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는 경남 거제에 있는 작은 섬으로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가 있던 곳이다. 김영삼 정부 때 공식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관리되는 대통령 별장이다.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씨는 취임 초부터 국정원 댓글 공작이라는 정통성 위기에 시달렸다. 윤석열 특검은 4월 30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했고, 시민 노동단체는 국정원 시국회의를 만들어 정권을 압박했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으로 4월 27일 국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김학의 법무차관은 성접대 파문에 휩싸이는 등 국정은 난맥으로 치달았다.

박근혜 정권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정홍원 총리, 황교안 법무, 곽상도 민정수석 모두 검찰 출신이었지만 무기력했다.

벼랑 끝에 몰리던 박근혜는 7월 29일 여름휴가를 갔다. 바로 저도였다. 그곳에서 ‘저도의 추억’이라는 과거 부친(박정희)과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추억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오른쪽 사진은 바로 그때 그 사진이다.

박근혜는 휴가 중 정국을 반전시킬 구상을 했다.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8월 6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절반을 교체했다. 바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등장이다.

김기춘 등장 후 한 달도 안 돼 ‘한국일보’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종북몰이 광풍이 시작됐다. 시민 노동단체의 연대는 힘없이 무너졌다. 9월 6일에는 ‘조선일보’에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이 폭로됐다. 버티던 채 총장은 사퇴하고 윤석열 특검팀은 흐지부지 됐다. 바로 9년 전 이맘때 우리 정치역사다.

지지율이 추락하는 권력자의 휴가는 그래서 ‘무섭다’. 더구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나 교육이 덜된 권력자일수록 무모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법원도 판매를 승인한 김일성 회고록 연구 학자에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대통령실이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연결을 차단하는 보고서를 만든 것이 폭로됐다.

우리는 김기춘과 국정원장을 구속시켰고,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려 사법처리했다. 우리는 촛불혁명을 이뤄낸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