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는 가장 위험한 정부

▲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에 참가한 미군 F-35B 전투기가 군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은밀히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며, 한반도 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에 참가한 미군 F-35B 전투기가 군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은밀히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며, 한반도 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반도 위기가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다. 10월 31일부터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었다. 한국과 미국의 전투기 240여대가 참여하고, 호주의 공중급유기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한미 전투기가 1,600번 이상 출격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이 안 될 지경이다.

공중에서 적국의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기 체계인 전투폭격기 자체가 공격용이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의 ‘방어용 훈련’이라는 변명은 군색할 뿐이다.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은밀히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B 전투기가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서 출격한다.

이들 무기 체계들이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무기라는 점에서 비질런트 스톰은 대북 핵공격 능력을 숙달하기 위한 훈련이다. 바로 그 기간에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인 키웨스트함이 부산항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게 ‘공격용 훈련’이 아니라면 ‘공격’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240대의 전투기 vs 30여 발의 미사일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던 10월 31일 북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비질런트 스톰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하는 데 기본목적을 둔 침략형 전쟁 연습”이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예고했다. 북 국방정책을 책임지는 박정천 조선노동당 당비서 역시 11월 1일 담화를 발표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의 경고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11월 2일 오전 7시 경 서해상에 단거리미사일 4발, 9시 경에 동해상에 단거리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10여 분 후 또 다시 동서해상으로 다종의 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 오후 4시 30분 경에도 동서해상으로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오후 1시 30분 경엔 동해상으로 100여발의 포사격 훈련도 진행했다. 여기엔 지대공 미사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미 전투기가 출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경로를 설정하고 그것을 격추하는 훈련이었던 것이다.

북의 맞대응 훈련은 11월 3일에도 진행되었다. 오전 7시 40분 경 동해상으로 장거리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8시 40분경에는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했다. 이틀 동안 무려 3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의 ‘도발’을 비난하는 다양한 성명과 논평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논외로 치더라도, 민주당은 “구제불능 집단”이라며 북한을 비난했고, 정의당 역시 “한반도 평화를 깨뜨리는 도발”이라며 “즉각 중단”을 북한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정당들은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낸 바 없다. 이들은 잠수함 키웨스트함이 부산항에 들어온 사실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240대의 폭격기(그리고 핵잠수함)는 평화를 수호하는 무기이고, 30발의 미사일은 평화를 파괴하는 무기라는 해괴한 기준이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울릉도와 일본 3개 현에서 대피령 발령, 불안과 공포로 우왕좌왕

11월 2일 오전 울릉도에서 대피령이 발령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울릉도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정보 분석 때문이었다. 울릉도 주민들은 난데없는 대피 사이렌에 영문을 몰라 했고, 대피장소를 알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울릉도 공무원들은 빠른 속도로 대피하는 일사분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미사일은 울릉도에 167km 거리에 있는, 속초에서 동해 방향으로 57km 떨어진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11월 3일 오전 일본 역시 대혼란에 빠졌다. 북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는 일본의 정보판단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위도상으로 평양의 정동 방향에 위치한 미야기현 등 3개 현에 피난 경보를 발령했다. 신간센 열차가 운행중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의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비행하지 않았고, 일본의 군사정보 능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북은 2019년 12월 정면돌파전을 채택하면서 자신을 적대하는 세력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11월 2일과 3일, 울릉도와 일본지역에 내린 대피령은 분명 ‘불안과 공포’ 그 자체였다. 북이 그것을 의도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수록 한국과 일본의 불안과 공포 역시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과 공포는 점차 미국을 향하게 될 것이다.

비질런트 스톰 훈련 기간 연장, 강대강 대결 더욱 격화될 것

한미 양국은 11월 4일 종료예정이던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연장한다고 11월 3일 발표했다. 북의 박정천 비서는 즉각 “돌이킬수 없는 엄청난 실수”라고 군사 대응을 예고했고,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북은 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80발의 포병사격을 했다.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내일과 모레 추가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한미 양국은 며칠 동안 이 훈련을 더 진행할지 아직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질런트 스톰이 연장된 만큼 강대강 대결은 더욱 격화되고, 한반도 긴장은 그만큼 더 고조될 것은 자명하다. 한국과 일본의 공포와 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그 공포와 불안은 점차 미국을 향할 것이다.

적대행위가 적대행위를 부르는 위기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강대강 국면이 지속되는 조건에서,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종료된 후에도 한미 양국은 군사훈련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이에 따른 북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가장 위험한 시대의 가장 위험한 정부

9월 말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항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한반도 위기 국면이 한달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고조되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핵무기와 전략자산이 동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핵전쟁 위기이다. 또한 그 누구도 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년과 다른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가장 위험한 시대를 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북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윤석열 정부가 들여오기로 합의하면서부터 위험한 시대는 시작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책임을 북으로 돌리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로 인해 이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진실은 결코 가릴 수 없다.

우리 국민을 또다시 공포와 불안으로 내모는 군사훈련을 강행하는 정부, 그것으로 모자라 그 훈련을 연장하여 더 큰 공포와 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정부. 우리는 가장 위험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정부를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유지되는 한 우리 국민은 공포와 불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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