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들의 먹는 문제, 생활 문제를 푸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

황해남도는 북한에서 경지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이다. 특히 황해남도의 재령평야는 호남평야 다음가는 대평야이다. 소위 북한의 ‘곡창지대’라고 할 수 있으며, 그래서 북한은 황해남도를 ‘농업도’라고 부른다.

지난 9월 25일 이곳 황해남도 해주시 해주광장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5,500대의 농기계가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한 것이다. 축구경기장 8개 면적에 달하는 6만여㎡ 넓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올 해 새로 제작한 농기계들을 황해남도 농장들에 전달하는 ‘농기계전달모임’이 열린 것이다.

▲ 황해남도 농장들에 전달될 수천대의 농기계가 '열병식' 하듯 줄을 서 있다.(사진" 노동신문 갭쳐)
▲ 황해남도 농장들에 전달될 수천대의 농기계가 '열병식' 하듯 줄을 서 있다.(사진" 노동신문 갭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리병철 비서의 전달사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업부문에서 우리 식의 현대적인 농기계들을 생산하여 기본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우선적으로 보내주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직접 군수공업 부문이 농업부문을 비롯한 인민경제부문들을 지원하도록 총궐기를 호소했고, 그 호소에 화답하여 군수공업 노동자들이 수 천대에 달하는 새 형의 이동식벼종합탈곡기, 소형벼수확기, 강냉이종합탈곡기, 종합토양관리기계들을 제적완성했는데, 이것을 “통채로” 황해남도 농장들에 보내주도록 조치했다는 것이다.

올해 황해남도에 대한 조선노동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은 유다른 것이었다. 이번 농기계를 보내기 전에 이미 막대한 양의 영농물자들과 관개시설보수자재들이 황해남도에 이미 전달되었다. 수 천 명의 제대군인들을 황해남도에 배치하는 당적 조치도 있었다. 당적 차원,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 생산을 담당하는 ‘농업도’인 황해남도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언론에서도 보도되었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 비상방역조치가 취해지던 지난 5월 어렵고 힘든 세대에 보내달라며 본인의 가정에서 준비한 상비약품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상비약품이 전달된 곳도 황해남도였다.

그렇다면 왜 김위원장과 당은 황해남도를 이토록 중시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난 해 12월 말에 개최된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는 보고를 했다. 지금까지 조선노동당의 농촌 정책을 개괄하고 사회주의 농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평가되는 이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과 국가가 틀어쥐고 나가야 할 중장기적인 농촌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조선노동당은 여기서 제시된 농촌발전전략을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농촌발전전략은 모든 농업근로자들을 혁명적인 농업근로자로 개조시키고(농촌혁명의 주체 역량 강화),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며(사회주의 물질경제 토대 구축), 농촌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변시키는(사회주의 제도 공고화) 것을 주요 과업으로 설정했다. 이 강령이 나온 직후 북한은 1월 30일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제9차 대회”를 진행하는 등 농민들에게 집단주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사상사업을 전개했으며,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 체계에 농민들을 망라시켜 선진과학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을 심화시켜 왔다.

뜨락또르공장과 농기계공장들을 현대화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었고, 함경남도 금야군 자연흐름식물길공사 등 관개체계를 완비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되었으며, 화학공업에서는 농촌에 더 많은 비료를 보내주기 위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올해 2월 착공식을 한 “련포온실농장” 건설공사 역시 함경남도 인민들에게 채소를 보장하기 위해 당적 차원에서 구상한 대규모 사업이다. 올해 당창건 기념일을 완공 목표로 하여 인민군 군인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라고 전해진다.

▲ 작년 말 검덕지구에 완공된 살림집들.(사진: 노동신문 캡쳐)
▲ 작년 말 검덕지구에 완공된 살림집들.(사진: 노동신문 캡쳐)

농촌지역에 새로운 살림집 건설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4월에는 함경남도와 황해남도에 수백세대의 살림집이 건설되어 집들이가 이미 진행되었고, 9월 13일엔 광천닭공장(황해북도 소재) 종업원들의 살림집이 천수백세대가 건설되어 입사모임이 진행되었다. 지난 해 말 수천세대 살림집이 건설되어 새집들이가 진행된 함경남도 검덕지구엔 올해 또다른 살림집 건설이 한창 중이다. 이 외에도 강원도 고산군, 황해북도 황주군과 연산군 등에서 본보기 농촌살림집 건설이 한창이다.

농촌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건축 자재 생산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 주거 시설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보온재와 방수액 생산에 대한 연구가 여러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하며, 만포제련소에서는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설물을 이용해 농촌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기와, 방습블록, 콘크리트전주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진해진다. 특히 만포제련소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톤씩 나와 처치 곤란에 있던 페설물들이 건재생산원료로 전환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농촌문제 해결의 급선무는 식량 문제 해결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식량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농총발전전략의 기본과업으로 규정하고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점령해야 할 알곡생산목표와 축산물, 과일, 남새, 공예작물, 잠업생산목표까지 제시했을 정도이다. 6월에 진행되었던 8기 5차 전원회의에서도, 9월에 있었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식량문제 해결이 “경제과업 들 중 급선무”로 제시되었다. 9월 27일 개최된 조선노동당 8기 10차 정치국회의에서도 가을걷이와 탈곡에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 총집중하고, 양곡정책집행을 저애하는 온갖 현상들과 투쟁할 것이 강조되었다.

따라서 9월 25일 해주광장에서 펼쳐진 농기계 ‘열병식’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사회주의 농촌을 건설하고자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의 산물이며, 농민들을 사회주의 농촌건설의 강력한 역량으로 만들기 위한 조선노동당 전략전술의 일단이다. 또한 한 톨의 곡식도 남김없이 수확하여 가까운 시일 안에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정부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5,000대가 넘는 농기계를 받아안은 황해남도 농민들의 심정이 어땠을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당과 국가의 ‘은전’을 기어이 식량 증산으로 보답하려는 의지로 충만해있지 않을까.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당과 국가는 인민을 위해 헌신하고, 인민은 당과 국가의 정책를 위해 복무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해주시에서 펼쳐진 진풍경은 '당과 인민', '당과 국가'의 혼연일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농기계 '열병식'은 어쩌면 북한 정치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