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총파업 지지’ 7.2 영남권 노동자대회
“산업은행이 책임져라”… 임금 회복, 단체협약 체결 요구

6만여 명의 노동자가 서울 도심에 모일 예정이었던 7.2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과 거제 두 곳에서 열렸다.

부산, 울산, 대구, 경남, 경북지역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거제로 향했다.

5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이들의 싸움이 비정규 하청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대표적인 싸움이라는 것에 입을 모으고 투쟁 승리에 힘을 보탰다.

▲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투쟁을 엄호 지지하는 7.2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거제에서 열렸다. [사진 : 금속노조 '금속노동자']
▲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투쟁을 엄호 지지하는 7.2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거제에서 열렸다. [사진 : 금속노조 '금속노동자']

조선업 불황에 하청노동자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은 임금 원상회복과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 전면 파업을 시작했다. 이날로 파업 31일째를 맞았다.

대우조선해양 1도크, 하청노동자 6명이 원유운반선 탱크 20미터 높이 난간에 올라 끝장 투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하청노동자는 탱크 바닥에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 높이 1미터 좁은 공간에 철판을 용접해 쇠창살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뒀다. 장마와 땡볕을 견디면서도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 대우조선해양 1도크, 원유운반선 탱크 20미터 높이 난간에서 농성하는 노동자. 그 아래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 높이 1미터 쇠창살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있다. [사진 : 노동과세계]
▲ 대우조선해양 1도크, 원유운반선 탱크 20미터 높이 난간에서 농성하는 노동자. 그 아래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 높이 1미터 쇠창살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있다. [사진 : 노동과세계]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조선업 불황을 빌미로 하락했던 임금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것.

조선업이 침체된 지난 5년 동안 7만 6천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대량 해고됐다. 거제에서만도 3만 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렸다. 해고되지 않은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은 대폭 삭감됐다. 상여금 550%를 삭감당하고 임금은 연간 30%나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조선업은 ‘수주 대박’이라는 말이 들릴 만큼 다시 호황으로 돌아왔지만 인력난은 심각하다. 20~30년 일해도 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하청노동자들의 현실 때문에 노동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5년차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2021년 원천징수영수증에 적힌 소득은 3천 429만원이다. 2014년 4천 974만원 받던 것과 비교하면 7년 사이 31%가 줄었다. 20년을 일한 숙련노동자가 월 300만 원도 쥘 수 없는 현실이다.

▲ 유최안 부지회장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금속노조]
▲ 유최안 부지회장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금속노조]

20년 일했는데, 남은 건 ‘빚’

대우조선에서 배를 만드는 정규직 노동자는 5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는 1만 2천여 명이다.

배를 만드는 전체 공정 80% 이상을 담당하며 조선업을 책임져온 하청노동자들은 ‘저임금 삶’에 내몰리며 빚더미에 앉았다.

23년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도장 업무)로 일해온 신순화 씨는 23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았다. 최저임금 생활이 남긴 것은 대출과 빚이다. 그러나 신 씨는 현재 업체가 폐업한 상태로 일자리를 잃어 고용보장 싸움까지 하고 있다.

“5월 중순 경영악화로 인해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달 넘게 업체 사장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6월30일 폐업했다. 월급은 25%밖에 받지 못했다. 못 받은 임금은 소송을 걸어서 체당금으로 해결하라는 말뿐이다.” 신 씨는 ‘바지사장’일 뿐인 하청업체 대표가 아닌 원청인 대우조선이 단체교섭에 나오라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 23년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로 일해 온 신순화 씨.
▲ 23년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로 일해 온 신순화 씨.

15년 동안 의장 배관 업무를 해 온 하청노동자 박태규 씨는 전세 8천만 원의 집을 점차 줄이고 줄여 전세 2천만 원 집에서 살고 있다. “네 식구가 생활하려면 기본적인 생계비가 필요한데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깎아 먹으면서 생활했다”고 했다. 이젠 더 깎을 전세금이 없어 빚을 늘리고 있는 상태다.

그가 소속된 업체도 실질적인 폐업 상태인 ‘휴업 중’이 된 지 3년이나 됐다. “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거리를 주지 않는 원청 대우조선에 의해 폐업된 것”이라며 강고한 투쟁으로 원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 박 씨. 건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며 파업투쟁에도 참여하고 있다.

16년 동안 용접공으로 일해온 김지훈 씨 처지도 마찬가지. “저임금으로 인해 매년 적자 인생”이라며 그래도 배를 만드는 일을 계속했던 이유는 “가진 건 기술밖에 없기에, 가족들이 있기때문에 거제를 떠나지 않고 일한다”고 했다.

▲ 사진 : 금속노조
▲ 사진 : 금속노조

하청 노동자 진짜 사장은 누구?

“깎인 임금을 제자리로 정상화해달라”는 요구는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닌, 말 그대로 2016년 임금을 회복해 달라는 ‘임금 회복’ 투쟁이다. 이들의 투쟁은 지난 30년간 굳어버린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를 깨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대우조선은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최근엔 수주 회복으로 조선산업이 살아나고 있다. 대우조선 경영진은 무려 2년 동안 1.5조를 분식 회계한 것도 모자라 2천억 원 대의 성과급 잔치도 벌였다.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재벌의 탐욕으로 저들의 곳간은 늘어만 가는데, 조선소 비정규직의 삶은 개선해주지 않으려 한다. 정부는 이 사태를 수수방관하면서 불평등 양극화 체제를 공고히 하고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불평등 체제에 맞선 돌파구를 여는 투쟁이고, 차별과 양극화에 저항하는 투쟁”이라며 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

정부의 책임을 꼬집는 데엔 이유가 있다.

지회는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대우조선해양 22개 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해 왔다. 그러나 하청업체는 원청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에 주는 기성금을 3% 인상했기 때문에, ‘기성금 인상을 넘어서는 임금인상은 능력 밖’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기성금은 하청노동자의 임금이나 마찬가지. 그러나 사용자인 원청 대우조선이 이를 통제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인력공급은 할 수 있지만 임금을 인상할 능력과 권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6월2일 총파업에 돌입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그렇다면 그 권한은 누구에게 있을까?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의 결정권은 원청 대우조선에 있고, 대우조선의 경영상 주요 결정권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갖고 있다. 결국 임금 결정권도 산업은행이 쥐고 있는 것이다. 대주주 산업은행과 원청 대우조선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대우조선의 진짜 사장 윤석열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우조선엔 90개 하청업체가 있고, 그 뒤엔 대우조선 사장이 있다. 또 그 뒤에는 대우조선 임직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고 재정과 회계, 경영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주식의 60%를 갖고 있는 산업은행이 있다”고 꼬집으며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요구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최고 주인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원청 대우조선은 물론 산업은행은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요구에 아무런 대답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지난 5년 동안 빼앗긴 임금을 돌려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우조선은 정규직 관리자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하청업체 대표와 관리자를 앞세워 하청노동자 사이에 충돌을 유발하는가 하면, 결국 윤석열 정부에 읍소해 경찰병력을 동원, 폭력진압만을 계획하고 있다.

▲ 대우조선 서문에 모인 5천여 명의 참가자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우조선은 연간 수주 목표량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연말에 수주가 몰리는 조선업계 특성상 수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사상 최대규모의 수주를 해도 배를 만들 사람이 없는 현실, 바로 원청과 산업은행이 초래했다.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하청 노동자를 무차별 해고하고 임금을 후려쳤기 때문”이라며 “조선업을 살리고 다시 경쟁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임금 동결부터 풀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국사회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하청노동자들이 착취와 차별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어디든 다르겠는가. 차별받는 비정규직의 삶을 우리의 힘으로 끊어내기 위해 먼저 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물러서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거제에 모인 영남지역 노동자들에 화답했다.

▲ 대회 참가자들은 산업은행이 책임지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 대회 참가자들은 “산업은행이 책임지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 대우조선 서문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앞으로 대우조선 LNG 운반선이 보인다.
▲ 대우조선 서문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앞으로 대우조선 LNG 운반선이 보인다.
▲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의 투쟁승리를 약속하며 지회 깃발을 높이 흔들고 있다.
▲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의 투쟁승리를 약속하며 지회 깃발을 높이 흔들고 있다.
▲ 김형수 지회장이 7명의 조합원이 농성하는 1도크로 들어가려고 하자 보안요원이 막아나서고 있다. 김 지회장은 지회장이 된지 23일만에 해고돼 현장출입이 막혀왔다. 그러나 이날은 당당히 현장으로 걸음을 옮겼고 사측도 어쩌지 못했다.
▲ 김형수 지회장이 7명의 조합원이 농성하는 1도크로 들어가려고 하자 보안요원이 막아나서고 있다. 김 지회장은 지회장이 된지 23일만에 해고돼 현장출입이 막혀왔다. 그러나 이날은 당당히 현장으로 걸음을 옮겼고 사측도 어쩌지 못했다.
▲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대회를 마치고 지역으로 돌아가는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표하고 있다.
▲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대회를 마치고 지역으로 돌아가는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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