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워싱턴의 우정, 더 많은 유럽인을 정신 번쩍 들게 해 (2022-10-13 00:25)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 내에서 최근 미국에 대한 불만과 함께, 중국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실용적 태도를 보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천연가스가 원 시세의 4배 이상인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희생에 대한 대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성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번역자주]

최근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유럽연합 차원에서 대중, 대미 관계와 관련한 흥미로운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제담당 부집행위원장은 10월 11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EU 기업들의 옵션이 아니라고 발언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삭감법>에 대해선 이 법이 EU 자동차 및 재생에너지 등을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깊은 관심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숄츠 독일 총리도 “디커플링은 완전히 잘못된 길”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삭감법>이 “엄청난 관세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거의 완전히 일치된 의견은 현재 유럽 대륙에서 형성되고 있는 미묘한 합의를 반영한다. 그 같은 방출 신호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을 포함하여 독일·프랑스의 공식적 태도는 줄곧 반(反)‘디커플링’이고 경제 글로벌화와 다자주의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유럽 일각에선 대중국 ‘의존 축소’의 간판을 내세우며 ‘디커플링’론을 서둘러 내밀었다. 특히 워싱턴이 외부에서 이런 방향으로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지도자들이 명확한 입장과 태도를 표명하며 바야흐로 유럽에 만연하고 있는 급진적 포퓰리즘 성향에 경각심을 제기한 것은 시의적절하고도 필요하였다. 이는 유럽 정책 입안자들이 현재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복잡한 국면 속에서, 기본적으로 전략적 각성과 이성을 일정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주목할 만 한 점은, 독일·프랑스와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실용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함께, 미국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기간 유럽 외교 전반에 걸친 불균형에 대한 능동적 조정이자, 냉혹한 현실로부터 교훈 후의 자각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이후 유럽이 안보와 전략에서 한층 더 미국에 의존함에 따라 전략적 자율성도 일부 상실되었다. 이런 방향으로 가면 유럽은 필연적으로 지구적 역량에서 워싱턴의 지정학적 속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유럽의 현재 피동적 국면은 유럽의 미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과 무관치 않다.

결국 유럽이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미국의 불난 집에서 도둑질하는 행위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의 천연가스가 대단히 비싼 것에 대해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 내 시세의 무려 4배 이상이다. 언론 매체에 따르면, 미국 회사들은 유럽으로 향하는 LNG 선박 한 척당 1억 달러가 넘는 폭리를 취한다고 한다. 에너지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럽 민중들에게, 미국은 극도로 부도덕하게도 남의 재난에 편승해 돈을 벌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말하는 ‘우정의 대가’인가? 적지 않은 손해를 보며 벙어리 냉가슴인 유럽에게 있어, 미국의 이런 식의 우정은 너무 값싼지 아니면 너무 비싼 것인가?

미국이 이 기간에 내놓은 일련의 자유무역을 파괴하는 법안은 그 파장이 더욱 악질적이고 심각하다. 그것들은 알게 모르게 중국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유럽과 다른 동맹국들 이익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중 억제책의 후폭풍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막 나온 반도체 수출 금지령은 세계 반도체 산업에 뼈아픈 한기를 느끼게 만든다. 르메르 프랑스 경제재무장관은 10일 국회 연설에서 미국 경제의 강권을 비판하며, 유럽과 미국 간의 ‘더 균형 잡힌’ 관계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미국 경제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도록 하는 것을 프랑스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유럽은 적지 않은 공감대가 있을 것이다.

사실상 세계화와 다자주의에 대한 확고한 지지는 중국과 유럽 간의 일관된 공약수였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우 갈등이 겹치면서 유럽 일각에선 이른바 (대중국) ‘의존’ 문제에 민감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이른바 ‘디커플링’이나 ‘공급사슬 끊기’가 개별 국가의 중국 압박 및 세계 약탈의 도구라는 사실을 거듭 드러내주고 있다. 이에 비한다면 중국은 경제무역을 무기로 삼은 적도 없으며, 대외 경제관계에서 누구를 ‘양털 깎기’한 적도 없다. 지난해 중국과 유럽 무역액이 처음으로 8,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나, 올해 유럽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장판이 큰 흥행을 기록하는 것은 거시적 ‧ 미시적 측면에서 모두 중국과 유럽의 상호 공영과 협력을 보여 준다. 그것은 견고한 대중적 기초 및 광범한 공동 이익, 유사한 전략적 요구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강한 끈기와 잠재력을 지닌다.

다른 한편, 다수 영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조만간 중국을 기존 ‘시스템적 경쟁자’에서 ‘위협’으로 공식 규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유럽 대륙의 외교적 성찰과 수정에 역행하는 퇴행적 처사다. 우리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의 서로 다른 선택으로부터 범 대서양연맹 내부의 분화 징후를 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세계 다극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다자주의와 개방협력의 깃발을 견지하기만 하면, 우리는 친구가 없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협력적 파트너는 더욱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조만간 자신의 횡포와 오만, 이기심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영국 또한 장차 전략적 착오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지만, 실용적이고 이성적이고 원칙을 고수하는 나라들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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