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포-17형의 기술적, 정치적 함의

화성포-17형은 2022년 북이 개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11월 18일 두 번째 시험발사(화성포-17형 첫 번째 시험발사는 3월 24일에 실시되었다) 이후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넣을 수 있는 15,000km를 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미본토 공격 능력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화성-15형과 화성포-17형의 차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미본토 공격 능력은 이미 2017년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로 입증되었다. 화성포-17형 시험발사는 단지 미본토 공격 능력을 입증한 것이 아니다. 2톤 무게에 달하는 탄두(북은 다탄두라고 명기했다!)로 미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된 것이다.

화성포-17형은 화성-15형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비행했다. 3월과 11월 시험발사 결과의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화성포-17형은 화성-15형보다 대략 1,500km 이상 더 높이 올랐고, 50~140km 정도 더 멀리 날아갔다. 비행 시간은 15분 이상 늘었다. 미사일의 길이를 가늠할 수 있는 이동식 차량 역시 9축에서 11축으로 커졌다.

2톤의 탄두를 나를 수 있는 4개의 노즐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노즐 개수의 차이다. 미사일 추진체인 로켓의 끝자락에는 노즐이라는 구멍이 있다. 노즐에서 가스가 엄청난 압력으로 분출되고, 그 반작용으로 미사일은 하늘로 날아오른다. 따라서 노즐의 개수는 추진력을 좌우한다.

화성-15형의 노즐은 2개였다. 노즐 2개의 추진력은 통상 1톤의 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화성 15형은 1톤 무게의 탄두를 태워 13,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당시 영상 캡쳐. 노즐 2개가 선명히 보인다.
▲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당시 영상 캡쳐. 노즐 2개가 선명히 보인다.

이에 반해 화성포-17형은 노즐이 4개이다. 화성-15형보다 2배의 추진력을 갖는다. 2톤 무게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이다. 3월의 시험발사에서도, 11월에 시험발사에서도 4개의 노즐이 관측되었다. 즉 화성포-17형은 2톤의 탄두를 태워 15,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 2022년 3월 화성포-17형 첫번째 시험발사 영상 캡쳐. 노즐이 4개이다.
▲ 2022년 3월 화성포-17형 첫번째 시험발사 영상 캡쳐. 노즐이 4개이다.

따라서 화성포-17형은 화성-15형보다 2배의 폭발력을 갖는 탄두를 미본토로 날릴 수 있는 미사일인 셈이다. 2톤 무게의 탄두는 한 발의 초대형 탄두이거나 다탄두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화성포-17형 두 번째 시험발사 후 북은 조선중앙통신보도를 통해 “미국 본토 전역에 도달하는 다탄두 핵무기”라고 함으로써 ‘다탄두 미사일’임을 밝혔다.

▲ 2022년 11월 화성포-17형 발사장면 캡쳐. 여기서도 노즐 4개가 선명하다.
▲ 2022년 11월 화성포-17형 발사장면 캡쳐. 여기서도 노즐 4개가 선명하다.

3월과 11월의 영상을 비교하면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화성포-17형 1단계 엔진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데, 상승하던 미사일 엔진에서 하얀 연기(혹은 가스)가 분출되는 장면이 목격된다. 기본 추진력 외에 별도의 추진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3월 화성포-17형 첫번째 시험발사 영상.  가운데 상단 하얀 점이 미사일이며, 그 아래로 별도의 추진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하얀 연기(혹은 가스)가 한 차례 분출되었다.
▲ 3월 화성포-17형 첫번째 시험발사 영상.  가운데 상단 하얀 점이 미사일이며, 그 아래로 별도의 추진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하얀 연기(혹은 가스)가 한 차례 분출되었다.
▲ 2022년 11월 시험발사 영상. 하얀 연기(혹은 가스)가 연속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별도의 추진력이라면 연속적으로, 지속적으로 별도의 추진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2022년 11월 시험발사 영상. 하얀 연기(혹은 가스)가 연속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별도의 추진력이라면 연속적으로, 지속적으로 별도의 추진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3월 영상을 보면 이 하얀 연기(혹은 가스)가 한 차례 분출되는데, 11월 영상에서는 연속 분출이 목격된다. 3월 시험발사에서 별도의 추진력이 한 번 작동되었다면, 11월 시험발사에서는 별도의 추진력이 연속으로 작동한 셈이다. 물론 이 하얀 연기(혹은 가스)가 추진력과 관련된 것인지, 3월에 비해 11월의 시험발사에서 별도의 추진력이 연속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검증은 영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현상이 추진력과 관련된 것이라면 11월의 화성포-17형은 2톤이 아닌 2톤 이상 무게의 탄두를 장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은 코리아반도에서 핵전쟁, 조선은 미국 본토에서 핵전쟁”

북은 2019년 12월 조선노동당 제5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결정하면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으로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전략무기를 개발하는 목표는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를 못내게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적들에게 혹심한 불안과 공포의 타격”이다. 2톤 무게의 다탄두 장착 ICBM인 화성포-17형을 개발한 것은 이같은 결정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는 단지 기술적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게 ‘공포와 불안’을 안겨줄 실체를 보여주는 정치적 함의를 함께 갖는다. 이미 최선희 외무상이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하루 전날 담화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최 외무상은 한미일 3국 정상의 프놈펜 성명을 지목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국면에로 몰아넣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일 대북 군사협력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보다 큰 불안정을 불러오는 우매한 짓”이 될 것이며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을 가할 것라고 경고했다.

화성포-17형 시험발사 다음 날 보도된 조선중앙통신 기사 역시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확장억제력제공강화》가 불러올 한미일의 파국적 후과”라는 제목의 기사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를 공약했다고 지적한다. 이 기사에 의하면 북은 확장억제력 제공을 '한국과 일본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여 북을 선제공격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확장억제력 제공은 곧 ‘핵전쟁도발, 정면대결선포’라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북은 “초강경보복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화성포-17형이라는 “미국 본토 전역에 도달하는 다탄두 핵무기”를 시위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와 주일미군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순간 “핵전쟁이 일어난다”고 적었다.

다만, 북이 일으키고자 하는 핵전쟁 장소는 미본토이다. “미국은 코리아반도에서 핵전쟁을 원할지 모르나 조선은 미국 본토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번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갖는 정치적 의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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