중은행의 규제가 너무 풀려 은행운영에서 민간 금융지주의 자율성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감독 책임과 통제 의무를 방기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IMF외환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거의 모든 규제를 풀어버린 상태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권 수장들과의 상견례에서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이나 메커니즘(구조)에 대해 간섭할 의사는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라며 금융당국의 시장개입 자제를 시사했다.

최근 시중금리 폭등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은 “단기간에 금리가 확 오르면 이자 마진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이건 시장의 원리에 의한 것이라 당국의 힘으로 컨트롤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대출 이자 통제가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자본 점유율이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이 점령한 시중은행들이 한국인의 부채 위기 극복을 위해 대출 이자를 낮추어 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리 없다.

법적 제재도 불가능하다. 현재 대통령령이 정한 법정최고금리는 20% 이하다. 시중은행의 현 이자율은 위법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최근 이자 장사로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데 외국자본이 이 꿀단지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사건’처럼 금융당국의 통제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요컨데, 한국 금융시장은 금융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시중은행을 외국 자본이 점령한 형국이다. 한 집안의 통장을 옆집에 맡긴 꼴이니, 무슨 수로 금리를 조절하고 민생을 살리겠는가.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떠벌리면서 해외 금융자본과 짬짜미로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방치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금융 위기, 민생 위기를 부추기는 주범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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