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부차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물로 등장했다. 진상규명이 충분히 이루어지기도 전에 서방언론은 ‘러시아군의 만행’으로 규정하며 세계 여론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나토는 이 틈을 타 더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 측에 공급하기에 바쁘다. [번역자 주]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2-04-05 23:46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상황을 논의하면서 ‘부차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키예프시 서쪽 교외에 있는 도시 부차를 점령하는 동안 민간인 다수를 살해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며 우크라이나 측이 선전전을 조작했다는 증거를 안보리에 제출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측이 부차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 구를 발견했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군을 따라 부차에 진입한 서방 언론이 여러 명의 민간인 복장의 시신이 거리에 너부러져 있는 화면을 송출하여, 국제 여론이 급물살을 타면서 결정적인 고비에 이르렀던 러―우 정전협상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반드시 강조할 것은, 어떠한 민간인 대상의 폭력행위도 어떤 핑계를 대든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반드시 강한 비난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감대라는 점이다. 격동과 전쟁은 왕왕 이런 뼈아픈 비극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한 우리가 혼란과 전쟁 발생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화해와 대화 촉구를 견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아직 진상규명이 필요하지만 지금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은 결국 모든 비극을 불러오는 ‘원흉’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러―우 간 휴전이 하루라도 이뤄지지 않는 한 인도주의적 비극은 하루라도 막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부차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 위기의 원인 제공자 미국은 화해와 대화 촉구는 전혀 없이 오히려 러시아 제재 증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추가 공급, 외교적· 여론적으로 대 러시아 압박 지속 등 일련의 방법을 통해 러―우의 팽팽한 대립을 격화시켜 양측의 평화회담에 장애를 만들 태세다. 특히 워싱턴은 일련의 중화기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무기와 군비 수송의 정도와 깊이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계속 불을 돋우는 행위는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적지 않은 서방 언론이 ‘부차 사건’을 러―우 갈등의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애매모호한 판단이다. 정세가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부차 사건’의 향방이 정상 궤도를 벗어나고 있는 것 같으며, 여론전과 신경전의 냄새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위기를 틈타 ‘도덕적 고지’를 일방적으로 점령하고 끊임없이 갈등을 증폭시켜 지연정치의 전략적 이익을 짜내려는 어떤 시도도 결국 더 큰 인도주의적 비극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과 서방 일각에서 ‘부차 사건’에 대한 분노의 이면에는 심각한 ‘두 가지 기준’과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난 몇 년간 일부 국가의 군대가 민간인 살해와 관련해 거듭해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집계에 따르면 미군의 총탄에 숨진 아프간 민간인은 10만 명에 달하는데 상당 부분이 어린이이다. 호주 특전사는 단지 ‘연습’을 위해 ‘비전투 상태’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해 아프간 민간인 39명을 목 베기 등 방식으로 학살했다. 그런데 국제법원의 아프간에서의 미군 전쟁 범죄 조사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국제법원 직원들의 미국 입국 비자를 취소하고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였다.
“전쟁이 왔을 때 진상은 첫 번째 피해자다.” 이 서구 속담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미·영 등의 의원과 정치인들이 많이 인용하는데, 그들은 ‘진상’ 추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비극을 피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부차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든 적어도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전란이야말로 인도주의적 재난의 주범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인도주의적 재난이 러―우 평화회담의 새로운 장애로 작용하고 있지만, 위기야말로 정전과 평화회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정전을 서두르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재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차 사건’은 엄정한 조사 책임 추궁과 함께 불을 돋우는 ‘칼 건네기(무기 지원)’도 피해야 하고, 평회회담 촉구를 더욱 견지해야 한다. 어려움이 크고 이견이 많아도 정전을 말하고 평화를 이야기할 것을 국제사회에 거듭 상기시켰다. 평화만이 생명을 지키고 평안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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