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민중행동,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지지 기자회견 열어

“대우조선 진짜 사장 산업은행과 윤석열 정부가 책임져라!”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여론이 높아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민중행동은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며, 파업 해결을 위한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 19일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지지 서울민중행동 기자회견.
▲ 19일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지지 서울민중행동 기자회견.

이현미 민주노총 수석부본부장은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을 일할 수 없게 만든 이들은 바로 결정권을 가진 대우조선해양 원청과 산업은행”이라고 꼬집었다. “20년, 30년 동안 고되고 험한 일을 해도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젊은 노동자들이 조선소로 돌아올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이현미 민주노총 수석부본부장.
▲ 이현미 민주노총 수석부본부장.

진보정당에서도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모든 것은 노사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운운하지만 그게 안되니까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쟁의권으로 파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법으로 해결 안되는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윤석열 정권은 이미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공권력 투입을 들먹이며 협박하는 기업의 대리인으로 전락했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 첫번째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였음을 언급하며 “‘수주 대박’이라는 말이 들릴 만큼 다시 호황으로 돌아온 지금, 삭감된 임금이 회복되는 것이 최소한의 상식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오 위원장은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임금 회복’이라는 상식적인 결정을 통해 국정 목표를 앞장서서 실현할 수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왜 그들의 상식은 국민의 상식과 다른 것인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고 ‘선택적 정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왼쪽),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
▲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왼쪽),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

이어,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강인석님의 장녀 강새봄 대학생의 편지글이 전해졌다. 아버지를 향한 진심이 담긴 편지글을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대표가 낭독했다.

“아버지는 방독면을 쓰고 6~70도를 웃도는 배 내부에서 페인트칠을 한다. 방독면을 써도 독한 약 냄새가 난다. 한 치의 오차 없이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지만 비정규직 계약직이라 짧게는 한 두달, 길게는 1~2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하루종일 일해도 쥐꼬리만한 일당을 받고 고용 승계 때문에 불안해하는 현실이, 아파트 몇십 층 높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죽지 않게 조심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뉴스에서 한동훈 장관 등 6명의 장관이 나서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엄정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을 보았다. 정당한 임금과 인간적인 대우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을 언론과 정부는 경제를 가로막는 불한당 집단으로 호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경제가 멈췄다면, 그동안 경제를 굴러가게 만든 사람들 역시 노동자였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거냐.”

편지글을 대독한 최휘주 대표 역시 “아버지가 건설노동자”라고 입을 뗐다. 그리곤 “위험천만한 건설기계를 오르내리면서, 살에 불똥이 튀어 검게 그을린 자국을 수없이 남기면서 피 땀흘려 아들을 키워내셨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손에 자라고 사회에 나왔다”고 노동하는 부모님을 삶을 돌아봤다. 그는 “우리 사회가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은 어떤가”라고 일침하곤 “노동자는 우리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이모 삼촌, 우리의 가족이자 우리의 미래다”라고 말했다.

▲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대표(왼쪽),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대표(왼쪽),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도 파업 해결을 위한 산업은행의 역할을 조목조목 짚어 냈다.

전 사무국장은 먼저 “산업은행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회사의 모든 경영 활동에 대해 개입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정말 무책임한 변명”이라며 “산업은행은 과거 대우조선을 민간 회사에 헐값에 매각하려고 수없이 시도할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놓고 조선업 성장의 주역인 노동자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출자해서 설립한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이며, 국민경제와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가 공적 재정 투입을 통해 특정 기업 및 산업을 관리하기 위한 국가 인프라”라며 “산업은행은 자신이 대주주인 기업들의 공적 가치를 고려해서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는 “산업은행과 정부는 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회적 가치가 큰 기업들을 오로지 시장의 논리에 의해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조 활동을 억제하면서 경영권 매각에만 몰두한 채 무책임하게 운영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야말로 산업은행 설립목적과 운영에서의 위반행위를 중단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빼앗은 책임을 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소리 높였다.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이광훈 조합원.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이광훈 조합원.

마지막으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이광훈 조합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4명의 20대 청년들이 일주일에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것을 봤다. 왜 죽음을 각오하고 일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파업해야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이어 “수주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일할 사람이 없다. 왜 조선소에 젊은이들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노동력의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회복할 수 있다”면서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현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하청 노동자 파업 해결을 위한 당부를 전했다.

사회를 본 권명숙 서울민중행동 집행위원장은 최근 대우조선 파업 공권력 개입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 "대우조선 사측 구사대, 하청업체 대표들의 폭력행위와 불법행위는 묵인하면서,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법과 원칙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계속해서 강경 대응, 공권력 개입이라는 말로 노동자들을 압박한다면 더 큰 연대와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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