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윤석열 정부는 5개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도 대폭 깎아준다.

증권거래세를 내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납부 기준은 종목당 100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며, 가업승계 상속세 납부는 유예해 준다. 게다가 기업 이윤을 투자나 임금 인상 등에 쓰지 않으면 추가로 매기는 세금(투자상생협력촉진세)조차 아예 없애 버린다.

몽땅 부자감세 내용이다. 재벌과 부자들이 아주 살 판이 났다.

이번에 추경호 부총리를 앞세워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재벌이 요구한 정책 그대로이다.

지난 5월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기획재정부에 ‘법인세제 개선 7대 과제’라는 것을 전달하면서, `①법인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단순화 ②최저한세제도 폐지(완화) ③R&D 세제지원 확대 ④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폐지(완화) ⑤대기업 결손금 이월공제 한도 확대 ⑥국외원천 배당소득 비과세 전환 ⑦연결납세제도 확대 적용‘을 요구했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재계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 준 셈이다. 노동자, 서민의 목소리를 좀 이렇게 들어줘봐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이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의 법인세 과표 구간수는 우리나라가 4단계로 가장 많고 룩셈부르크가 3개,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2개, 나머지 33개국은 단일세율이다.

재벌들은 과표구간을 2억 이하와 이상으로 단순화하고, 3000억 이상 25% 법인세가 많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법인세 최고세율을 보면, 독일 29.9%, 일본 29.7%, 프랑스 28.4%, 이탈리아 27.8%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게다가 미국 바이든은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다면서 법인세율을 28%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최종 26.5%를 의회와 합의했다.

참여연대는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인용하여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은 오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2019년 대비 2020년에 1.3% 포인트 하락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주간경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인하하고 과표구간을 단순화했을 때 법인세수는 연평균 5조7000억원, 5년간 28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만큼 재벌대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영국 런던정경대 데이비드 호프 박사 등 연구진 결과를 인용하며, 미국, 영국, 일본 등 OECD 회원국 중 18개국이 1965∼2015년 사이 실시한 30번의 주요 부자 감세 정책을 분석한 결과, 부자감세정책은 소득기준 상위 1%의 세전 소득점유율을 5년간 평균 0.8%포인트 높여 빈부격차를 확대했다고 밝히고 있다.

법인세를 깎아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경제가 성장하고 세수도 늘어난다는 ’래퍼이론‘, ’낙수효과‘를 곧잘 거론한다. 진실은 실천이 증명한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를 22%로 내려 기업에게 27조원의 혜택을 주었다. 그러나 투자는 법인세 인하 4년 전후로 오히려 10조원이 줄었고, 고용은 제자리였다.

게다가 사회변혁노동자당이 발표한 2020 회계연도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1045조1301억원에 이르렀다.

낙수효과이론이 허황된 거짓말이라는 것은 경제구조로도 설명이 된다. 이른 바, ’고용없는 성장구조‘는 기업들이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가버리고, 이제는 미국으로 조공투자에 나선다.

또한 혁신성장, 4차산업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고용을 대체하여 오히려 기업의 성장이 고용대란과 재앙을 몰고올 판이다.

낙수효과이론이 아직도 국민에게 먹힐 거라고 윤석열 정부가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종부세 인하 혜택도 분노스럽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주면, 종합부동산세 등 1가구 1주택자의 평균 세 부담은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시가 10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의 2022년 보유세는 7만원가량 줄어들고, 시가 50억원대 고가 아파트 보유자는 1700만원 넘는 감세혜택을 보게된다. 전체 1조원이 넘는 감세혜택이다.

게다가 빚 말고는 상속받을 것도 없는 서민들 앞에서 가업 승계 상속인에게는 양도·상속·증여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를 유예해주겠다고 한다.

자산불평등 때문에 온 국민이 난리인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2년 유예하고, 증권거래세는 내년에 낮추겠다고 예고한다.

윤석열은 재벌, 부자들 세금 깍아 주고서 정부재정을 '건전화'하겠다고 한다. 결국 서민 세금 올리겠다는 소리이다.

게다가 최고경영자 범법행위에 대해 형벌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법인 과징금 부과 수준으로  완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뜯어고쳐서 경영책임자 의무를 벗겨 주겠다고 공언한다.

정부는 이런 정책을 ’법인세 감세‘는 ’민간주도성장‘이라고, ’부동산 보유세 감세‘는 ’주거안정‘이라고, ’주식양도세 유예‘는 ’금융 혁신‘이라고 우긴다. 나아가 기업의 신규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혁신을 한다면서 규제 신설 할 때는 기존 규제를 2배로 폐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룰을 도입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윤석열의 특징이 문제가 되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는 데 있다. 그렇게 내뱉으면 없던 정당성도 생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거리낌없는 윤석열의 행각에는 대통령을 ‘처음’해보는 거라서, 자신의 무능과 무식을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황당한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밀고 나가겠다”고 호언하는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윤석열은 잘 알면서도 빈부격차 해소와 민생보다는 재벌과 부자와 한편이 되기로 굳게 맹세한 것으로 보인다. 칼잡이 검찰 출신의 저돌적인 신념이다. 물가폭등과 민생불안의 심각한 위기에 시대에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난 국민이 불행할 따름이다. 그러나 민심과 민생에 기초하지 않은 정치적 신념이란 늘 그 끝이 좋지 않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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