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60일 넘는 농성에도, 본사 점거에도 CJ대한통운 사측은 대화를 거부했다.

전국택배노조는 대화 재개를 위해 그동안 모든 조건을 양보해 왔다.

CJ그룹이 택배노동자의 목숨값으로 챙겨 간 3천억 원을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수정안도 던졌고,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본사 점거도 풀어보았다.

오죽하면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까지 나서 사측에 대화를 촉구했겠나. 그러나 CJ는 점장들의 요구마저 묵살해 버렸다.

▲물조차 마시지 않고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전개하는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단식 5일째에 접어들었다.
▲물조차 마시지 않고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전개하는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단식 5일째에 접어들었다.

급기야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물조차 마시지 않는 일명 아사단식(굶어 죽을 각오로 하는 단식)을 결행했고 오늘로 5일째 접어들었다.

아사단식으로 6일을 넘긴 예는 지금까지는 없다.

의사 소견은 “지금 쇼크가 와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늘이 고비다”라고 진단했다.

진경호 위원장이 목숨을 건 이유는 간단하다. 노‧사‧정이 같이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지키라는 것.

다른 모든 택배사는 국민이 합의해준 택배비 인상분을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데, 유독 택배 물량의 41%를 차지하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만 그동안 인상분 중 약 3천억 원을 삼켜버렸다.

더구나 편법으로 부속합의서를 작성해 사회적 합의의 핵심 내용이자, 과로사의 주요 요인인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에게 다시 전가했다.

진경호 위원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사단식을 중단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부속합의서’ 때문이다.

CJ 사측의 태도는 완강하다. 대리점 점장들이 “부속합의서는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측에 대화를 촉구하자, 사측은 “그러면 분류 비용을 대리점에서 내라”는 억지를 부렸다고 전해진다.

CJ 사측은 ‘진경호 위원장이 저러다 말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탐욕에 눈이 멀어 다른 이의 고통 따위야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가에게 작은 것을 얻기 위해도 목숨을 건 단결투쟁이 필요하다는 피의 교훈을, 이 땅의 노동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선택은 노조와 같이 죽던가, 아니면 편법으로 작성한 부속합의서를 폐기하는 길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이재현 회장이 알아 두어야 할 것은 “가진 놈이 죽기는 더 싫다”는 진리를 택배노동자는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문 발표식에서 합의문을 들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문 발표식에서 합의문을 들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부와 여당도 대선 중이라는 핑계로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사회적 합의에 참여해 사진 촬영까지 같이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노조와 사람이야 죽든 말든 제 잇속만 챙기겠다는 사측 중 어느 쪽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가. 더구나 이 약속을 주선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 자신이 아닌가.

25일 택배노동자들의 청와대 앞 집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전에 경각에 놓인 진경호 위원장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당장 정부 여당이 나서 CJ 사측의 합의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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