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정혜경 정치국장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조합원은 6천8백여 명, 그중에 진보당 당원이 2천 명에 달한다.

조합원 1/3이 당원이다 보니 노조 활동이 곧 당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지부) 운영위에서 진보당 당원 확대사업이 결정되고, 지회와 분회에서 이를 집행 점검한다.

▲조합원 교육이 끝난 후 조합원들이 남긴 한마디. '당=노동'이란 문구도 보인다.
▲조합원 교육이 끝난 후 조합원들이 남긴 한마디. '당=노동'이란 문구도 보인다.

반발은 없었나?

조합원 교육을 통해 ‘노동자가 왜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지? 노조가 왜 당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사전에 설명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대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노조 간부들은 처음에 부담스러워도 하고, 소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지부 상근 간부는 겨우 14명. 사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노조 일이 많다. 여기에 당사업까지 하라고 하니 불만이 안 생길 수 없다.

특히 간부들 자신도 정치가 싫고 당이 싫은데, 자기가 싫은 일을 조합원에게 권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당에 가입만 시켜놓고 관리가 안 되어온 것도 간부들이 입당운동에 소극적인 이유였다.

노조 간부들의 소극성을 어떻게 극복했나?

간부들의 소극성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안은 집권에 대한 열망을 키우는 것이다.

사실 민주노총 강령에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해 집권을 목표로 한다고 했고, 노동자가 세상을 바꾸자는 결의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노동자가 집권하려면 노동자 자신의 정당을 만들고 이 정당의 힘을 키워야 집권할 수 있다’라는 간단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다.

‘노동자(노동조합)=진보정당=집권’이라는 삼각관계를 이해하고 나면 노동조합을 하면서 당활동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해진다.

노조와 당을 분리하면 일이 두 가지지만 노조 활동 안으로 당사업을 가져오면 일은 하나가 된다. 노조의 주요활동이 곧 당사업이 되는 것.

입당운동에 소극적인 것은 집권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선 간부들의 태도가 하나둘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당원 가입을 부탁하러 가던 노조 간부들이 ‘집권을 앞당길 선물(입당)을 전달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조합원에게 선물을 전달하러 가는 길이니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겠나. 이렇게 간부들의 적극성이 살아나면서 입당운동에 탄력이 붙었다.

당원 관리 문제도 노조의 사업과 투쟁이 주로 당활동과 결합하면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간부들의 소극성을 극복하는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당이든 노조든 둘 중 하나만 하고 싶다는 간부에게 “당활동을 안 하면 노조가 아니다”라고 설득했다.

그래도 마음을 못먹고 여전히 소극적인 간부에겐 “돈 몇 푼 올리고, 처우개선에만 머무는 노동조합 할 것같으면 노조 간부 하지 말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는게 더 낫다. 몸 고생 마음 고생 하는 노동조합, 기왕이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간부의 스승이었다. 우리 노조가 결심하면 무조건 해낸다는 기풍이 서자, 조합원 스스로가 노조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성을 부렸다.

이런 조합원의 모습에서 간부들은 소극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모범을 창조해 나갔다.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당원수를 3천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비례대표로 경남 도의원도 출마한다.

사실 학비노조는 광역의원 1명이 절실하다. 진보 교육감이라고 뽑아 놨지만 돌봄노동자 문제 하나 처리하는데 집회, 농성, 파업을 거듭해야 한다.

이게 다 노동자가 정치를 직접 하지 않고, 대신 맡겼기 때문이다.

학비노동자가 의원이 되면 고충 민원을 매일 접수하고 노동자가 힘을 키워 일상에서 스스로 해결할 방도를 찾게 된다. 학비노동자 광역의원과 함께하는 노동자 직접정치,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

노동조합 안에 당사업 체계를 세운 사례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사, 진보정당운동사에 일찍이 없었다.

노조활동을 통해 당간부를 육성하고, 당이 노조의 투쟁을 이끌어주고, 전 조합원이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데까지 나가기 위해 아직 해결할 숙제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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