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질서의 변화
신냉전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
한국경제 전망과 대책

1.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한국은 세계화 시대 국제분업체제에서 수출주도 정책으로 30년간 성장해 왔다.

1990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금융과 무역의 국경을 제거하고 자유무역을 추진하면서 세계경제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금융 세계화의 한계가 드러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여 G2체제가 형성되었다.

이에 미국은 한편으로는 제조업 부흥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국 경제제재를 전면화하여 우방국들을 모아 보호무역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와 국제전쟁 등으로 세계는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간 경제블록이 형성되어 대치 상태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대외의존성이 큰 한국경제는 직격타를 맞고 있다.

강달러, 국제 원자재값 상승, 중국의 중간재 자립화, 미국의 중·러 경제제재 참가, 미국으로 생산시설 이전 등으로 한국은 수출기반이 약화되고 수입액은 증가하여 무역수지가 8개월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무역수지 추이 (단위 : 억 달러) [자료 : 관세청 (11월은 10일까지 통계)]
▲무역수지 추이 (단위 : 억 달러) [자료 : 관세청 (11월은 10일까지 통계)]

1월부터 11월 10일까지 무역 통계를 보면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증가하여 무역수지는 적자가 되었다. 무역수지는 작년(11월까지 누적)에는 238억달러 흑자이나 올해(11월까지 누적)는 37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입 실적 추이 (단위 : 억 달러, %)  [자료 : 관세청. * ( )는 전년동기대비 증감률]
▲수출입 실적 추이 (단위 : 억 달러, %)  [자료 : 관세청. * ( )는 전년동기대비 증감률]

이러한 무역수지 적자는 한시적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일까? 타개를 위해서 한국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소집하여 복합경제위기에 대비해서, 전 부처가 산업부화 되어, 기술혁신으로 수출을 증가시켜 위기를 돌파하자고 다그치고 있다.

이는 산업화시대 논리로 보호무역 등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로 수출이 타격받고 있는데 위기의 근원을 타개할 거시경제 대책은 없고, 친기업 논리에 빠져 엉뚱한 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감세, 규제완화 등 기업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러한 윤정부의 산업·기업·성장 만능주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복지, 교육, 환경, 안전, 노동권 등을 방치하고 긴축재정, 노동개악, 재난·안전 방치, 양극화 등으로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킬 것이다.

2. 신냉전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

미국은 올해 10월 12일 백악관 국가안보전략에서, 탈냉전이 끝나고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의 신냉전이 도래했고, 미국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도전을 향후 10년간 결정적으로 제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권위주의 국가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첫째.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둘째. 동맹과 연합하고 셋째. 강한 군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전략에서 자국내 투자를 1순위 전략으로 명시한 대로, 미국은 법을 제정하여 강력하게 제조업 국내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래 표와 같이 4개의 법안이 제정되었다.

▲미국에서 제정된 국내 투자 지원 관련법
▲미국에서 제정된 국내 투자 지원 관련법

첫째,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법은 1,420조원의 인프라 투자로 10년동안 1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21세기 뉴딜정책으로 불린다. 인터넷, 도로, 교량, 상수도, 항구, 고속철도, 공항 등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법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항공모함 간판부터 고속도로 가드레일용 철강까지 모두 미국산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철강은 초기 제조 공정부터 미국산으로 제작해야 하며, 제조품은 미국산 부품이 55% 이상이고 미국에서 완성하여야 한다. 건설재료는 제조 전 과정이 미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반도체와 과학법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에 365조원을 지원하는 법이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미국 투자 기업에는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대신 10년동안 중국투자를 금지한다. 나아가 상무부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였다. 중국 시안 등 현지공장에서 한국의 미국 반도체 신장비 사용 제한은 1년 동안은 유예되었으나, 이후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크게 축소되게 된다.

셋째,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친환경과 제조업 부흥을 위한 경기부양책인데, 한국에서 수출하는 전기차는 1천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북미 생산 차량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중국산 배터리나 광물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전기밧데리 등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차는 13조원을 투자하여 조지아주 등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으나 2025년에 가동할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가 증가할수록 한국의 수출 물량은 축소되어 국내 생산과 고용에 타격을 줄 것이다.

넷째, 바이오 행정명령은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의 약자이다. 미국은 첨단 의약품 개발 세계 1위인데, 현재 미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이 한국에서 위탁생산되고 있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은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것이다.

종합하면 미국은 자국 생산으로 제조업을 부흥하고 신기술의 중국이전을 차단하는 것을, 경제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대중국(홍콩 포함) 교역을 심각하게 제한할 것이다. 또 반도체, 전기차, 전기배터리, 의약품 등 첨단 제품의 미국 생산으로 한국의 총생산은 감소하게 된다. 삼성이나 현대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든지 돈을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총생산과 고용 나아가 국내연관산업의 생산과 세수 등이 감소되므로 경제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미국우선주의 정책은 WTO의 보조금 차별 금지, 한미FTA의 최혜국대우 위반이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산 수입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3. 한국경제 전망과 대책

최근 수출감소와 무역수지 적자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다. ‘대중국 수출감소’, ‘국제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과 세계경제침체’ 등이 결합된 구조적인 것이다.

여기에 보호무역과 미국우선주의 정책(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제품 생산이 미국으로 이전)으로, 앞으로 국내생산 및 수출의 감소는 보다 심화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 왔던 세계화 시대의 종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7개월째 무역적자는 IMF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기간이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의 미국생산 확대, 중국생산 축소는 한국의 입지를 크게 축소시킬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이 메모리 반도체 자국 생산에 집중하는 가운데, 한국은 중국 현지생산마저 1년 후면 어려워진다.

지금 한국경제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보다도 경제주권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불이익을 받으면서 미국우선정책에 복무하는 것보다는 중국, 러시아 등과 중립외교통상으로 국익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세계화 시대에 가능했던, 원재재 및 부품소재를 수입하고, 완성품·중간재를 수출했던 수출주도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미래에는 식량, 부품소재, 에너지, 핵심산업 등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자립경제가 부각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의 대외의존성을 줄이고 자립성과 공공성을 높여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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