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를 추모하며

지난 8일 폭우에 유명을 달리한 부루벨코리아노동조합 총무부장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직장 동료를 비롯한 노조 관계자들의 추모글이 줄을 잇는다. 그 중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고인과 함께 일한 이희종 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싣는다. 추모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 고인의 빈소는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편집자]

동지들의 죽음은 늘 충격이다.

아픈 엄마, 장애인 언니, 초등학교 아이를 책임져야 할 여성노동자의 생활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밝은 인사에 이런 아픔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

알았더라면 한번쯤은 ‘고생 많지요?’ 인사라도 건넸을까.

고층 아파트 가득한 서울에서 4인 가족에게 겨우 주어진 공간

애당초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될 그곳, 반지하 살림방

그곳에서 오늘의 슬픔이 시작되었다.

1층에서 반지하방으로 물이 쏟아져 내리던 순간

높은 수압에 문조차 열리지 않았을 순간

창문을 막은 쇠창살조차 어쩌지 못했을 순간

119의 도움도 바랄 수 없던 순간

동료에게 도와달라는 문자를 보내는 순간

놀란 아이 달래고, 언니를 보살펴야 했을 순간

상상하기 힘든 그 순간순간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한순간도 같이 하지 못한 동료들은 오늘에야 빈소를 차린다.

가족을 오롯이 책임져야 할 인생의 무게에도 좌절하지 않고

동료들과 현장을,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며 살아온 동지의 밝은 모습을 기억한다.

뉴스를 장식하는 반지하방, 아픈 어머님, 장애인 언니, 여성노동자라는 단어들은 한 가족의 주거도, 돌봄도, 생명도 책임지지 못한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이것은 그가 꼭 바꾸고 싶었을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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