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엄포에 "단체행동권 무시하는 정부가 불법"

“성과연봉제와 쉬운해고를 합치면 해고연봉제가 된다.”

공공부문 파업에 이어 연쇄파업 돌입 이틀째인 23일 정부와 사용자 측의 집요한 반대압력에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금융노동자 5만명(주최측 추산)이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모여 9.23총파업을 감행했다. 이들은 “관치금융 철폐하고 성과연봉제 분쇄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성과연봉제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사 합의사항인 임금체계 개편을 노동자 동의 없이 정부가 불법 이사회를 통해 의결하게 한 것”을 꼬집어 비판하며 무효화를 주장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시 “금융기관 내부에서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돼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서울, 부산, 대구, 제주도 등 전국에서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모였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산하 34개 지부 10만 조합원에게 23일 9시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과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집결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와 사용자의 집요한 방해에 부딪쳤다. 지난 20일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기자브리핑을 통해 이번 총파업에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협박한데 이어, 2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직접 설득하라고 주문했다.

심지어 22일 정부는 청와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공공 연쇄총파업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번 총파업을 ‘국민을 볼모로 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국민이 기득권 노동자들의 퇴행적 파업에 공감할지 의문스럽다. 노동시장 양극화하는 불법 행위 적극 대응할 것이니 사업장 감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이러한 압력에 따라 은행장들은 각 지점에서 직원들을 퇴근 시키지 않거나 파업불참을 강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점마다 50%이상 직원들이 정상 업무를 해야 한다며 해당 직원 명단을 작성하기 전까지 퇴근 못하도록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9.23총파업은 “임금체계와 노동조건에 관한 파업으로 명명백백한 합법파업이다”고 밝히며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무시한 정부와 사용자를 규탄했다.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NH농협지부에서 1만 명 이상 참가하며 참가자수가 가장 많았다.

이날 오전 상암경기장을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연쇄파업 반대발언을 꼬집어 비판했다. 그는 “노동시장 양극화 말하지 마라. 고통분담은 상위 1%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성과자 해고제 도입되면 가정파탄 나고 한국 사회 불행해 진다”고 말하며 ‘성과연봉제는 해고연봉제’라는 노동자들의 주장과 우려에 공감하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7월20일 10만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95.7%의 찬성률로 이번 총파업을 결의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2000년 총파업 투쟁 결과 주 5일 근무제를 성사시킨 바 있다.

9.23금융총파업을 뒤따를 9월말 연쇄파업은 계속된다. 오는 27일부터는 철도·지하철·국민연금·서울대병원 등을 산하지부로 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28일엔 공공병원을 산하 지부로 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29일엔 토지주택공사·근로복지공단 등이 포함된 한국노총 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이 하루동안 파업한다.

▲ 기업은행, 농협, 수협, 씨티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을 포함해 여러 지역은행들도 참여한 이날 참가조직을 소개하고 있다.
▲ 9.23금융총파업은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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