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한반도 평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한반도 평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 한반도의 대전환은 통일이다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대전환 시대의 통일외교 구상"이라는 자신의 한반도 통일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밝혔다. 그는 발표문에서 지금의 시대를 ‘대전환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그에 맞는 통일외교 구상을 밝힌다고 하였지만, 한마디로 새로운 정책구상은 없고 구태의연 그 자체다. 적어도 이재명 후보가 촛불시민의 염원인 남북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다면 지난 3년여 간 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왜 판문점 선언 이행이 안 되고 있는 지에 대한 진단과 그 대책이 제시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문에는 실패한 문재인정부의 전철에 의거한 약간의 개선책을 담고 있을 뿐이다. 참으로 실망이다.

세계가 대전환의 시대라면 한반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반도의 대전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냉전시대의 산물인 낡은 분단질서를 걷어내고 통일시대를 여는 것이다. 통일이야말로 세계적 대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질서의 대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는 마땅히 이러한 시대전환의 요구에 부응하여 평화체제와 통일실현을 위한 의지와 전망 그리고 방략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문에는 평화체제와 통일방략은커녕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점에서 그의 통일외교 발표문은 낙제 수준이다.

그는 발표문에서 현재 남북 인구의 절대다수가 단일국가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단일민족에 근거한 당위적 통일논리로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한 예로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을 들었다.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자, 그간의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논리다. 남북은 이미 여러 차례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으로 자주통일을 이룰 것을 합의하였고, 문재인대통령은 이를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고 민족통일과 그 역사적 정당성을 설파하여 당시 남북 모두의 큰 갈채를 받았다.

우리의 통일은 다른 나라 통일처럼 여러 나라들이 합쳐 하나의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통일은 이미 하나의 나라로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뉘어 살다가 다시 본래의 하나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돌아가되 과거처럼 소수만 이익을 보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공영과 공리를 실현하는 새로운 통일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사실 통일을 부정하거나 미루려는 자들은 거의 대부분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기득권을 누리던 자들이다. 이들은 통일에 의해 자신들의 기득권이 흔들릴 것을 두려워하기에 온갖 궤변을 내세워 통일을 방해해 왔다.

그 궤변 중에 하나가 사례로 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단일팀 구성 논란이다. 그러나 이 사례는 단일국가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 논란은 남북단일팀 구성을 급하게 추진한 결과 선수선발 절차와 방식에서 공정성과 합리성이 문제가 되어 빚어진 것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남북만이 아니라 남측내부에서 여러 팀을 대상으로 급하게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에도 똑같이 제기될 것이다. 만약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남북단일팀 구성이 일치감치 합의된다면 남북은 충분히 공정한 선수선발 절차와 방식을 합의하여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과거 경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후보의 이번 발표문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래 남북합의로 면면히 이어져온 외세의 간섭을 배제한 통일, 체제보다 민족을 앞세운 통일의 기본성격과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통일을 먼 미래의 과제로 돌리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이 발표문대로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국가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 통일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통일을 하지 말자는 것인가 아니면 민족통일이 아닌 다른 성격의 통일을 하자는 것인가.

2. 대전환 시대란 새로운 다극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발표문대로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전환 시대의 핵심은 미·중대결이 아니라, 미국중심의 세계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되는 것이다. 소련붕괴 이후 구축되었던 미국 단독의 패권질서가 이제 한계에 이르러 세계는 새로운 다극화 질서로의 전환기에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국가들이 저무는 패권의 끝자락을 붙잡고, 이를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미·중, 미·러간의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지만 머지않아 세계는 미국의 패권이 완전히 무너진 새로운 세계질서를 보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 외교정책의 대표적 인물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지난 3월 영국 채텀하우스(Chatham House, 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서 ‘미국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용하라’고 권고 하였다.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미국이 돌아왔다’고 G7과 나토를 끌어들여 동맹에 기초한 패권회복을 외치고, 쿼드(Quad)등을 만들어 대 북·중·러 포위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북·중·러는 전략적 단결을 선언하고 그 힘으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를 포괄하는 전후 최대 규모의 반제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베네수엘라에 석유를 공급하고, 멕시코가 쿠바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모두 미국의 힘이 약해진 결과다.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미국의 대 중국 포위전략은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커다란 구멍이 났고, 지난 4월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친미적 유럽 국가들을 동원한 대러시아 전쟁 위협도 러시아의 압도적 군사력 앞에 무위로 끝났다, 나아가 러시아와 독일은 미국의 반대에도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직접 운송하는 노드스트림2(Nord Stream2)공사를 거의 마무리해 조만간 러시아 가스가 직접 유럽의 겨울을 책임질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해관계가 다르다. 유럽은 최근 아프간 전쟁 실패로 나토와 다른 독자적인 유럽군창설 주장이 재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연내 이라크 미군철수를 비롯 사우디아라비아 사드 철수, 시리아 잔류 미군철수 등 중동에서의 전면철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남미 역시 이미 신 핑크타이드(pink tide)라 불릴 만큼 대다수 국가들에 반미, 비미 정부가 들어섰다. 향후 1~2년내 중남미 거의 전역은 자주화되어 세계는 미국패권의 거의 완전한 추락을 보게 될 것이다.

3.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대북적대정책 철회다

이렇듯 한국의 차기정부는 미국 패권이 추락하는 전혀 새로운 조건에서 통일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첫 정부가 될 것이다. 분단질서를 공고히 해온 미국의 힘이 약화되는 전환적 상황에서 당연히 우리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전략방향은 한반도 전쟁상태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통일의 길을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한반도평화정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대북적대정책 철회다. 북핵문제 해결이 아니다. 발표문 주장대로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면 한반도는 평화정착이 아니라 더 악화된 대결상태만을 낳을 것이다. 지난 30년 이상 역대 한미 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북에 온갖 제재압박을 가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여러 차례 전쟁위기만을 겪었다. 그리고 오히려 북은 핵무력을 완성하여 거꾸로 미국을 압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은 미국이 가한 최고수위의 제재가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역사적 진실이 이러함에도 이 후보가 단지 제재완화를 조건으로 북 비핵화를 중재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구태의연한 답습으로 대전환시대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지금까지도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보는 것이 일을 풀어가는 순리다. 원인을 제거해야 문제가 풀리는 것이 세상만사의 이치 아닌가. 북핵이 결과라면 원인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다. 북을 무너뜨리겠다고 수시로 핵전쟁 위협을 가하고, 전쟁연습을 하고, 첨단 무기를 배치하고 최근에는 서방 여러 나라까지 끌어들여 통합 지휘통제체계(JADC2)로 연합군체계를 편성하는 적대정책이 지속되는 조건에서 단지 제재완화로 북이 비핵화를 하리라고 보는 것은 환상이다.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이미 남북 간에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되었고, 북미 간에도 싱가포르공동성명으로 합의되었다. 문제는 한미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은 당시 미국과의 신뢰회복 조치로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조치를 시행하고, 이를 지금까지 4년여 간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합의했던 상응조치로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2018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다시 재개하여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지금까지 남북, 북미대화가 열리지 않는 직접적 원인이다.

북은 이미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바 있다. 지난 2019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일명 정면돌파전 결의에서 ‘대북적대정책 폐기가 없으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지난 해 7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도 북미대화재개의 기본 틀은 ‘대북적대정책 철회 대 대화재개’라고 한 바 있다. 이것은 미국이 대화재개를 하려면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최소한의 대북적대 철회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남측 역시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정치군사적 신뢰회복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대정책 철회, 신뢰회복의 귀결점은 한반도 평화협정이다. 남북, 북미간의 불신과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핵심은 전쟁상태를 영원히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평화협정이야 말로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의 핵심이자 통일실현을 위한 전제다. 그리고 이의 실현과 이행을 담보할 동북아 다자안보회의의 구성도 중요한 요소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 다자안보회의 구성을 여러 차례 제안하였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 다자안보회의로 구성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비핵화 문제 역시 풀릴 것이고, 한반도는 평양공동선언 발표대로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지대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기정부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추진해야할 최우선 과제는 실패를 반복해온 북핵문제 해결이 아니라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 전쟁상태, 적대관계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시대적 사명이다.

4. 평화경제체제는 통일로서 완성된다

한반도 평화경제체제는 단지 분야별 남북협력사업으로 수립되지 않는다. 특히 발표문에서 밝혔듯이 유엔과 미국을 설득하여 제재면제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조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가당치도 않은 주장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문재인정부가 익히 해왔던 방식으로 오늘날 참담한 남북관계가 증명하듯이 남북협력사업은 그 존재조차 사라졌다. 발표문에는 왜 지금의 결과가 빚어졌는지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문재인정부의 평화프로세스를 계승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하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북과의 평화와 경제를 입버릇처럼 제기했지만 단 1건의 남북협력사업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명박근혜 정부 때만도 못하다. 심지어 북이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제안했음에도 그조차 받지 못했다. 그 결과 그나마 성사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마저 해체됐다. 이정도로 최악의 성적표를 냈으면 최소한 그에 대한 평가와 반성, 개선책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이다.

차기정부는 문재인정부의 평화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 무엇보다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굴종적 태도를 버리고 자주적 입장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 입장에 의거해야 평화경제체제를 바로 세울 수 있다. 평화경제체제는 대북적대정책 폐지에서 시작되고 평화협정으로 발전하며, 통일을 통해 완성된다.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에 경제협력을 내세우면 어느 누가 협력사업을 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차기정부에서 진정한 평화경제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당연히 미국도 한미연합훈련 중단, 무기판매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남북, 북미대화는 재개될 것이고, 남북 간에 사회경제협력이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북미와 남북은 다음 단계인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고, 남북은 전면적 남북관계 개선과 이를 위한 제반 실질적, 제도적 틀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제재문제도 풀려 더 이상 남측은 미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전면적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

그리고 평화협정과 남북 간의 사회경제교류를 통해 남북이 상호이해를 높이고, 공동번영의 토대를 닦은 조건에서 남북은 6.15공동선언에 의거한 연합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연방제 통일이란 한마디로 국호를 하나로 하여 유엔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것이다.  즉 대외적 통일, 대내적 양 체제의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6.15공동선언의 합의다. 그리고 이때 구성된 남북 동수의 중앙(통일)기구를 점차 중앙정부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한반도 통일을 완성하는 길이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남북이 평화경제체제를 실현하는 길이다.

5. 남북연합은 통일방안이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한반도의 본질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문재인 정부의 북에 대한 인식은 북의 경제가 어렵다는 전제하에 북에게 경제적 당근을 제공하면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역대 한미행정부의 낡은 시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엔 체제경쟁은 끝났다는 남측 우월적 시각과 소위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통해 북의 체제를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 또한 깔려있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2019년 8.15 경축사에서 북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임기 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한 후, 평화경제 실현 이후 2045년경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연설에서는 남북의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는 노골적 남측 우위의 입장과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열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간의 장기간 평화교류를 주장하였다. 그리고 올해 8.15경축사에서 독일통일 모델을 한반도통일 모델에 빗대어 결국 그가 추진하는 통일 방안이 독일식 시장경제 흡수통일임을 의심케 하였다.

종합하면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평화경제란 25년 이상 오랜 기간 남측에 의해 북측을 시장경제로 전환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 기간 남북 간의 사회경제교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협의기구가 필요하고, 이를 통일방안으로 포장한 것이 남측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남북연합이다. 남북연합은 사실상 2국2체제를 근간으로 유럽연합같은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 등의 제도적 틀을 만들어 교류하면서 북측을 체제전환시켜 궁극적으로 1체제로 통일하겠다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번 이 후보의 발표문에도 이러한 의도가 곳곳에서 읽힌다는 점이다. ‘단일민족에 근거한 당위적 통일논리로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한 것이나, ‘북한과 통일에 대한 국민인식의 변화, 우리 국민의 높아진 자부심과 강화된 공정의식을 반영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주장,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를 계승발전 시키겠다는 주장 등은 민족적 접근이 아닌 체제적 접근을 추론케 한다. 즉 체제통일 지향 혹은 분단선을 아예 국경선으로 만들자는 소위 양국체제 지향 등이다.

본질적으로 남북연합에 기초하여 장기간 교류협력에 의한 북의 체제전환 의도는 평화경제체제 수립은커녕 심각한 남북대결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나 미국의 허락을 받는 조건에서의 경제협력 추진은 북의 더욱 강력한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 기실 남북연합은 북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성사되기도 어렵겠지만, 사실상 국가연합 성격으로 분단을 합법화, 영구화할 분 아니라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에서 보듯이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는 체제다.

또한 역사적으로 연합제에서 연방제등 통일로 나아간 경우는 예외 없이 내전을 치뤘다. 스위스와 미국내전이 모두 그 사례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북부 연방세력과 남부 연합세력간의 전쟁이었고, 스위스의 준더분트 내전은 자유주의 연방세력과 7개 주의 카톨릭 연합세력간의 전쟁이었다. 연합과 연방은 근본적 이해관계가 다르다.

이렇듯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경제제제를 수립하는 길은 남북연합을 통해 완성되지 않는다.  평화경제체제는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평화협정을 거쳐 통일을 실현한다는 새로운 구상 하에서만 수립될 수 있다. 이 길이 진정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의 길이요, 공존, 공영의 길이다.

차기정부는 미국의 패권질서가 무너지는 전환적 시대변화에 부합하는 이러한 평화경제체제 프로세스를 천명하고 자주적으로 북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멕시코와 쿠바가 그리 하듯이 제재를 두려워 말고 나아가야 한다. 제국은 무너져도 제 발로 나가지 않는다. 그 강을 건너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 실현의 길을 열 수 있다. 그 염원을 실현하는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첫 정부가 수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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