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각
[3인칭 탐구생활] 첫번째 이야기 - 북 핵무력 법제화

 

최근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해 한미 당국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이미 한미당국은 2015년에 작전계획-5015를 완성하고, 북한의 공격징후가 보이면 선제타격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쟁연습을 매년 하고 있고, 일본은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사실상 선언해 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핵무력을 사용한다'고 명시한 것인데,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합의 때를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킬체인, 선제타격 등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시작전지휘권도 없는 윤 대통령이 선제타격을 할 수도 없겠지만, 미국이 과연 자국본토의 핵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용인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뻔해 보입니다. 북의 핵무력 법제화는 이런 한미당국의 선제타격 의지를 제어하겠다는 게 목적중의 하나였고, 그 결과는 금새 나타났습니다. 한미 당국이 모여서 한다는 회의에서, 북의 핵무력 법제화에 대해 "심각한 위협"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가며 답답해 했다는 겁니다.

사실, 미국에게는 평화로운 북미관계를 맺을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이를 거부하면서 그 기회를 날려 버렸습니다.

때는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겠다"며 유엔총회에서 으름장을 놨습니다. 우리 정부 몰래 핵무기 80개 사용도 검토했습니다. 그에 대응해 북은 미국본토까지 날아가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고, 곧장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태도를 바꿔 대결을 미루고, 대화의 길로 걸어나왔습니다. 2018년 초입부터,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국면이 열렸습니다. 남북관계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추구했고, 북미관계는 평화의 새로운관계 맺기로 나아갔습니다. 핵무력 완성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대화공세속에 새로운 정세가 열린 것입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방명록에서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이듬해 2월,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미국 주류정치권들의 극심한 반대와 탄핵협박에 굴복한 트럼프의 의지상실로 인해 합의문까지 나왔던 북미공동선언이 끝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북미는 "영변 내 모든 핵시설을 통째로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대신에 그에 상응해 대북제재 11개 건수 중 민생용, 민수용 5건에 대해 부분해제할 것"을 합의하고 초안까지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존 볼턴이 회담장에 난입해 미리 협의 되지도 않은 무리한 요구를 들이미는 바람에 회담은 파탄나 버렸습니다.

훗날 존 볼턴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당시 하노이 회담을 파토낸 것은 자신의 작품이라며 뻔뻔하게 자화자찬했습니다.

그는 리비아식 해법 신봉자였습니다. 트럼프는 "미친 존 볼턴이 '북한을 위해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북미대화는) 다 망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볼턴이 들이민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세계에 지탄을 받은 미국은 핵개발 중이던 리비아와 비밀협상을 합니다. 리비아가 핵개발을 포기하면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죠. 이라크가 초토화되는 것을 지겨본 리비아의 카다피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7년 후, 리비아에 반정부시위가 일어나자 카다피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는데, 미국과 나토는 이를 문제삼아 군대를 이끌고 리비아를 침략해버렸습니다. 그리고 통수권자 카다피는 학살됐습니다. 북의 입장에서는 리비아식 해결을 주장하는 볼턴을 결코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협상을 중시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짧았던 2018년의 한반도 평화무드는 파탄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미국은 곧장 한미연합쟁연습을 재개합니다. 2018년 91회였던 것이 회담 결렬된 2019년에 186회로 급증하게 됩니다.

그러자, 대화 중에는 미사일 발사시험을 임시 중지하겠다고 했던 북도 입장을 변화시킵니다. 미국이 평화 대화를 거부했으니, 미사일 발사 시험도 재개하겠다는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8~20년 사이,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벌인 횟수는 350회 이상이었고, 북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29건이었습니다.

미국은 70년째 대북제재를 지속하고 있고, 한미연합전쟁연습도 50년 이상 하면서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북은 바이든정권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정부를 부추기고, 일본을 끌여들여서 대결과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응해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핵무력을 압도적으로 갖추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핵을 흥정물이 아니라고 밝혔기에 앞으로 비핵화 대화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그대로 존속하는 한, 북이 먼저 대화를 요구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제 미국은 두가지 길밖에 없습니다.

모든 대북적대정책을 내려놓고 북측과 새로운 평화관계를 다시 시작하던지, 아니면 끝내 종속적 한미동맹과 친미예속적 윤정권을 앞세워 전쟁을 하던지.

이러한 상황속에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적대행위는 진행 중이며 강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독도 앞바다에서 행해진 한미일 훈련에 대해 "불났는데 이웃 힘 합치는 건 당연하다"며 일본마저 한반도에 끌어들이려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구한 말, 외세를 끌여들여 나라를 망하게 한 지배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 전야를 방불케 합니다. 한미연합훈련이 육해공에서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고, 한국정부는 미국 핵전력의 상시배치를 구걸하고 있습니다. 종북몰이도 고개를 듭니다. 애써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탑도 전쟁대결, 공안탄압을 앞세운 저들에게 무너질 위기입니다.

민생파탄 한반도위기를 헤쳐나갈 능력이 없는 윤석열 정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원하는 모든 사람, 핵전쟁을 바라지 않는 모든 사람이 나서 미국과 윤정권을 제어할 때입니다. "대북적대정책을 당장 멈추고, 대화 환경을 조성하라"는 외침이 울려 퍼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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