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미선 20주기… 서울 도심서 “불평등 한미관계 재정립” 한목소리

오는 13일은 경기도 양주 한적한 시골길에서 신효순, 심미선 두 중학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가해 미군이 미군 군사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효순·미선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본질이 드러나고, 분노한 국민들의 촛불이 전국적으로 타올랐다.

효순·미선 20주기를 이틀 앞둔 11일.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평화대회’에 앞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 울렸다.

노동자 “한미관계 재정립 투쟁, 오늘이 시작”

노동자들은 서울 시청역 근처 세종대로에 모여 “반미 자주”를 외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반미자주 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동자들이 불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결의를 높였다.

▲ 반미자주 노동자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는 참석자. [사진 : 노동과세계]
▲ 반미자주 노동자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는 참석자. [사진 : 노동과세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효순·미선이 희생된지 20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침략과 지배, 제재와 대결에만 의존해 왔던 미국은 약화되는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군사·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발악적으로 대결을 부추기고 신냉전체제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미군의 장갑차에 희생된 두 중학생 기억해야 한다”며 효순·미선을 추모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중심의 외교, 안보 정책을 펼치며 미국만을 위한 동맹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곤 “이런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끊어내고 자주적인 나라로 바로 세워야 노동자민중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초기지화 전략에 동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고 불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하자”고 독려했다.

▲ 대회사 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대회사 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이동욱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사드 저지 투쟁에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사드 추가 배치를 위한 육상통로 확보를 위해 다음 주부터 주5회 소성리에 경찰병력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알린 후 “한미일 대 북중러, 강대강 군사대결만 확장시키는 사드를 뽑아내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며 “노동자들의 끝없는 연대”를 당부했다.

투쟁결의문은 2002년 당시 전국적으로 타오른 촛불항쟁에 참여했고 효순·미선과 동갑내기인 민주노총 조합원이 낭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정보람 구리남양주지회장과 금속노조 대구지부 최순영 건일공업분회장이다.

▲ 전교조 경기지부 정보람 구리남양주지회장(왼쪽), 금속노조 대구지부 최순영 건일공업분회장.
▲ 결의문 낭독하는 전교조 경기지부 정보람 구리남양주지회장(왼쪽), 금속노조 대구지부 최순영 건일공업분회장.

민주노총은 결의문에서 “새로운 각오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고 한반도의 전쟁 먹구름을 걷어내고, 자주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미국중심 동맹 정책, 군사력 증강 정책, 대북적대정책을 막아내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아 남북합의 실현 ▲동북아의 신냉전 체제를 초래하고 이땅 민중들의 삶을 짓밟고 있는 미국의 전쟁무기와 전쟁기지를 반대하고 대북, 대중국 압박을 향한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저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 중단을 위해 지역통일선봉대, 중앙통일선봉대를 비롯한 평화통일운동을 강화 확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각계각층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일촉즉발의 대결과 전쟁위기를 끝내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올해 8.15민족자주대회를 역사적인 대중적 반미평화 항쟁으로 성사시킬 것을 결의하며 대회를 마쳤다.

청년 “미국 프리패스 이제 그만”

같은 날, 서울겨레하나를 비롯해 서울지역 청년들은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주권”과 “평화”를 외치며 ‘2030 청년 추모항의행동’을 벌였다.

​▲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30 청년 추모항의행동’ [사진 : 서울겨레하나]
​▲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30 청년 추모항의행동’ [사진 : 서울겨레하나]

청년들은 “분단 직후 만들어진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끝내자!”, “범죄를 저질러도 용인되는 ‘미국 프리패스’ 이제 그만!”을 외쳤다.

이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우리 땅을 전쟁기지화 하는 미국에게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으며, “전국 미군기지 주변의 주민들은 기지 확장으로 삶터를 빼앗기고 있고, 기지 환경오염이 심각하지만 미국은 막대한 정화비용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폭행 등 미군범죄도 여전히 심각하지만 처벌은 미약하다”고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 촛불에 평화를 새겨넣는 청년들. [사진 : 서울겨레하나]
▲ 촛불에 평화를 새겨넣는 청년들. [사진 : 서울겨레하나]
▲ 청년들은 평화, 자주의 촛불로 주한미군 범죄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응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 뉴시스]
▲ 청년들은 평화, 자주의 촛불로 주한미군 범죄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응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 뉴시스]
▲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30 청년 추모항의행동’.
▲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30 청년 추모항의행동’.

한편, 이날 대회에 앞서 노동자들은 ‘효순미선 20주기 미국반대 민주노총 평화순례단’을 꾸려 미군기지가 있는 경기 동두천, 양주를 순례했다.

1992년 주한미군에 의해 살해된 윤금이씨 사건 현장과 미군기지 캠프 케이시, 캠프모빌 등 동두천을 거쳐, 양주에 있는 무건리 훈련장, 효순미선 평화공원 등을 둘러봤다. 청년들은 일주일 전인 4일 평화순례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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