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2022-09-02 23:52 (현지시각)

이번 한미 간의 분쟁으로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는 명언이 입증되었다고 환구시보는 적고 있다. [번역자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한·일 양국의 국가안보 책임자를 불러 '안보 이슈'를 논의한 결과 뜻밖의 '편차'가 나왔다. 이번 주 목요일(9/1) 하와이에서 열린 이 회담으로, 본래 미국 언론은 “중국의 갈수록 커지는 안보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흐름을 띄우려 했다. 하지만 회의 후 공개된 보도를 보면 오히려 한·미 간 최근의 경제 마찰이 눈에 띄는 의제로 자리하면서, 동아시아에서 동맹국을 끌어안으려는 미국의 '단결'에 균열을 냈다.

지난달 중순 미국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중 하나는 미국산 전기차에게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한국산 자동차는 보조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아 한국 기업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은 미국의 이런 자유와 공정거래 원칙 위반을 ‘태클 동작’이라고 표현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지만, 미국의 ‘태클 반칙’에 ‘경고 카드’를 쓰지 않는다면 한국차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할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한국 안팎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한국에 대한 ‘배신’이며 “한국 뒤통수를 쳤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로인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지탱해 온 ‘자유와 공정거래’의 환상이 무너질 정도로 실망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동맹국의 강력한 관심에 미국은 겨우 시늉만 보이기 시작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의외’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 ‘의외’란 표현은 미국이 처음부터 한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미국의 진정성 있는 반응일 것이다. 한국 측의 거듭된 교섭에도 미국 측은 “돌아가서 다시 상의하자”는 뜻만 밝혔을 뿐, 실제로는 서울의 관심에 진심으로 응하지 않았다. 이런 오만과 무관심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에 대한 모욕이다.

사실 한국 언론이 미국의 ‘배신’과 ‘뒤통수치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한국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추가 개방을 약속하였음에도, 미국은 오히려 한국 여객-화물 겸용 소형 트럭에 대한 25% 수입관세 부과 기한을 2041년까지 연장시켰다. 당시 양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와 기아는 이를 모욕적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각종 협박에서도 그러하듯이, 미국은 근본적으로 한국의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익 앞에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미국 우선’ 뿐만 아니라, 더 많게는 ‘미국 유일함’이다.

한국의 이번 반응은 어느 정도 ‘각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나라에도 교훈을 주어 미국과 이른바 ‘가치관 동맹’에 대해 더욱 전면적 인식을 갖게 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활발한 대미 외교를 펼치면서 그것이 그의 집권에 하나의 포인트가 되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오히려 커다란 함정이 됐다. 이는 미국의 적나라한 행태가 한국 특히 기존에 미국을 너무 좋게 평가했던 보수파의 각성을 자극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중앙일보> 논설은 한·미 관계에 대해 “가치는 공유할 수 있어도 이익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반문을 던지고, 미국에게 있어 “국익 앞에서 가치는 명분일 뿐”이라며 개탄했다.

이는 한국 일부 언론에게 있어선 ‘새로운 인식’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미국의 일관된 모습이다. 입으로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이른바 ‘가치’란 동맹국을 속여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화술에 불과하다. 미국에게 있어 ‘공통가치’란 동맹국이 미국에 흥정할 카드는 아니며, 미국의 이익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을 뜻한다. 워싱턴은 ‘가치’에 대한 해석권을 단단히 쥐고 있다. 그에 따르는 자는 ‘공통가치’가 있고, 따르지 않는 자는 ‘공통가치’가 없다. 바로 한국 언론이 잘 정리했듯, 워싱턴의 “겉보기에 매우 좋은 미소 배후”에 ‘미국 우선’ 정책은 “더욱 교묘하고, 독해졌다.” 역사가 거듭 증명하듯 미국은 이익에 있어 소유욕이 왕성하며, 어떤 의미에서 가치관이라는 말 자체가 바로 워싱턴의 이익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번 분쟁은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명언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를 입증하였다. 한국은 워싱턴의 위선에 의심을 품은 첫 번째 나라는 아니며,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미국은 패권을 노리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를 ‘총알받이’로 삼으려 하지만, 이런 야심은 실현될 수 없다. 미국의 횡포에 반대하는 각국의 이익 관계가 갈수록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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