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인사하고 있다.

10월 중순의 서울은 무척 바빠 보인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장관이 서울을 방문해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의 회의(19일)에 임하는가 하면, 장소는 워싱턴이지만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이 북을 대화에 유인하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맞대었고(18,19일), 성김 차관보는 서울을 방문하여 후속 협의를 이어간다고 한다.

이런 속에서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서울을 행차,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였다.

연합통신은 정보수장들이 연이어 서울을 방문한 것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한국 측과 조정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있은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의 협의를 이어가는 헤인스 장관의 모습을 보면 방한 목적은 명백한 것 같다.

이에 비해 CIA국장의 방문 목적은 베일에 가려있다. CIA국장이 친선 사절일 수는 없고 대통령과 덕담을 나누기 위해 온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배경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CIA국장의 방문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가 선출된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 눈길을 끈다.

현시점에서 내년 3월에 있을 대선보다 큰 정치 이슈가 있을 것 같지 않다.

CIA가 이남 정치의 중대한 전환기에 음으로 양으로 개입해온 전례를 보면 급하게 한국 측과 조정할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촛불 시위가 낳은 문재인 정권을 어떤 정권이 이어가는가 하는 것은 북남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더욱 궁금해진다.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가 “나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광주학살을 감행한 전두환이 당시의 주한미대사 글라이스틴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도 비밀이 아니다. 87년 6월항쟁 때 계엄령으로 위기를 넘기려던 전두환을 막고 직선제개헌을 받아들이고 “개량화”의 길을 선택케 한 것도 미국이다.

촛불시위 때 군부가 계엄선포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은 이미 알려졌다. 군부의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 누가 막았는지는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유는 명백하다. 6월항쟁 때와 마찬가지로 계엄으로서는 시위를 수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이전 미 대통령이 2018년 10월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발언하여 문재인 정권에 압력을 가해 남북관계에 제동을 건 것은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이 촛불시위 결과 탄생한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개량화”의 고삐를 단단이 쥐고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미루어진 적폐청산에로의 한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였다고 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의 ‘승인’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한 제동은 반미여론의 불씨를 제공해주고 있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은 9월 25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경색된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램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적폐 청산에 대한 요구도 북남관계 회복과 평화에 대한 바램도 그것을 막고 있는 제방에 바늘구멍이 나면 봇물이 터지듯 세차게 쏟아져 나올 것이다.

차기 정권 창출에서 미국의 이익은 무엇인가. 분명 북남관계의 회복은 미국의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사족이지만 일본언론들이 여권의 대선후보에 대하여 한국 야당의 비난을 대변하듯 여론을 내돌리며 일각에서 차기 한국 정권이 친일 정권이기를 바라는 여론이 계속 나돌고 있다. 괘씸하기 짝이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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