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일본 군국주의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기시다 일본 총리는 국방예산을 2배로 인상하고, “헌법 개정안을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본 헌법은 전범국의 책임을 물어 정규군 전력과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전쟁을 일으킬 수 없고, 다른 전쟁에 파병도 못 한다.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이 일본 헌법은 2차대전 종전 직후 미국이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의석을 훌쩍 넘기면서 일본 군국주의는 부활의 날개를 단 셈이다.

특히 금기시하던 개헌론을 촉발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모색했던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은 일본 사회 우경화에 가속을 붙였다.

아베 피격 사건에 이은 참의원 선거 압승은 기시다 내각의 개헌론과 군비증강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했던 미국의 신냉전 전략이 맞물리면서 일본 군국주의는 재무장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전범국 재무장 돕는 미국

평화헌법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군사력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림팩훈련을 비롯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실시하는 거의 모든 군사훈련에 미국은 일본 자위대의 참가를 승인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서두르자, 미국의 지원도 빨라졌다.

지난달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중국견제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에 편입하고 이를 인도-태평양지역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혀 신냉전을 위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에스퍼 전 미 국방부 장관은 13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일본의 개입을 요청할 것”이라며 일본 자위대에 교전권을 부여할 뜻을 내비쳤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13일 강연에서 “미국은 일본과도 동맹 관계로, 한미일이 상호 운용성을 갖추도록 보장해야 한다”라며, “기회만 된다면 같이 훈련할 계기를 활용하고 통합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한반도나 일본, 아니면 인도·태평양 작전지역에서라도 (연합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본이 과거 침략과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는커녕 인정조차 않는 조건에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지원하고, 개헌을 용인하는 미국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이었던 미국이 전범국 일본을 재무장시켜 전쟁 피해국인 중국을 포위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에 반한다.

특히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하면서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받침대로 한국을 이용하는 현실은 참기 힘든 모욕이다.

아베 조문은 핑계

기시다 총리는 군국주의 야망을 부활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을 위해 일본 재무장을 돕겠지만, 윤석열 정부마저 이에 부화뇌동해서야 될 말인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주장해온 김태효를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정부는 ‘아베 조문’을 계기로 ‘묻지 마 한일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재임 기간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을 일삼던 전직 일본 총리 조문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대사관을 찾은 것도 모자라 아직 일정도 나오지 않은 추도식에 국무총리가 이끄는 고위급 사절단 방문을 미리 결정해두었다.

일본에서도 국가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는 장례식에 굳이 조문한 것도 그렇지만 외교부 장관이 조문하던 관례를 깨고 대통령이 직접 조문에 나선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관례를 깬 극진한 조문 행각은 일본에 한국이 한일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목을 매는 듯한 인상을 주어, 설사 과거 아베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도 한국 정부는 어차피 끌려올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본토에 일본의 포 한 발 떨어진 적 없는 미국이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지원할 수 있을지 몰라도, 35년을 일본에 강점당한 우리 민족은 일본의 과거사를 지난 일로 묻어둘 만큼 그 원한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