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9월 13일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이 9월 11일과 12일에 새로 개발한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하였으며 “발사된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9일 새벽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있은 ‘공화국창건 73돐 기념 열병식’에서 ICBM이나 SLBM을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북이 “유화제스쳐를 보냈다.”고 생각하던 정부당국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9.9절 열병식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분석하던 북한전문가들도 당혹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 9.9절 열병식

이런 당혹감은 무엇보다 먼저 9.9절 열병식을 통해 북이 보낸 메시지를 잘못 읽은 데로부터 오는 것이다.

북은 누구나 알듯이 경제건설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북은 “공화국 창건기념일”이 오자 경제건설에 종사하고 있는 민간부분의 핵심역량들을 열병식에 동원하였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우리가 경제건설에 매진한다고 해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순항미사일발사시험이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을 밝힌 것과 9월 15일 철도기동미사일체계 기동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략무기를 등장시키지 않았고 정규무력이 아닌 민간부문무력의 열병식을 했다고 해서 “도발강도를 낮추었다”고 하는 것도 일방적인 희망사항일뿐이다.

북이 보낸 메시지는 “우리에게는 ‘무진막강한 인민군대’뿐만아니라 전체인민이 무장한 강력한 군사력이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9.9절 열병식을 통해 북이 말하고자 한 바는 “우리에게 군사적 위협이나 압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 순항미사일 발사시험

조선중앙방송은 9월 13일에 “9월 11일과 9월 12일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하여 성공했다.”고 보도하였다.

북이 지금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한 이유는 먼저 미국과 남이 강행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군사적 조치라는 데 있다.

미국과 남측당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이번에 자신들이 벌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구구한 변명과 설명을 하였다. 그 결과 이번 군사훈련에 대해 북이 양해, 묵인하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중의 착각이다. 어떠한 것이건 미국과 남측이 하는 군사행동에 대해 상응한 군사적 조치를 한다는 것은 북이 거듭 밝혀온 입장이다. 북으로서는 이 원칙은 변화시킬 수 없다.

“관계개선과 상황관리를 위해서” 미국과 남측이 벌이는 적대적 군사행위를 모른체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또한 어떤 군사적 대응조치로 인해 북미관계가 “더 악화”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북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지금의 북미관계는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으로 일시 중단되었던 북미대결이 다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으로서는 미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는 것을 늦출 이유가 없다.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이 “남북관계개선에 악영향을 주는” 영향에 대해서 북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이 분명하다.

남측의 실질적인 행동변화가 없는 ‘말뿐인 관개개선’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어놓은 선을 한발국도 넘지 못하는 남측당국에게서 기대할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북의 입장이다.

북이 (경제난에 못이겨) 어떤 양보나 후퇴 또는 호의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남측의 일방적이며 근거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시험은 북이 이러한 의지와 원칙적 입장을 다시금 천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불어 북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9월 11일과 12일에 실시한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미연합군사훈련실시에 대한 북의 군사적 상응조치는 일반적으로 훈련이 시작되는 때에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발사시험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된 뒤에 했다.

북은 미국이 독립기념이라고 하는 7월 4일이나 9월 11일이 되면 어떤 군사적 행동을 하곤 했으므로 물론 이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미사일발사시험을 “공화국창건기념 열병식”뒤에 하는 것이 의사가 분명하게 전달된다는 점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미사일발사를 “감시”한다면서 각종 정찰감시 자산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감안했을 것이다. 그 “감시”가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순항미사일은 상대의 감시망과 요격체계를 회피하는 무기로서 장점과 위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11일과 12일에 있은 미사일 발사 사실을 북이 13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보도할때까지 몰랐던 것이 분명하다.

결국 미사일발사시험을 놓고 벌인 북미대결에서 미국은 패배한 꼴이 되었다. 이것이 이번 미사일시험발사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다.

 

※ 순항미사일 (cruise missile, air-breathing missile, 巡航미사일)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두 종류로 구분된다.

탄도미사일은 액체 또는 고체 추진체를 태우는 로켓의 추진력에 의해 날아가는 미사일이고, 순항미사일은 공기흡입엔진(제트엔진)에 의해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따라서 탄도미사일은 포물선 궤적으로 비행하지만, 순항미사일은 무인제트비행기처럼 항로를 조정, 변경하면서 비행한다.

이런 특성으로 하여 순항미사일은 지표면과 수면의 수m 위로 초저공 비행할 수 있으며 목표물을 우회하여 타격할 수 있고 육지위를 비행할 때는 지형의 굴곡을 따라 상하로 고도를 조절하며 비행한다.

이번에 북에서 순항미사일이 "8자형궤도", "타원형궤도"를 따라 비행했다고 하였는데 이는 탄도미사일에서는 있을 수 없고 순항미사일에서만 가능한 비행방식이다.

탄도미사일은 음속의 몇배에 이르는 속도와 다탄두로 상대의 요격을 회피하려고 하지만, 순항미사일은 이런 비행방식의 특성으로 상대의 레이더 탐지에 잘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비행특성은 목표물에 대한 매우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순항미사일은 상대의 지휘처나 레이더시설같은 핵심 대상을 타격하는 데 주로 사용하게 된다. 순항미사일에는 공중발사순항미사일(air―launched cruise missile; ALCM), 육상발사순항미사일(ground―launched cruise missile; GLCM), 수중발사순항미사일(sea―launched cruisemis-sile; SLCM) 등이 있다.

북이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사거리200km)을 시험발사하자 미국 의회 조사국(CRS)이 “사드체계가 무력화되었다.”는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평가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었다.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에서 “한․미․일 미사일방어망이 무력화되었다”는 기사를 냈다.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순항미사일로 레이더 기지, 방공망 등을 먼저 파괴한 후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면 미사일방어체계는 아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항미사일은 강력한 방어망을 가진 항공모함 전단 등 함정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이 가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순항미사일이 비행한 거리가 1,500km라고 발표하였는데 북이 새로 개발한 이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2,000km가 휠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미국 함정이 반드시 진입해야 하는 동해 전역을 다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미국 연안에 잠수함을 접근시켜 핵이 장착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악몽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큼 북의 순항미사일 개발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이다.

순항미사일 개발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순항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하여 몇 나라에 불과하다.

순항미사일의 핵심기술은 공기흡입엔진과 항로를 조종하는 장치다.

조선중앙방송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시험발사를 통하여 새로 개발한 타빈송풍식발동기의 추진력을 비롯한 기술적지표들과 미싸일의 비행조종성, 복합유도결합방식에 의한 말기유도명중정확성이 설계상요구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공기흡입엔진(타빈송풍식발동기)과 항로조정기능(복합유도결합방식)의 두가지 핵심기술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또한 순항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하려면 상대목표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북은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통해 1,500km에 이르는 거리에 있는 상대 목표물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성공에 대해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점목표달성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전략무기”라로 하였다. “(5개년계획중의) 2년간 과학적이며 믿음직한 무기체계 개발공정에 따라 추진된” 일이라는 것이다.

북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계획”이 무엇이며 “중점목표”는 또 무엇인지 미국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