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에 목이 마른 미국
적대관계 해소가 북미 공동성명의 핵
권모술수
물 건너간 '비핵화 대 제재 완화'

북미 대화에 목이 마른 미국

미국이 북한(조선)과의 대화에 어지간히 목이 마른 모양이다.

북한(조선) 측의 거듭되는 부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화타령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로동당전원회의(6월17일)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있어야 한다”고 대미 입장을 밝히자, 한미 당국은 '긍정적인 신호', '대화에 반점이 찍혔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김여정 당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22일과 23일에 각각 담화를 발표하여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부정하였다. 그런데도 “대화에 응하면 구체적으로 대응”하겠다느니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계속 대화 타령을 하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대화 간청은 '실용적인 접근'(5월2일)이란 것을 내 놓은 후 그 무엇에 쫓기듯 계속되고 있으나, 아쉽게도 '비핵화 협상'은 열릴 것 같지 않다.

미국은 지난 2월에도 북한(조선)에 대화를 제의한 바가 있으나 최선희 북한(조선) 외무성제1부상은 “이미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립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3월17일)

북한(조선)의 이런 입장을 잘 아는 미국이 가슴속에 품은 북한(조선)에 대한 강한 적의를 애써 드러내지 않고 저자세외교를 벌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필자의 눈에는 물에 빠진 자 지푸라기라도 잡듯 북한(조선)의 고도화되고 강대해지는 핵억지력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미국의 발버둥질로 보인다.

적대관계 해소가 북미 공동성명의 핵

바이든 정권은 '실용적인 접근'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그 목적이 있으며 2018년 6월의 북미 공동성명을 '존중'한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이전 대통령의 대북 외교를 비난하며 정권 출범 초기에 '북한(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하여 전념'하겠다고 공언하던 바이든 정권이 갑자기 북미 공동성명을 '존중'한다고 하니 그 진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북미 공동성명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

북미 정상회담이 무엇 때문에 열렸고 무슨 문제가 토의되었는가. 해답은 선언 전문(前文)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에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문제들에 대하여 포괄적이며 심도 있고 솔직한 의견 교환을 진행하였다', 이어 '안전담보 제공'과 '한반도 비핵화의지'가 언급되고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토대 우에서만 가능한 과제임이 밝혀진 구절들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평화문제 해결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으며 새로운 북미관계가 수립되고 공고한 평화가 실현되어야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북미 양 정상이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1. 새 북미관계 수립, 2.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3.한반도 비핵화의 순서로 성명이 구성되었다.

또한 성명은 두 나라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이 두 나라 사이에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긴장 상태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획기적인 사변이라는 데 대하여 인정'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공동성명의 핵중의 핵이 '적대관계 해소'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 구절이다.

북미 공동성명을 오독하여서도 안되고 의도적으로 왜곡하지도 말아야 한다.

북미공동성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문건이 아니며 '북한(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문건은 더더욱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이다.

권모술수

바이든 정권이 성명을 '존중'할 의사가 있다면 왜 '실용적인 접근'의 목적을 '한반도 비핵화'라고 했겠는가. 성명의 핵인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평화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말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상대방에 대한 적의를 가지고서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비핵화'를 위해서도 평화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평화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요 권모술수에 불과하다.

'의사 승하기 능력(군사력)'을 위협이라 했던가. 왜 '승하기'냐 하면 의사가 ‘0’이면 ‘0’에 100을 승해도 ‘0’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의사가 100이면 위협은 1만이 된다.

북한(조선)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마주 앉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적의를 품은 채 그리고 새로운 관계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외면하면서 무슨 놈의 '비핵화 협상'인가. 여기에 무슨 꿍꿍이가 숨어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적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뻔뻔하게 강변하니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질 노릇이다. 꾸레미가 터져도 10번, 아니 100번이 터지도록 웃기는 말이다.

북미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좀처럼 평화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미국이 적의를 접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의 적대적 의사에 있는 것이지 '전략적 인내'요, '일괄거래'요, '단계적접근'이요 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조선)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서로 평화적으로 지내자고 거듭 거듭 제기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또 미국이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평화 협정체결을 일관하게 거부 해 온 것도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이 진심으로 '문제해결'을 원한다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그 '유엔군'이란 것을 해체해야 마땅하다. 못할 리유가 어디에 있는가.

미국이 말하는 외교는 기만이요 '실용적인 접근'을 치졸한 권모술수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 건너간 '비핵화 대 제재 완화'

미국은 '실용적인 접근'의 목적이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삼척동자도 속일 수 없는 거짓말이다.

얼마 전에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씌여져 있는 것 하나만 보아도 명백하다. 확장억제란 것은 북한(조선)을 과녁 삼아 한반도 남쪽과 주변에 배치해둔 핵무기로 한국을 보호해 주겠다는 말이다.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면 말 그대로 한반도 전역을 비핵화하자는 것이지 어느 일방만을 비핵화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저들의 핵무기는 비핵화 대상이 아니지만 북한(조선)의 핵억지력은 비핵화 대상임으로 폐기하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며 '실용적인 접근'은 이를 위한 북미대화를 시작해보자는 것이 목적이다. '북한(조선) 비핵화'의 속내를 덮어두고 '한반도 비핵화'를 외우고 있는 것은 북한(조선)을 대화 자리에 앉혀 보려는 유인책에 불과하다.

미국과 함께 '비핵화 협상' 재개에 열심인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및 제재 완화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 6.25)

바이든 정권의 당국자들이나 정권가까이에 포진한 전문가들 속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부분적인 제재 완화를 미끼로 북한(조선)에 비핵화를 강요하려 하고있는 것 같다. 한미당국이 보조를 맞추고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조선)에 비핵화를 강요해보려는 것이 '실용적인 접근'의 실상이다.

'비핵화 대 제재 완화'는 북한(조선)의 일방적인 비핵화, 무장해제를 추구하는 미국의 하노이에서의 적대적 행동으로 말미암아 이미 물 건너갔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7월 10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그때(하노이회담)에는 우리가 거래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제재의 사슬을 끊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도모해보자고 일대 모험을 하던 시기였다고 할수 있다'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북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재를 가해온다고 우리가 못사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미국에 끌려다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에 와서 하노이의 회담탁에 올랐던 일부 제재 해제와 우리 핵 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

북한(조선)은 한다면 하고 안한다면 안한다.

그런데 무슨 수로 실현시켜 보겠다는 것인지 물건너간 '비핵화 대 제재 완화'에 집착하고 있으니 어리석기 짝이없다.

'실용적인 접근'은 이미 파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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