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유연화
노사협의회 통한 노조무력화
성과급 임금체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법치주의 앞세운 노동배제와 통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없다.

하지만 ‘선거공약’, ‘인수위 국정과제’, ‘노사단체와 대화’ 등을 모으면 주요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는 혁신성장으로 민간주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혁신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므로, 기업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민간이 공공보다 효율적이라는 신자유주의 관점에 입각하여, 재정 지출을 축소하고 경제 사안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기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이런 철학에서 볼 때 경제가 살아야 일자리도 생기므로, 노사관계보다는 노동시장 정책이 중시된다.

고용노동부를 고용부(약칭)로 부르는 윤석열 정부는 독자적인 노동정책이 없고, 경제정책에 종속된 노동정책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한 노동의 기여, 자본의 요구인 노동 유연화의 추진 등 단편적인 노동정책이 중시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입장에서 청와대 3실 체계를 2실 체계로 바꾸었는데, 정책실과 그 산하 일자리수석을 없앴다. 고용노동 비서관도 없어졌다가 막판에 비서실 사회수석 밑으로 들어왔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과 노동자에 미칠 파장을 가늠해 본다.

노동시간 유연화 추진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명분하에 기업 규모별, 업종별 특성에 맞춘 근로시간제도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1~3개월로 제한된 선택적 근로시간제(근기법)를 1년으로 확대하는데, 과반수 노조를 배제하고(현재는 근로자대표 서면합의) 직무 및 부서별 노사합의로 선택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이미 경총은 연장근로 산정기준을 현재 주 단위(52시간)에서 연, 월 단위로 변경하고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활용기간 1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장시간 노동이 부활하고, 포괄임금제를 통한 공짜노동, 연장근로 수당 회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단체교섭 대신 노사협의회 강화

윤정부는 노조가 대표하지 못한 미조직 노동자 이해를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대표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 패널조사에 따르면, 노사협의회의 구성에서 노동자대표를 회사가 지명하거나 회사 지명 후 승인받는 경우가 2015년 54%, 2017년 48%이다.

또 무노조 사업장에서 노사협의회가 임금인상을 결정할 때,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회사 일방으로 결정했다는 응답이 2015년 52%, 2017년 46%이다(김유선, 2022)

이와 같이 노사협의회는 회사측의 입장을 관철하는 거수기 역할을 해 왔으며, 역사적으로 노조를 무력화할 의도로 활용되었다.

따라서 노사협의회는 유노조 사업장에서 노조 대표자의 권리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행사주체는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의 지위를 강화하고 필요시 노사협의회를 활용할 수 있지만, 노사협의회가 노조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윤정부에서는 원하청 상생의 공동노사협의회를 추진하고, 쟁점이 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의무를 피하려고 한다. 중노위 판정으로 택배에서 원청의 사용자 의무가 결정된 바 있다.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추진

윤정부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성과를 강조하는 직무급 임금체계로 바꾸어 청년고용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성과급제는 노동의 개별화, 소모적인 경쟁 초래 등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직무급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부합하지만, 공정한 평가기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은 사용자 일방으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더구나 중요한 노사관계인 임금체계를 사업장 내 과반수 노조를 배제하고, 직무, 직군, 직급별로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서면 합의로 결정할 수 있게 열어 놓고 있다.

현재 근기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과반수노조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윤정부는 2022년은 행정해석과 대법원 판례로 사업장 지도를 실시하고, 2024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입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윤정부는 지불능력 없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지급하기어렵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덜 받고도 일하려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업종 및 지역별 차등적용을 주장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 임금기준의 하한선으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등 어려운 사업장은 일자리안정자금과 근로장려세제 등의 지원책도 있다.

현재도 열악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해서 그 바닥을 낮추는 것은 최저임금제를 무력화시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법치주의 앞세운 노동배제와 통제

윤석열 정부는 주요 노사분규에 범부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불법행동을 엄단하겠다고 한다.

나아가 노동위원회 조정기능을 강화하여 쟁의절차를 규제하려 하고 있다. 노동쟁의는 관리와 통제 대상이 아닌 법에 규정된 노동자의 권리이다.

노동자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보다는 공권력을 활용해서 제한하려는 것은 법의 남용이다.

또한 박근혜 때의 단협 시정명령 등이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운영비 원조, 유일교섭단체조항 등 노조가 그간 확보한 단협, 노조규약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정를 지시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요약하면 노사문제는 노사자율에 맡기는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 모델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 모델의 실제는 자본 중심의 시장 권력 관계를 지원하고 강화한다.

윤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 방향은 노동자들을 업종, 부서별로 쪼개고 노조를 무력화한다.

노사협의회로 노조 역할을 대체하며,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등을 부문별 노사합의로 결정하게 하여 노조의 대표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노동운동이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단결하기 위해 기업을 넘어 산업별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 내 직종, 부서, 부문별로 요구를 분리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파편화를 겨냥한 것이다.

노동운동이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고 개별적 이해관계를 우선하게 되면, 전체 노동자의 단결, 법·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를 망각하게 된다.

노동운동의 분열과 파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조합주의를 넘어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5월 13일 기재부는 ‘2023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을 위한 추가 지침’에서 “모든 재량지출을 최소 10% 의무적으로 구조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는 15조원 이상을 삭감하라는 것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태풍을 불러올 것이다.

공공부문을 필두로 곳곳에서 이명박근혜 때의 노동정책이 부활할 것이다.

이제 노동운동은 흩어진 각개 대응을 넘어 총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전략, 대안 사회의 전망을 분명히 하여, 더 크게 단결하고 더 크게 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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