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민영화의 문제점

7월 2일 공공운수 노동자 결의대회 [사진 : 노동과 세계]
7월 2일 공공운수 노동자 결의대회 [사진 : 노동과 세계]

1. 민영화를 하면서 민영화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 <110대 국정과제>, 6월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7월 29일 기재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 라인>을 연이어 발표하며 <민영화> 추진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유의할 것은 윤 정부가 “절대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이재명, 송영길 의원을 ‘민영화 괴담’을 유포한다며 고발까지 하였다.

윤 정부 관계자들은 “공기업 소유권을 넘기는 것도 아닌데 무슨 민영화냐”라고 강변한다. 즉 ‘공기업 지분을 민간에 통으로 매각하는 것’을 <민영화>라고 하는데, 자기네가 추진하는 것은 ‘공기업 자산 중 일부만 매각하자는 것이고, 민간부문과 경합하거나 중복, 유사업무를 좀 조정하여 민간역할을 높이자는 것’이라,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민주노총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그게 민영화지, 뭐가 민영화냐”며 반발했다. 실제로 미 의회조사국이나 국제기구들도 민영화를 공기업 매각을 포함 일부매각, 기업공개, 민관협력, 민간위탁 등 민간요소를 활용하는 모든 활동을 민영화(Privatization)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민영화’라고 하지 말고 ‘사유화’라고 번역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양상은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라 민간역할을 높이는 것’이라고 우겨도, ‘꼼수 민영화’, ‘우회 민영화’, ‘야금야금 민영화’, ‘결국 민영화’라는 여론의 포화를 맞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실제로는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아니라고 우기는 이유는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신자유주의 시기에 철도, 전기, 의료 등의 민영화로 대형 철도사고, 전기료 급등과 정전사태, 공공의료 붕괴와 의료비 폭등이라는 참상을 경험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전력을 민영화한 후 한파가 왔는데, 평소 70만원이었던 전기료가 1880만원이나 청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는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를 생생하게 겪었다. 영국 국민들은 공공부문 민영화를 주도했던 대처 수상이 사망한 후 국장을 지내려고 하자, ‘대처 장례식도 민영화하라“며 분노를 표시한 바 있다.

민영화는 한국땅에서도 계속 시끄러웠다. IMF 강요로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매각방식의 하드웨어적 민영화를 추진했다. 포항제철,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국민은행 등 8대 공기업이 <완전민영화>되었고, 3대 공기업이 부분민영화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 혁신>을 추진했다. 철도, 가스, 발전, 항공의 민영화는 노동자의 저항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공공부문 운영혁신에 초점을 맞추어 소프트웨어적 민영화만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더는 <민영화>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했다. 쇠고기 촛불로 공공, 교육, 의료 등 민영화에 대해 국민들이 강력한 저지선을 쳤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가 꼼수 민영화의 원조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결국 모든 정부는 집요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면서도 국민들에게는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사기를 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 민영화는 국민재산에 대한 도둑질

2008년 금융공황과 2019부터 진행된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온 세계는 민영화에 침을 뱉고 돌아섰다. 그것이 민영화, 시장화, 사유화, 영리화, 상품화, 구조조정, 혁신, 활성화 등 뭐라고 표현되든 결국 공공복지영역을 후퇴시키고, 시장독재(사실상 금융세력과 재벌)에 맡기게 되면, 죽어나는 것은 국가주권과 민생 뿐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나 뉴질랜드 등에서는 민영화했던 전력회사를 다시 재공영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펜데믹 시기 뉴욕 민간병원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촛불혁명의 요구 역시 <시장에서 공공으로!>였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을 심판하고 강력한 공공복지 강화정책을 펼쳤어야 했다. 이것을 정확히 해놓지 못하니 윤석열이 등장하자 시장세력이 다시 공공부문을 공격해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장세력은 거대한 공공부문을 민영화하여 뜯어먹기 위해 집요하게 책동한다. 시장경쟁이 심각한데 땅집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윤을 남기기가 공공부문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그 시장세력이란 해외투기금융자본, 재벌, 관피아 세력들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때 굶었던 국민의 힘과 연결된 지방토호들이다. 윤석열 검찰독재의 권력유지와 재생산의 원천 역시 공공부문일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민영화를 추진하게 되어 있다.

민영화의 본질은 그 표현을 뭐라하든 시장세력에 의한 국민재산에 대한 도둑질이다. 지금은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민영화 방지 및 재공영화법>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이미 한 두 가지 법은 발의되었으나 힘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꼼수 민영화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시장독재세력과 민영화를 방지하고 재공영화를 요구하는 국민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다.

7월 29일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혁신 방안
7월 29일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혁신 방안

3. 민영화가 노리는 바

윤정부의 민영화 작전은 ”적자타령“과 ”한전파티론“으로 신호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재정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면서, 앞으로 <재정준칙>*을 입법화해서, 부채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기재부는 각 부처 예산관리지침으로 <재량지출 10%>를 의무감축하고, <민간 투자를 2배 이상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여기서 예산감축은 공공복지예산감축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법인세, 종부세를 깍아줘 재벌감세, 부자감세로 60조원 세수부족상태를 만들어 놓고 복지예산을 깍아 재정을 건전화한다고 하니 매우 황당해하고 있다. 그 결과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인력감축, 임금삭감, 서비스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공부문 종사자들과 국민복지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공공부문 종사자들 반발이 격하게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재정준칙입법 : 정부부채는 GDP대비 3%, 국가부채는 GDP 대비 60%를 넘기지 않도록 법에 명시하겠다는 것.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재정준칙을 지향하나 펜데믹 이후 지키는 나라는 한 국가도 없다. 그리고 한국은 정부부채가 적은 대신 오히려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한전 파티론'도 웃기다. 지난 5년간 한전 적자가 41조 늘었다면서 ”파티는 끝났다“, ”한전 자산을 팔아서 적자를 메꾸라“고 요구했다. 한전은 파티를 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19시기 서민대책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하여 발생한 적자이다. 한 마디로 ’착한 적자‘인 셈이다. 또한 대다수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한전적자를 왜곡하고 부풀려 국민을 현혹하는 방법으로 공공기관 민영화의 총성을 울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디로 이어지는가? 예를 들어 한전자회사인 한전KDN(전력정보기술)은 YTN지분을 21.43%를 가지고 있다. 한전자회사를 매각하면 YTN을 민영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윤 정부가 공공기관 적자타령을 하며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민간위탁확대를 강제하는 방식이 대체로 이런 식이다. 주요 재벌들은 에너지와 의료, 연금 민영화를 집어삼키기 위해 각종 관련회사를 차려놓고 입을 벌리고 있다. SK는 민영화된 대한송유관공사, 지역별 환경에너지 기업, 지역별 가스공급업체 등을 무수히 거느리고 에너지 민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을 원하고 있고. 삼성 의료기기업체 등 의료업체들, 주요 해외, 재벌 보험회사들 역시 의료민영화, 연금민영화의 수혜자로 될 것이 분명하다.

철도도 위험해질 수 있다. 현재 오송에는 제2의 철도관제센타를 설립중이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관제권을 철도공단에 넘기겠다고 하였다. 무슨 이야기일까? 핵심은 관제권 독립이다. 구로 관제센타, 오송 관제센타를 이원화하고, 관제권을 철도공단과 코레일이 나누어 갖게 한 후, 그 중 하나는 민영화하는 중간단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철도시설과 운영을 재통합하고, 코레일과 수서로 가는 SR을 다시 합쳐야 한다는 요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아동돌봄, 노인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등 각종 사회서비스를 민간위탁하겠다는 것도 윤 정부의 주요 민영화전략이다. 계속 수요가 늘어나는 노인복지시설이나 어린이집 등이 거의다가 민영 시설이라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국민적 원성이 높다. 때문에 국공립 돌봄시설을 늘리기 위해 ’사회서비스공단‘이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원‘으로 쪼그라들고,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는 상태이다. 윤 정부는 한 술 더 떠 ”민관협업“을 통해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앙상한 공공돌봄체계를 무력화하고 다시 외주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돌봄 노동종사자들의 일자리, 근로조건, 노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이고, 질 좋은 돌봄서비스 향상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어린이부터 노후까지 국민 모두의 문제를 지역 사적 자본의 먹이로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며 전국적인 공공병원 신설, 의료인력 확충이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윤 정부는 민간병원을 키워서 공공의료를 확충하자고 한다. 수가도 행위별 수가에서 공공정책수가로 민간병원에 몰아주자고 하고 있다. 또한 헬스캐어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데이터를 민간병원이 공유하며, 비대면 원격진료를 확대하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모두다 대형병원은 살리고 중소병원, 공공병원을 고사시키는 정책들이다. 스마트 건강관리정책이라는 것도 사실은 실비보험 등 민간보험활성화정책이다.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은 줄어들고 국민건강보험체계 와해로 이어질 것이다.

윤 정부는 연금개혁도 공언하고 있다.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수백조, 수천조에 달하는 연금시장을 금융자본에게 통째로 넘겨주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교육분야에서도 '5살 초등학교 입학' 설화사태에서 보여지듯, 대학지방교부금을 줄여 유력대학 지원에 집중하고, 세종시에 기업, 연구소 등이 설립한 대안학교를 설치하는 '교육특구' 신설 등 교육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교육시장화, 영리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결정판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이다. 요지는 농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공공서비스를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기재부의 독점적 통제 아래 두고 체계적으로 민영화해 가자는 법이다. 이미 추경호 부총리가 의원 시절 입법발의 하는 등 지난 정권들에서 수 차례 입법이 좌절된 것인데, 이번에 기어이 통과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제반 사항은 윤 정부가 모든 공공복지분야에서 민영화를 야금야금 시작해 결국 해외자본과 사적 자본에게 유리한 사유화, 영리화의 길을 활짝 열어내려고 악착같이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9월 19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9월 19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4. 공공부문에 대한 민주적 개입

민영화론자들의 대표적 주장은 <공공부문 비효율성>이다. ’늘공(늘상 공무원)들이 공공부문을 방만하게 운영해서 시장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부문을 민간으로 넘기거나 민간요소를 끌어들여 공공부문에 시장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복지문제를 효율성만으로 따지자는 것도 틀린 이야기지만, 효율성만 놓고 보아도 공공부문이 시장보다 못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펜데믹 사태에 대응하여 중국의 경우 순식간에 병원을 짓고 펜데믹에 대처한 경험이 있다. 공공부문 임대주택의 경우도 국가와 공기업이 나서야 효율적으로 배치된다. 지금 미국은 국가가 나서서 산업정책을 쓰면서 제조업을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 시장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은 민간이나 시장이 할 수 없는 공공복지영역에서 특히 필요하고 효율적이다. 지금 물가폭등과 세계경제 붕괴는 시장이 탐욕만 앞세우다가 고장나서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와 시장을 활성화해서 공공복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 자체가 사기이다.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자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공공부문에서 비효율적인 요소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부문이 비효율적으로 된 책임은 정부와 상층관료에게 있다. 이명박이 자원외교 한다고 국가공기업을 거덜낸 것처럼 낙하산인사를 통해 공기업을 빼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기업 상층관료들이 복지부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민영화가 해답인가? 그렇지가 않다. 공공기관운영에 공공부문 이해당사자인 공기업노동자, 시민사회가 운영에 개입하고, 감시감독하는 체계를 세우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공공부문 운영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 손아귀에 있고, 각 부처 공기업은 주무장관이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다. 개별 공기업에 노동시민사회 의견은 들어가지도 못한다. 지방자치제 유관 공공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공공부문을 공공의 이익에 맞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노동자민중이 권력을 잡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당장 그렇게는 안되니 공공부문운영에 부분적이라도 개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공부문운영법을 개정하여 노동시민사회의견이 폭넓게 반영되도록 하고, 민영화를 결정할 때는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식의 입법제안(공공부문 운영법 제14조 개정)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것이 공공부문에 대한 다양한 민주적 통제방안이다. 사실 입법도 입법이지만, 공공부문 종사하는 노동자들, 돌봄, 교육, 의료, 연금 등과 관련된 시민들의 직접적인 투쟁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은 지자체부터 파고들어 싸워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구호가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인데, 이런 의미이다. 이렇게 해서 공공부문이 문제가 많으니까 시장에 넘기자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 민영화란 공공부문 안에 있을 때는 낙하산으로 해먹고, 밖으로 나가면 해외금융자본과 재벌의 앞잡이가 되어서 함께 해먹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니 공공부문이 문제가 많다고 우선 까고 시작한다. 신자유주의가 ’신공공정책론‘이라는 이론까지 만들어 번지르하게 ’민영화‘, ’시장요소 도입‘, ’민간주도 경제‘니 어쩌니 하는 게 다 속셈은 공공부문을 문제삼아 뜯어먹자는 계산이다.

지금은 단순히 윤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국면이 아니다. 시장에서 공공으로, 재공영화로 전략적 주도권을 바꾸어야 하는 국면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은 윤 정부의 신자유주의 민영화 공세를 저지하고 막아내는 선을 넘어 공공부문에 대한 노동자의 개입, 시민사회의 주도성을 높이는 고지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정세는 물가폭등, 부채위기, 경기침체에 대한 분노가 민영화에 대한 분노와 합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운동들의 거대한 합류는 시스템을 바꾸는 체제전환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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