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시작해 자유로 끝난 취임사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평소 강조하던 ‘공정’은 3번, 상식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같은 당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1번만 언급했던 것에 비하면 지나칠 만큼 ‘자유’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정확히 인식할 뿐만 아니라 재발견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자유의 가치’란 무엇이고, 이를 유독 강조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윤석열, ‘자유의 가치’란?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재건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며,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볼 때, 윤 대통령이 말한 자유란 사유재산 보호와 이윤추구의 절대화를 지향하는 초기 자본주의 이념인 자유지상주의를 의미한다.

특히 “기아와 빈곤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며, “빠른 성장 과정에서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라는 대목에서 자유주의 중에서도 우파 자유지상주의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왜 21세기 자본주의에 살면서 19세기에나 유행하던 자유지상주의에 심취한 걸까?.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 대목이다. 신자유주의를 강조한다고 해도 환영받기 힘든 판에 구시대 유물이 된 전통적 ‘자유의 가치’를 역설한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 이유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강조했다.

이같은 취임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자유의 가치’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치 동맹’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의 가치’를 ‘가치 동맹’과 연결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윤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치 동맹’이 전통적인 자유주의 국가인 유럽, 호주, 케나다 등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과거 자유주의를 표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이 “자유와 과학 기술의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연대해야만 한다”라고 한 대목도 일본이 포함된 ‘가치 동맹’을 염두에 둔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오는 20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미국의 ‘가치 동맹’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흔한 통합이란 말도 한마디 않고,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인 조국통일에 대해서도 언급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던 것. 

하지만 스스로 신자유주의 버리고 보호무역을 선택한 미국이 19세기 낡은 자유주의 신봉자를 환영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미국의 ‘가치 동맹’이 대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대중국 포위에 동참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국익에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선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중 사이의 균형외교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국익을 책임진 대통령이 취임식장에서 섣불리 ‘가치 동맹’을 먼저 선언할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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